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 전이구나. 종편 김갑수 선생을 알현하려고 신촌의 어느 지하 실용음악학원까지 갔던 것이.
다음은 그날의 북콘서트에 대한 기록과, 그의 책에 대해 정리해둔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처럼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까닭에 멀리까지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단편적으로나마 클래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어려운 내용들을 편하게 들었다. 약간은 똥배가 나온 모습으로 정감있게 다가온 김성경 아나운서가 이날 돌풍의 핵이었다. 2시간 정도의 북콘서트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녀의 역할이 아주~컸다.
북 콘서트 중에서
심야에는 공기의 입자가 달라진다. 심야에 음악을 들어봐라.
작업실에서 늘 혼자 개밥을 먹는다. 혼자 지지리궁상인데 배경음악으로는 브람스가 흐른다. (함께 갔던 고줄리는 김갑수옹과 내가 꽤 비슷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늘 혼자 집에서 개밥을 먹는 것들이;)
밥은 뭘 먹든 상관없다. 허기가 채워지면 그뿐. 아니 뭐 맛있으면 금상첨화이기는하나 그런 음식이 우리집에 있을리가 없으니까.
포기가 빠른 편이다.
클래식음악은 삶의 고통, 관계의 어려움, 깊이 생각하게하고 그럴때 다가오는 음악이다. 존재론적 음악. 시간과 상황을 만드는 이들에게 들린다. (그렇다면 나는 왜, 하필, 이 시기에 나는 클래식이 들렸을까? 관계의 어려움에 빠져있을까? 깊이 생각하고 싶은 무엇이 있었던 걸까?)
요즘 re-issue라고 음질 좋게 고급화된 LP로 새판이 나온다.
안네소피무터_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들어보자 (이곡을 들으며 윤서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브람스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독한 사람들이다. 너무 밀접한 관계의 끔찍함이라고 들어봤나? 브람스는 어렵게 성장했고 슈만덕에 인기를 얻었지만 돈에 집착했다. 슈만과 슈베르트는 다른 스타일이다. 슈베르트는 물흐르듯.
음악사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주름 잡는다. 그 와중에 동유럽 3인이 있다. 바르톡, 코다이, 야나체크.
음악은 정직한 고백이어야 한다고 야나체크가 말했다. 그는 <은밀한 편지>라는 곡을 짝사랑 소녀를 위해 작곡했다. 안정과 질서 비례와 균형을 깨뜨린 음악이다. 젊은 연인에 대한 감정의 폭발. (너무 급변하고 스트롱하고 불안하고 일방적이어서 난 당신이 두려워요, 여유가 없다. 감정을 주고받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일방적인 음악이라고 들렸다. 야나체크의 곡을 들으면서 어쩌면 내가 사랑할때 이렇게 여유없는 일방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돌아보게 됐다. 야나체크는 이은숙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사랑은? 상대가 나보다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가 멋있어보여서다.
인간관계의 원칙이 있다. 어떻게든 관계 맺지 말고 살자는 것. 관계의 의해서 삶이 너무 소진된다. 너무 많은 약속과 감정소모들. 니체 왈, 이세상에는 한사람도 너무 많다고 했다. 그 한사람은 자기자신이다. 인간관계보다 '범접할 수 없는'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한다.
관계에 휘말리지 말고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 시간을 쌩으로 기다리지 말고 음악을 들으면 된다.
평생 작업실 같은데서 살았다. 공간마다 멋있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 롹그룹 REM이라는 애들은 그냥 책 피고 지들 이름을 지었다. Rapid eve movement.
감흥이 넘치면 떠들고 싶은거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애착하면 음악을 음악으로 들으면 안된다. 작곡가와 연주자. 지휘자를 떠올리면서 들어야 한다. 멜롯 칼테쉬. 야나체크 인생 떠올려봐라, 안 그러면 그냥 BGM이 된다.
감정상태가 오가는 상태가 감상의 방법이다.
유튜브 활용해라. 기억이 오래간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가게 되고 만나게 된다.
아주 근사한 상태 '숭고'함이다. 인간의 숭고함의 미학. 슈벨트? (로빈슨이 들려줬던 파바로티 음성이 떠올랐다)
사람이 쉽게 죽지 않는다. 좋아하는거 해도 된다.(하고싶은일해 굶어죽지 않아라는 책이 생각난 대목)
1. 범접할 수 없는 자기것을 만드는 데 열정을 다할 것
2. 인간관계를 쌓거나 감정을 소모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3.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지치지말고 평생의 동역자를 기다릴 것
4.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 것, 사람은 쉽게 죽지 않으니까.
북콘서트가 내게 남긴 네가지 메시지를 굳이 정리해보자면 위와 같다. 갑수 옹이 알은체를 한다. 벙커1특강 맨 앞자리에서도 나를 본 것 같다고, 기억 난다고.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면 되는 것을 굳이 그의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짚어주었다. 휴 나란 여자;; <나쁜 인문학, 작업의 인문학>은 동영상으로 들었으므로 벙커에서 날 볼 수 없었을거라고 단호하게 짚어주었더니 그가 당황한다. 그냥 맞다고 하고, 그핑계로, 팬이니까 줄라이홀좀 가보게 해달라고 할껄. 참 못났다. 언젠간 가보고 말테다. 꿈의 줄라이 홀!!!
제 1장 추억의 음악, 일상의 음악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바흐, 베토벤과 브람스 곡을 자기 기량 검증의 최고치로 삼는다면 프랑크 소나타도 이 대열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주위 사람 심리에 정말 둔감하고 무심하다.
소리로 창자를 베어내는 악기는 단연 바이올린이다. 그중에도 스리 킹이 있다. 비에냐프스키, 부르흐, 그리고 비외탕이다.
언젠가는 수준의 균형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가지 숙련 분야를 제외하고는 죄다 무지, 미지의 상태로 일생을 망친다.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간혹 기이한 기분도 든다.
낙백이라는 낱말이 있다. 넋을 놓는 것. 처지가 형편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생에 한번쯤은 낙백을 한다. 그런데 어떻게든 시간은 간다. 정말로 낙백했을 때 위로해 주는 음악이 있을까?
반 지성적 애국주의보다 진실이 더 상위에 있다는 믿음이 그녀의 생을 힘들게 한다.
독일현대 작곡가 카를 아마데우스 하르트만의 8곡의 교향곡을 택한다.
제 2장 레알 작곡가의 뒷담화
클래식 음악의 맛을 알기 시작하면 필연코 다다를 수 밖에 없는 고지가 있다. 바로 바흐의 칸타타들이다.
억지로 애쓸 필요가 없다. 죽을 때가 가장 좋은 때라고 바흐가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좋은 때는 일부러 만들 수 없다.
의연함 또는 무심함을 남아 있는 생의 지표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숭배도 혐오도 과잉에서 비롯된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와 연정으로 기억되는 브람스지만
품위와 격조가 있는 삶이란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부터 해방된 상태. 영혼이 자유로운 것, 이것이 진짜 잘 사는 삶의 조건이 아닐까?
제 3장 죽이는 연주가들
투비 컨티뉴 (미처 정리를 다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