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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11. 2020

배고픔에 대해서

갑툭 '진딧물의 허기'


하기 두권의 책을 통해 배고픔에 대한 지평이 꽤나 넓어졌지만 그렇다고해서 배고픔의 크기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다만, 배부름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달까.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함께 읽었다. 전혀 다르지만 어쨌거나 같은 시기에 읽은 '배고픔'에 관련된 책 두 권.



배고픔에 관하여


책을 읽게 된 배경: 어느날 신문 기사에서, 나의 주된 관심사인 배고픔에 대해, 누군가(샤먼 앱트 러셀) 통찰력있게 책한권을 썼다길래, 바로 주문해서 읽어봤다.


굶주림의 근원은 식량이나 토지 부족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부족이다.

by 프랜시스 무어 라페



나는 생각했다. 늘.

인생은 배고픔과 배부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일찍이 배고픔에 대해 이렇게 통찰력있게 다룬 책을 본적이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고픔에부터 다이어트, 금식, 단식투쟁, 거식증,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기근까지 배고픔에 대해 꽤 정성껏 담아냈다. 정치적인 이유로 굶어죽어간 유대인과, 죽은 엄마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는 앞 못보는 소녀와,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모든 아이들에게 오늘도 배불리 먹은 하루가 미안했다.

어른들의 굶주림은 현재의 일이고, 아이들의 굶주림은 미래까지 영향을 준다지만 그렇다고해서 어른들의 굶주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부디 조금 덜 먹고, 아깝게 버리는 것 없이. 지구 반대편 누군가를 염두에 둔다면 좋겠다. 우리는 모르는게 아니니까. 행동을 하지 않는 것 뿐이니까(265p).




채식주의자, 한강


어떤 이들은 이 책을 단지 '처제와 형부간의 섹스'라는 충격적인 부분에만 천착할 수 있다. 아니면, 이 책이 멘부커 상을 수상했다는데 과연 그정도의 내공이 있는지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번역한 사람의 공이 더 컸으므로 이 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들어보면 말이 되지만 사실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나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억압' 과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단지' 채식을 하고자 하는 영혜는 남편에 의해, 가족에 의해 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받게된다. 급기야 양팔을 압박하고, 억지로 입에 고기를 우겨넣는 가족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이를 계기로 이혼을 (당)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게 되는 일련의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어쩌면 이 모든 사달은 그녀가 고기를 먹지 않아서 벌어진 일. 결국 영혜는 타인에 의해 미친사람이 되고, 결국 (그렇게 모두의 바람대로)그녀는 미쳐간다. 영혜라는 여인은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단지 그녀는 그저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고기 안 먹을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영혜는 대체 어떤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을까.

'무시받기 쉽고 억압하기 쉬운 약한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고 강요받는, 잔인한 시대에 대한, 한강의 글은 꽤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래 너도 배고파서 그랬겠지

약한 화초를 먹고사는 진딧물. 진딧물의 즙을 좋아하는 개미와 칠성무당벌레.

오늘 문득 일전에 읽은 배고픔이라는 주제에 관한 두권의 책을 정리하면서, 이틀전 나의 사계소국에 덕지덕지 붙어서 애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은 진딧물 생각이 났다. 거머리 같은 느낌으로, 식물에 매달려서 즙을 빨아먹서어 미움을 받고 있는데, 그들 입장에선 배고파서 먹이를 먹는것일 수도 있는데, 모두들 끔찍해하며 농약을 치거나, 말려 죽이거나 호들갑을 떨어대니 그들 입장에서도 서운할 노릇이겠다. 그래도 어쩌랴 너무 싫은 걸.

빗물에 두고, 분갈이를 해주면 된다길래 어제 비맞으며 분갈이해서 남의 집 돌담위에 비 맞게 두었는데 아침 출근길에 확인해보니 물맞은 진딧물이가 더 통통해지고 건강해보였다. 제길. 농약을 치는 것 외에 천연방법을 알아보니, 식초를 섞어서 뿌리거나, 막걸리를 물에 희석해서 분무하라는 글들이 눈에 띈다. 마침 집에 막걸리도 있고 식초도 있으니 차례차례 시도해보리라. 오늘은 일단 식초가 등판하기로 했다. 안되면 내일은 막걸리 구원투수를 내보낼 생각이다.





왼쪽부터 진딧물 천적 칠성무당벌레, 개미 & 징그러운 진딧물
왼쪽부터 점박이 응애, 뿌파(뿌리파리), 칠레이리응애 (우리 사계소국에 생긴 건 이 진딧물같다)



아아아.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진딧물 종류가 있구나. 점박이 응애, 칠레이리응애, 이름은 다 다르지만 내 입장에서 죄질이 아주 나쁜놈들이다. 싸그리 몽땅. 진딧물 천적 개미와 칠성무당벌레에게 무한 애정이 가는 즈음.

그래, 진딧물 너도 진딧물로 태어나고 싶은건 아니었을테니까. 배고파서 그런걸테니까. 그래도, 용서가 안된다. 오늘, 퇴근후 식초 공격을 퍼붓겠다. 나는 분명 예고했으니...피하려면 피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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