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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6. 2020

염쟁이 유씨

연뮤덕






죽기보다 싫다고 그렇게 우겨봤지만 결국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해왔던 염업을 이어받은 유씨. 조상대대로 이어온 가업을 쉽게 뿌리칠 수는 없었을 터. 


수많은 죽음을 접해온 그지만 생애 마지막 염을 앞두고는 왠지 모르게…염쟁이 유씨는 아버지 염을 하는 것으로 염업(?)을 시작했다. 


나름의 철학(시체장사는 안된다거나, 마지막 가는 길에 정성껏 보내드려야한다거나 등)을 가지고 일을 해온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어미가 일찍 죽고 염씨 혼자 키운 아들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초상집에서 얻어온 향내 밴 음식도 맛있게 잘먹고 혼자서도 시체놀이 등을 하면서 잘 노는 등 문제없이 자라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회사의 일방적인 횡포에….여기까지만 이야기해야겠다. 우리 염씨 할배의 뒷이야기는 직접 보고들 확인하시길!



이렇게 의미있고 재미도 있는 1인극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 목사님, 엄마, 언니, 조카들, 형부……회사분들, 친구들이 생각났다. ‘단관을 추진해볼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못해드린 게 생각나서 또 눈물 한바가지. 그러나 염쟁이도 말하지 않았나. 죽은 사람을 위해 우는 것도 소중하지만 산 사람을 위해 우는 것도 중요햐, 다고. 엄마한테 더 잘해야겠다. 늘 생각은...그렇다. 




편애하는 대사

 염을 하다보면 참 가지가지 이유들로 죽어. 내나라 군인한테 맞아죽은 사람. 밤에 잠자듯 죽은 사람..
장례식 예절많지. 문상객법도. 상주법도해서. 일단 죽은 사람 한번 더 보겠다고 멀리서 왔으면 된거여. 와서 지랄을 하든 뭘하든 자기 방식대로 슬퍼하면되는거야
땅속에만 묻히고 남아있는 이들에게 묻히지 못하면 그때 정말 죽은거여
하루를 부지런히 살다 자면 잠자리 편안하지? 죽는 것도 마찬가지야
억울한 죽음 앞에 구경꾼인 사람은 자기 죽음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혀
죽은 사람을 위해 우는 것도 소중하지만 산 사람을 위해 우는 것도 중요햐
칠성판이 왜 칠성판인줄 알아? 몸에서 썩은 물이 나와야 뼈를 보호하는데 그 썩은 물 나오는 몸의 구멍구멍 마다 솜을 끼어 넣는거여. 그런데 그 구멍이 북두칠성 모양으로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나는 천상 이직업이 맞나봐. 아버지 염으로 일을 시작해서 아들 염으로 생애 마지막 염을 하는 것을 보면.
모든 변화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여
죽는거 무서워들 마시게. 잘 사는게 더 어렵고 힘들어.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지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다.

with 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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