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르테르를 듣다가

Letters to Juliet

by 책읽는 헤드헌터


음악은 참으로 신비한 재주를 가졌다.

그 곡을 들었을 그 당시 그 장소로, 우리를 인도한다.

소름끼치도록 감동받았던 지저스 공연을 보고, 그 밤에 바로 강릉가는 기차를 탔던 그해.

짐을 맡길만한 곳이 없어서 3박 4일 일정으로 싼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야했던 사려니 숲길.

(그래도 찬양이 함께해서 우리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지...)

너와 함께 눈물콧물 닦고 봤던 수많은 공연들.


어제 교보에서 책을 읽었는데 연애를 하는 것은 놀라운 거라고 하더라.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가면, 맑은 눈동자로 나를 반기는 한 사람이 있다고.
그리고 그의 손을 잡고 이 밤을 보내고 나머지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과, 관계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주변부로 사라지고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기는 것. 사랑하는 이를 따뜻하게 끌어 안는 것.
그래서 연애라는 건 그렇게도 놀라운 것.


연애가 그렇다네? 난 늘 연애를 글로 배워서긍가. 잘 모르겠네.

난 말이다. 그 연애, 라는 걸 하는 동안 참 많이도 찌질했고, 불안했고, 상대를 의심했고

더 사랑하는것이 창피했고, 그사람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아닌척하느라 부던히도 애썼더랬다.

그사람에게 향한 내마음만 뜨거울세라 몰래 마음식혔던 것도 여러날.

나는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느라 힘들었고 지쳤고,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매사 too much 솔직한 내가 연애를 할땐 왜그런가 나도 잘 이해가 안가더라구.


다음번엔, 다를 수 있을까?

(시와 노래 완벽한 사랑, 가사처럼) 불안해하지않고. 의심하지 않고. 부끄러움 없이. 잃을까 멈추지않고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낮에까지는 행복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다가 갑자기 왜 이렇게 센치해진건지 모르겠어.

와인 때문인가? 내 베르테르 CD를 니가 빌려갔는지 물어보다가, 문득 너와 나두던 문자에 그냥 눈물이 났다.


자고 나면 나아지겠지. 근데 안 자고 싶다.

그간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가족에 허덕이다 놓친 그때 내가 사랑해마지않았던 곡들을,

이밤 좀 몰아 들어볼란다.


고마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 거리를 두어야만 회복이 되는 까탈스러운 나의 곁에서, 여전히 그 모든 순간을 함께 해주는

너에게 감사한 밤이다.

2018년 제니퍼 드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기는 소심한 책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