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공감각적 리뷰
편애하는 밑줄_좀도둑 가족
"하룻밤 정도는 재워도 되지 않나? 지금 데려가봐야 집에 들여보낼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
오사무가 딱히 친절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노부요는 알고 있었다.
아니, 백 번 양보해서 친절함이라 한대도 거기에 책임감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이 남자의 성격인 것이다.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런 순간의 연속이 그의 인생이었다. 다시 말해 어제를 반성하는 오늘도, 내일을 전망하는 오늘도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이 즐거우면 그만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린아이 같은 것이다.
진짜 아이라면 그래도 충분하겠지만 쉰 가까이 먹은 주제에 '오늘'만 되풀이 하면 생활이 얼마나 궁핍해질까.
그 전형같은 비탈길 굴러 떨어지기가 십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중략)
노부요는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너희 따위에게 이 아이를 돌려줄 것 같으냐"
오사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유리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눈앞의 아이를 향한 애정이라기보다 과거에서 흘러넘친 분노가 만든 힘이었다.
편애하는 밑줄_영화를 찍으면 생각한 것
기키 기린씨는 매니저없이 일하셔서 일을 의뢰할 때는 자택으로 전화를 거는데,
그때마다 꼭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면서 "과거에 제가 출연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부탁은 전부 수락하니 좋을대로 쓰세요"라는 내용이 흘러나옵니다.
멋있지요. 돈을 요구하거나 하지 않을 테니 모쪼록 좋을 대로 쓰라는 건 더 없이 아름다운 태도입니다.
(중략)
일본 항공 점보기 추락사고 유족의 심리 치료에 대해 쓴 논픽션 <상중에>를 읽었을 때 “사람은 상중에도 창조적일 수 있다”는 대목을 보고 이나 초등학교 봄반 아이들을 떠올렸습니다. 또 야마노우치 도모코씨도 생각했습니다 (복지관련 고급 관료였던 행정가 남편이 자살하고 남겨진 미망인). 애도는 비통하고 괴롭기만 한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성장하기도 한다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