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뮤덕
시간 속에 시간만 있는 게 아니다.
김찬일과 강서경은 남들이 보기엔 부족함 없는 결혼 10년차 부부다.
찬일은 자로 잰듯 정확한 것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인 아내 서경과의 관계에서 늘 주눅들어 하면서 그저 그런 무료한 하루하루를 지낸다. 반면에 아내 서경은 성공한 큐레이터로 남들 보기에 멋지고 부러운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서경은 드라마 대본을 쓰는 작가 재현을 만나게 된다.
서경은 자유롭고 적극적인 재현에게 끌리는 자신을 다잡으려 애쓰고. 재현은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었을 당시 가까스로 심장이식을 받아 살아났지만 이후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시한부삶을 살고 있다. 재현에게는 그때 그 사고로 지능이 낮아진 누나(미현)가 있다. 운명처럼 서경의 남편 찬일은 재현의 누나를 만나게 되고, 순수하고 꾸밈없는 미현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
여기서부터,
네사람의 엇갈린 만남이 펼쳐진다.
그 만남은 그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끌고 간다.
로트렉
수잔발라동과의 로맨스로 유명한 로트렉은 왜소증 화가다. 그림을 보면, 남자도 울고 있고 여자도 울고 있다. 사랑하는 그 순간을 그리는 입맞춤인데 굉장히 서글픈 느낌을 준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 순간이라, 이게 마지막 키스인 것처럼. 재현은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는듯한 ‘키스’ 그림을 보고 매료 된다.
재현이 로트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서경의 시선이 머문다.
‘이 사람이 로트렉에 대해 알고 있구나’
뭔가 느낌이 오는거다. 그게 재현과 서경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우리는매일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중 몇명이나 기억에 남을까?
누군가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을 보게 된다.
점점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
재현과 서경은 그렇게 상대에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된 거다.
_장유정 인터뷰 중에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