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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6. 2020

에쿠우스

연뮤덕


그 소년은 왜 말의 눈을 찔렀을까?


2019

몇달전에 예매한 공연인데, 미리줄리가, 꼬셔서 결국 당일. 환불없이, 공연을 포기했다.

5년마다 한번오는 귀한 공연인데........금마리는 2024년에 대신 예매를 해주기로 했다. 그약속 꼭 지키시길!




2009

두번째 에쿠우스.

처음처럼 센세이션 하지는 않았다. ‘질’이 관객 앞에서 온전히 벗고 등장한 모습도, 알런의 광기 어린 모습과 섹시한 말들의 자태도 더는 놀랍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한층 섹시해진 너제트의 자태. 이전의 ‘너제트’는 섹시한 말근육의 감동을 상쇄시킬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말의 탈을 쓰고 등장했다면, 2010년판 ‘너제트’는 좀 더 세련되고 섹시해졌다. 말로 등장한 배우들의 머리에 말의 탈을 벗기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이 연극을 보았을 때 궁금한 게 많았다. 

그 의문이 하나 둘 풀리기 시작하면서 마냥 난해하기만 했던 소년의 씨엠송들과 그가 늘 주문처럼 외우던 프린스 프랑스를 낳고, 네쿠우스 에쿠우스를 낳고, 하는 성경의 창세기에 해당하는 말의 계보, 소년을 위한 마지막 치료를 앞두고 왜 그토록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가 망설였는지 모든 게 분명해졌다. 다이사트는 사실 알런을 질투하고 있었다. 수년 째 섹스리스로 지루하게 살고 있는 그는 매일 밤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고 있던 17세 소년 알런이 부러웠다. 정열이란 파괴될 수는 있지만 창조될 수는 없는 법! 알런의 치료가 막바지로 향하자 갑자기 다이사트는 두려워졌다. 알런의 정열을 파괴시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대체 어느 누가 정상인이고 어느 누가 비정상인인건지 그 조차 헷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열정과 정열을 쏟던 상대(판타지)를 제거하고 알런을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인’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알런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지 다이사트는 수도 없이 자문한다. 그리고 그는 관객을 향해 묻는다. 의사로서 자신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그 어려운 질문을 건네 받은 관객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겠지만 그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의 알런은 왜 말을 신격화하며 ‘이성’ 아닌 동물에 애정을 쏟는 성적 판타지를 갖게 된 것일까?


당시의 사회상과 엄격했던 가정 교육 때문이었을까? 자연의 섭리인 ‘성’을,  종교나 사회적인 배경, 지위 혹은 주위 이목 때문에 억압하기만 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나쁜 상황을 초래하는지 우리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을 통해서도 확인했다.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까, 결국 까야 할 것은 까야한다.


2005   

전직 교사이자, 광신도인 어머니와 무신론자 아버지 사이에서 자란 소년 ‘알런’. 어쩌면 가장 중요했을 성장기에 제대로 된 자아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했던 17세 소년은 ‘너제트’라는 말을 신격화하게 된다. 마침내, 그토록 신격화하는 말 앞에서 사랑하는 여자 ‘질’과의 키스도 죄악처럼 여기게 돼 괴롭다. 그렇게 소년은 ‘너제트(말)’의 눈을 피해 여자친구와 밀회를 나누다 결국 그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소년이 말의 눈을 찔렀던 것! 사람들은 궁금했다. 소년이 말의 눈을 찌른 이유에 대해.


놀라운 이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피터쉐퍼의 작품이다. 


도대체 소년은 왜 말의 눈을 찔렀을까?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는 소년과의 심리상담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간다. 나는 그 소년이 아니기에 그 정확한 동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추측컨대 소년은 아마도 자신을 억압하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관여하려고 드는 ‘신’을 파괴하여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극작가 피터쉐퍼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이 연극의 백미는 왜, 이 소년이 말의 눈을찔러야만 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말 여섯마리와 어우러진 알런의 군무(群舞)다. 특히 알런이 사랑해 마지 않는 너제트의 자태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그렇게 꼿꼿하게, 그러면서도 섹쉬한 자태로 오랜 시간 서 있기 힘들었을텐데도 너제트로 분한 이름 모를 연극배우님은 정말로 시종일관 흐트럼짐없이 멋진 자세를 보여줬다. 에쿠우스의 잔상에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관객들은 오직 너제트라는 말만을 응시한답니다.초콜릿 복근의 모범적 답안이자 말근육의 대명사. 
마치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 근육을 만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하하하.
by Jennifer




5년 마다 우리곁을 찾아오는 에쿠우스 Cast


2019 Cast 이석준/류덕환

2009 cast 송승환/정태우 

2005 cast 남명렬/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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