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To Juliet
지금 나는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씻고 걸으면서 땀범벅된 옷 빨아 널고
저녁대신 복숭아랑 카스테라를 (맥주 한캔과 먹었다고 고..고백할께;;) 먹고 누워있다우.
전라도 여행 중이야. 장흥에 있다가 오늘 강진으로 넘어왔어.
사랑맘이 나 지쳐보인다고 그래? ㅎ
지칠때도 있고 안지칠때도 있고 그렇지 뭐. 근데 일하는 것도 아니고 여행하면서 지친다는 푸념은 왠지 좀, 미안해진다. 니 문자받자마자 이 편지를 쓴다.
근데, 지칠만도 한 게 운동 하나도 안하다가 매일 14km, 5시간 이상 걷고 있으니 그럴수밖에.
아침저녁 쌀쌀하지만 그래도 낮엔 꽤 더워서 얼굴하고 등에 땀이 흠뻑 젖는다.
준비해온 긴팔이 무색한 지경이야. 아직 한번도 안 꺼내입은 짐도 있어. 긴 가을잠바..이걸 왜 가지고 왔을까? ㅎㅎ 이번 생일은 이곳 강진에서 시작해서 해남 땅끝마을에서 마무리 할 것 같아.
오롯이 혼자말이다!!
저기 저 작은 점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이모랑 이모부야. 오늘 아침에 큰이모부랑 막내이모가 강진으로 떠나는 날 배웅해주는모습 찍어뒀지. 아쉬워서, 두고온 분들 애잔해서, 장흥 버스터미널에서 또 한참을 울었지뭐.
그리고 강진으로 왔어.
자유라는 게스트하우스 뜻이 마음에 들어왔는데 (자발적 유배지란 뜻이야)
아직 정식 오픈을 하지 않아서 모든 게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야. 그래서 가격을 할인받기는 했지만 이 건물안에 달랑 나혼자라 밤새 너무 무서웠어. 오랜만에 기도 열심히 했다.
새벽 네다섯시에 일어나서 날 밝은거 보고, 다시 조금 더 자다가 아침에 바로 교회갔어~
여기 4인실인데ㅡ나 뿐이었어. 독채나 다름없었지만 하나도 고맙지 않았달까.
비수기에 여행하는 혜택이ㅡ있지만 심심하고 또 무섭기도해.
굳이 선택하라면, 난 사람 많아서 씻는데 오래걸리고 복작거리더라도 사람많은거 선택할래.
그동안은 6인실에서 둘, 셋 자면 개꿀, 이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진짜 너무 무서웠어.
여기가 낵가 묵었던 게하 거실.
여기 짐을 두고 다산초당으로 갔어
오늘 내가 강진에 온 목적이기도 하지!
근데 이모집에 편히 있다가, 갑자기 낯선 강진이란 곳엘 오니까 또 너무 낯선거야
그래서 초당마을 초입 기장교회(만덕 교회)가 보이길래 바로 들어와서 기도했어. 여행내내 동행해달라고.
눈물이 또 찔끔 나더라 ㅠㅠ
아니, 내가 좋아서 혼자 온 여행인데 왤케 눈물이 자주 나는걸까?
여행지 예배당 문열린 곳이 있으면 들어가서, 기도하고, 헌금하는데 오늘은 이 교회 차량 구입 헌금봉투에 마음을 좀 보태었어.
그리고 다산기념관 들렀다가
뿌리길, 따라
바로 이곳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어
짜잔.
기도발이 바로 생겼는지 저분 잘 만나서 정약용과 이곳 다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
시간 좀 있소?
하시길래 여기 여행중에 남는 게 시간입니다, 답하니 이야기 꽃이 천리만리~
그러다 다른 관광객이 몰려와 내가 슬쩍 백련사 오르는 길로 자리를 피해드렸다우
길에서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 모두 참 귀한 인연이야.
덕분에 강진이 아까 아침보다는 조금 친숙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참 절이 많아. 교회도 많지만.
백련사도 간 김에 들렀어
저기 멀리 보이는 바다가 구강포.
여긴 지금 손학규가 머물러 있지만 전에는 결사가ㅡ이루어진 장소래, 백련사
날이 무지 더웠다. 땀이 어찌나 나던지!
다산초당에서 백련사까지 동백꽃이 유명한데 이건 백일홍이야
버스가 있지만 도보여행이 이번 컨셉이니만큼 걸어서 강진읍으로 나오고 있었어
아무리 급해도 그건 댁의 사정이지, 알았응께 어여가쇼!
강진읍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전화기가 없는거야.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곳에 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갔어.
계세요? 해도 답이 없어서 들어가서 전화기를 쓰고 있었어, 내가 급하다고 내가 넘 무례했지.
그 와중에 집에 온 진짜 집주인 어머니가 놀래서 주변분들 다 모이고...단숨에 주거무단침입한 대역죄인이 되어있었어. 어머니가 쌩하게 "아무리 급해도 그건 댁의 사정이지, 알았응께 어여가쇼!" 하시길래
바카스 한박스 사다 드리면서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 죄송하다고 거듭사과 드렸지.
무단주거침입죄를 6.000원에 무마했다.
"가방에 노란리본에 노란팔찌에 달고 교회다니는 아가씨네"
하면서 더는 뭐라고 안하시더라 (하나님 감사합니다 ㅠㅠ)
한시름 돌리고 게스트하우스 와서 씻고 내일 예배드릴 교회 찾아 나왔지
이왕이면 기장교회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여기가 바로 민주주의 성지이자, 기장이길래 주보 받아왔어.
내일 여기서 예배 보고 해남으로 떠나려고.
몰랐는데 선교시작한지 백년이나 된 유서깊은 곳이더라
내 생일헌금은 여기 강진읍 교회에 냈다!!!
나는 이렇게 오늘 하루를 보냈어.
추석당일에 속초로 가서 가족 만나려고.
아버지 돌아가신뒤로 가족들 해마다 속초에서 추석을 보내고 있거든.
남은 여행기간 동안 기도 부탁해도 될까?
서로를 위해 기도하자.
늘 고마워.
또 소식 전할께, 2016년 강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