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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8. 2020

큰이모부에게

Letters to Juliet


내년에 또 올께요, 했던 계획은 결국 지키지 못했어요. 이모부. 


그때 이모부를 마지막으로 뵈러 갔을 때로부터 3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다시 못찾아뵈어서 죄송해요. 


보통의 날과 다름 없는 월요일. 

출근해서, 회사분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들어오는데 이모부 소식 들었어요. 

향년 86세, 우리 큰이모부 별세.



부랴부랴, 양평들러, 둘째언니 부부네랑 엄마 모시고 장흥에 왔습니다. 


평소에 자주 못본다던 이모부 큰아들과 둘째아들도 이미 장례식장에 와 계셔서 생전 처음으로 인사 드렸어요. 

막내오빠는 여전히 예의 그 사람좋은 미소로 문상객 맞이하고 있었어요.

장흥 빈소까지 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면서. 

그러는 와중에 큰이모 살뜰하게 챙기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이모부. 

오빠, 술은 계속 취해있네요.




  서른초반에 남편 잃은 사람도 있을라고,
형부는 행복하게 오래 잘 살았어



막내이모도 잘 있어요. 

큰이모앞에서는 일부러 씩씩한 척 센척해요.

자기는 서른 초반에 젊디 젋었을때 남편잃고도 잘 살았다고. 근데 말로는 그렇게 해도, 저한테는, 작게 속삭였어요. 늬 큰이모 걱정이라고. 둘이 하루종일 붙어서 사부작 사부작 복작였는데 이제 혼자 어쩌냐고. 

새벽에 쿵소리 나면서 이모부가 쓰러지고는 5분안에 바로 숨을 안 쉬셨는데 마음이 너무 철렁했다고. 

두분이 보통 살가운 사이가 아니라, 모두들 걱정해요.


어젯밤에는 빈소에서 잤는데 새벽녘엔가 갑자기 추워서 두리번 거리다가 옆에 누워있는 울 큰이모를 끌어안고 잤어요. 이모부 알죠? 엄청나게 포근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울 큰이모 넓은 품. 잠이 꿀처럼 쏟아지더라구요. 

우리 큰이모, 이모부 없이도 잘 지내겠죠?

떠나셨지만 기분좋은 바람으로, 향긋한 꽃으로, 지저귀는 새로, 아름다운 나비로 이모곁에 늘 있어주세요.  


근데 이모부, 10년 만인거 아세요?

오늘, 이모부 가시는 날, 이모부 덕에 큰이모랑 막내이모랑 우리 엄마 세분이 십년만에 한 자리에 모였어요. 

우리 아빠 돌아가신 뒤 이후 거의 처음이에요.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또 십년이 훌쩍 간거에요. 

해남아저씨랑 고스톱도 치고, 은미 언니랑도 이야기 나누고, 날 밝자마자 저희는 목포로 출발했어요. 

이모부 덕에 엄마 모시고 장흥 온김에 서울 올라가는 길에 엄마 고향 목포바다 한번 보고 가려고요.

엄마도 몸이 불편해서,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싶고해서요. 겸사겸사. 

엄마가 장흥오면서 "우리덜 고향이 장흥이 아니라 조문객이 많지는 않을거다" 라고 했는데

문득 잊고 있던 엄마 고향이 생각나더라고요. 목포. 엄마가 부르는 목포는 항구다, 라는 노래를 통해서만 알았던 도시. 


저도, 3년전에 이모부 뵈러 장흥 왔을때 강진이랑 해남, 장흥, 광주만 가봤지 목포는 못가봤어요.

17세 꽃다운 나이에 고향을 떠난 이후로 58년만에 엄마는 목포 가본다고 하고, 저도 39년만에 처음으로 목포를 가보게 됐어요.


이모든 게, 우리 이모부 덕분에요.

옆에서 아무말씀 안하셔도 침묵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했던 이모부.

막둥아, 하고 부르는 한마디에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졌었는데. 

이모부 편히 쉬시다가 우리 다시 또, 만나요.


이모부없이는 장흥에서 양평에 절대로 못오는 무식이 동무들 애숙이, 애자도 하늘나라에서 잘 보살펴주시고

양평에서 혼자 자매들과 떨어져서 살고있는 우리 애심이 엄마도 가끔 찾아와주세요. 

이모부, 안녕. 


2019년 장흥에서 막둥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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