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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Aug 21. 2020

노통에 대하여

대통령의 글쓰기 & 기록 





 <김어준의 파파이스> 를 통해 강원국을 알게 됐다. 당시 그의 모습에 굉장히 감명 받았다.

분명히 상대를 빛나게 하고 자기는 낮추었는데, 유머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스스로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높임을 받게 하는 화법. 이런게 가능하구나 싶었다. 겸손의 미덕을 몸소, 유머러스하게 알려준 사람. 그날 이후로, 강원국이라는 사람의 인간적 매력에 끌려서 그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편애하는 밑줄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누구나 글을 쓸 때에는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말했다. "말은 세가지로 이루어진다. 말하는 사람과, 말의 내용, 그리고 말을 하는 대상이다. 말의 목적은 마지막 것과 관련이 있다"


"억강부약이란 말이 있습니다. 강한 것을 누르고 약한 것을 도와준다는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여정부 5년을 관통한 대통령의 철학이었다. 대통령은 서거 직전까지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나 고민했다. 또 하나 낭중지추. "잘 아시지요? 주머니 속의 송곳은 밖으로 삐져나오게 되어있다는 말. 역량이 있는 사람은 눈에 띄려고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 눈에 띄게 되어 있습니다"


'적자생존'이란 말이 있다.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을 위한 대화방법에 있어 색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 협상할 때 상대방에게 내 카드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포커페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상대방이 내 카드를 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을 읽고 서로 합치점을 찾아갈 수 있다" 




참으로 배울 것이 많은 두 대통령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그들의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저자는 참으로 행복했다고 했다. 강원국을 통해 만난 두 대통령은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완벽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김대중과 노무현의 평가는 가지각색이다. 이 두명의 지도자에게도 공과가 있을 터. 세간의 평가를 읽고 듣고, 최종 결정은 각자가 하면 되는 것. 노대통령이 연설할 때 발휘했던 여러가지 기질중 '공통점 찾아 서두 열기'는 가끔 강의 의뢰를 받고나서, 내가 가장 오래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제주도 여행을 시작한 첫날 아침, 이 아름다운 자연과 새소시를 들으면서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의 첫페이지를 열때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내내 그-노통-에게 반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같은 사람에게 수십번 반하게 된 것이다. 

다시 또 이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또 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올까?


한홍구는 말했다.

아마도, 그럴 수는 없을 거라고.


하기 내용은 1부와 2부에 대해서만 정리했다. 

3부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리하고 싶지 않다. 직접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이 실려있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하고 메모했던 기록으로 국정 비판은 정책으로 하자는 것, 대안없는 언론의 부추기식 기사에 대한 것, 여론때문에 고초를 겪는 참모들에게 쓴 편지, 개헌에 대한 것 등 다양하다. 

그의 깊은 사고력과, 옳은 생각과, 반박과 논리위주로 글을 쓰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에 보도되었거나 세간의 혹평처럼) 말실수 많이하고, 부동산가격만 높이고, 국정보다 정치에 더 관심을 쏟았던 대통령이었을까?  나는 그처럼 이권개입 없이 사람이 따르는 지도자를 본 적이 없으며, 권력이 없을 때에(오히려 더) 주변 인의 지지를 받아온 정치인을 만나본 '역사'가 없다. 


나는 본래 감성적인 사람이며, 눈물도 많고, (때로는 쓸데없을 정도로) 역지사지가 잘 되는 인간형이다. 그렇지만 다시는 노무현 같은 대통령을 바랄 수 없는 현실에서, '그러한 대통령을 다시금 가지고 싶고 역사 문화 경제 모든 분야에서 고견을 내고 토론을 사랑했던 그가 그립다'는 내 의견이 감성적을만 비추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사람을 사랑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하고, 대화를 즐기고, 책을 가까이하고, 글쓰기를 놓지않았던 대통령. 윤태영 비서관은 퇴임 이후에도 봉하마을 그의 사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기획했던 글쓰기 전반에 관여했던 측근중 최측근이다. 대통령이 참석했던 모든 회의나 행사에 배석해서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또 기록했던 사람. 그가 내놓은 노무현의 이야기라니, 궁금하지 않을수 없었다.




편애하는 밑줄, 기록, 중에서


어쩌면 천성일 수도 있었다. 
여의도 정치인이던 시절, 단체로 식당에 가면 식탁 여기저기에 듬성듬성 앉는 참모들에게 그는 꼭 잔소리를 했다. 오는 순서대로 한 식탁에 네명씩 앉으면 보기에도 좋을 뿐더러 주인 입장에서도 서비스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었다. 대중 목욕탕에서 샤워기를 틀어 놓은 채 딴 일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이야기도 그의 단골 메뉴였다.

결혼식장 뷔페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고등학교 시절, 지인의 장례식에서 고인을 보러온 조문객에게 육개장을 내던 때에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다. 오는 순서대로 한 식탁에 네명씩 앉는다면 아까운 음식들을 조금 더 줄이지 않을까, 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 주인 입장까지 헤아리는 이러한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서 있었던가? 앞으로도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그래서 금수저 출신의 정치인에게 심정적 공감을 느낄 수 없다. '서민들의 삶'이라 일컬어지는 그 모든 사람사는 세상에 과연 그가 얼만큼의 관심이 있을까, 싶어서다.
그가 버스를 선호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여러사람과 대화할 수 있었다. 가족들은 물론, 필요하면 참모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숨어있는 더 큰 이유도 있었다. 승용차편으로 이동하면 불가피하게 차량행렬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앞뒤로 경호차량이 붙으면 모양도 사납고 교통 흐름에도 지장을 주었다. 운전하는 사람, 경호하는 사람, 일반 시민들 모두에게 불편이었다. 먼 거리를 그런 행렬로 이동하게 되는 것을 그는 극도로 피했다. 운명의 날이 다가오던 그해, 대검 출두를 위해 봉하마을에서 올라왔을때도 그는 검정색고급 세단이 아닌 버스에서 내렸다. 재임시절에도 버스와 KTX를 자주 이용했다. 그는 타인의 불편 위에 자신의 권위를 세우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따듯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미안해 할 줄 알았고 또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중략) 도전의 지향점은 언제나 ,사람사는 세상,이었다.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며 지하철에서나 회사 휴게실에서 나 또한 눈물을 닦는다. 정책의 문제점이나 사각지대를 다룬 보도도 그렇지만 특히 감당하기 어려운 병마와 싸우는 힘없는 서민들과 집없고, 돈없어서 이러저러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기사를 보면 더 그렇다. 재임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기사와 보도들이 아프다"고 말했다.
독도는 우리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그의 담화는 '독도는 주권문제로서 도방렌 정면 대응하겠다', '조용한 외교 끝났다'는 요지로 모든 신문의 머리를 장식했다. 일본의 분쟁 지역화 전략에 말려 들 수 있으므로 독도문제에 관해서는 대응하지말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라는 주변의 의견에도 그는 참모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해양법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명확하게 정리해놓으라는 지시와 함께.
오늘 결론을 내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다만 이것이 인기 정책은 아닙니다. 국무회의가 무엇을 걱정하고 토론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장래와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지해야 할 방법과 절차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 정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편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보면 잘 이해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렵게 하나의 결론을 내었는데도 마치 반론이 없었던 것처럼 난도질당할 때면 그렇습니다. 

국무회의 공개를 두고 찬성과 반대하는 참모들 앞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가급적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을 가감없이 공개하자는 것, 결국 이 제안은 철회되었지만 이러한 제안은 모두 그가 얼마나 성실히 또 훌륭히 국정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정치말고 국정을 하라던, 뭇 정치인과 언론인의 비판이 의도적 비난임은 다 알았던 그는 일을 하면서도 얼마나 억울했을까?
나는 연연해할 것도 없고 후세의 평가에 전전긍긍할 생각도 없다. 어차피 역사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송시열한테 평가받을 수도 없는 것이고, 남인은 서인에게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 점을 확고히 생각하고 가자. 

정치라는 것이 이기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깃발이 분명해야 한다. 깃발과 논리가 분명하면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다. 이 승부를 너무 단기간으로 보면 안된다. 당장은 여론이 전부인것 같지만 길게 보면 숫자가 아니라 대의명분이다. 그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민주화도 한 것이고 안된다고 했던 6월 항쟁도 성공했고 민주주의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정치인은 당장의 승부를 초월해서 할일은 해야 한다.

보수는 '가지말자'하고 온건진보는 '걸어가자'고 한다 급진 진보는 '뛰어가자'고 한다. 
뛰어가든 걸어가든 가자는 사람들끼리 연대를 해야하는데 선거때는 표를 갉아먹는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일상 의정 활동에서도 뛰자는 사람은 걷자는 사람을 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진보가 이상하다. 진보끼리 정책 연대가 안 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2부 내용을 대략적으로 본인 위주로 요약발췌한 것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분되는데 1부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2부는 그의 정책 등 크고 작은 성공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이며 3부 부터가 귀향후에 대한 이야기다. 3부, 봉하 454일간의 기록. 3부를 읽는 것은 그야말로 괴로웠다. 사실은 두려웠다. 그가 운명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가혹하고 치욕스러웠을 대검 출두, 조사....다시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전까지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동시에 몹시 궁금했다. 이전의 그 누구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는 것이 괴로웠지만 결국 나는 끝까지 읽었다.



시간은 운명의 주말을 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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