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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28. 2020

기타를 배운다는 것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기타를 배우려고 했던 건, 국카스텐 하현우의 붉은밭 어쿠스틱 버전을 듣고나서였다. 밴드없이 저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까지하는 하현우를 보면서 경이로웠다. 지금은 이름 자체를 언급하기 껄끄러운 정준영이 기타치며 노래했던 Nirvana 의 웨얼디쥬슬립 라스트 나잇, 도 꽤 좋아했다.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이런 제목을 짓다니. 맘에 든다. 너바나.


그때 그 하현우의 붉은밭

https://www.youtube.com/watch?v=FMYclV1oJ7k


그러나, 정작, 내 발걸음을 실용음악학원으로 이끈 건 주지훈이었다. 내게 기타를 소개한 남자.

주지훈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당신이 나를 학원으로 인도했다. GD가 가고 하현우가 왔듯이, 몇계절이 지난 후, 에릭, 준수에 이어 주지훈이 내맘에 들어왔다(이 글을 쓰는 시점에 다시 그는 떠났지만;;). 그의 필모를 밤새서 마스터 한 후, 마침내 일본에서 열린 팬미팅 현장에서 이루마의 키스더 레인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게 된거다. 배운데, 피아노를? 처음 든 생각은 그거였다. 실력은 당연히 어설픈데, 한음한음 연습하고 노력한 게 보여서 대단해보였다. 동시에 나도 노력하면 저렇게 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릴적부터 늘 피아노치는 여자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학원비가 없어서 (진짜로!) 학원을 2달 다니다 말았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계 기업 채용이 스탑되면서, 갑자기 시간도 생겼는데, 이제라도 배워볼까 싶어서 학원엘 찾아갔다. 마침 집 앞에 학원이 똬악! 근데 학원에 들어가자마자 기타도 같이 배우고 싶은거다. 보컬레슨도 받고싶고. 피아노, 기타, 보컬레슨. 그냥 그날 충동적으로 기타부터, 할께요, 해버렸다. 그렇게 나의 기타레슨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매주 화,목. 8시 시작. 40분 레슨. 월 16만원.


https://www.youtube.com/watch?v=X5Ccp0B38v8&t=95s

내게 기타를 소개한 남자



MAUDE

“사람이 살면서 악기 하나쯤은 다루어야 해.”


해롤드&모드라는, 연극을 통해 모드 할머니가 해준 수많은 어록들 중 하나다.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인생을 살다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음악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 잘 알기에. 그러니까 어쩌면, 나를, 학원으로까지 이끈 건 브람스, 하현우, 주지훈, 모드 할머니, 강신주, 김갑수 모두의 노력의 결과다.





2020.04


내가 무언가를 배울때 나의 쌤들에게 당부하는 말.

"제가 몸치, 박치에요. 하지만 저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나 나는 잘 안다. 실상 포기하는 건 언제나 내쪽이지 한번도 그들이 먼저 나를 포기한 적이 없다.

-미션: 왼쪽 손톱짧게 깎기

-배운것: 개방현. 반음(미파, 시도). 미라레솔시미(EADGBE)

-어려운것:스트로크



2020.05


매수업마다 손톱 지적 받는다. 늘 짧게 깎는다고 깎는데...40분 내내 E코드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자괴감이 들라한다. 쌤은 한숨쉬지 말라는데 수업받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취미반이라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미션: 손톱 더더더 짧게 깎기

-배운것:텐션코드. 텐션노트. 9.11.13 숫자들. Fermata (늘임표). Da Capo(악보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주. D.C)

-어려운 것: 손톱짧게 깎는 것;; 또 짧게 못 깎았다고 직접 깎아줌. 손톱을 남이 깎게했다고 정윤콩 난리난리. 이후로는 내가 알아서 짧게 깎고간다.



2020.06

아기돼지로 시작해서 섬집아기, 과수원길, 만남, 회상까지 왔다. 아직 어려운 코드가 없는데 담주부터 렛잇비를 시작하는데, 한번 고비가 온다고 했다. 보통은 여기서 go or stop이 판가름 나기도 한다고.

-미션: 느낌있게 연습하기. Mute. 엄지회전, 코드 한번에 잡기

-배운것: 템포, 악센트, 개방현 세개 챙겨 연주하기

ABC 초콜렛, 라시도!





2020.07


투비 컨티뉴,

1년은 배워볼 생갹이다. 우리쌤 목적지는 falling slowly. 느낌있게 그곡을 연주하게 되는 날이 진짜로 온다면 좋겠다. 아마도 2021년 봄에는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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