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흔히들 가장 좋아한다는 뜻으로 '인생' 혹은 '개'라는 접두사를 사용한다. 개 좋아. 인생맛집이야. 같은 식으로. 내 경우엔 주로 좋은 드라마를 표현할때 '인생'이란 단어를 초대한다. 이를테면 <나의 아저씨>같은 드라마를 설명할 때.
< 또, 오해영>이란 드라마를 쓴 사람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 하던 차 같은작가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논란 속에 방영중이었다.
2018년 이야기다.
아이유에 씌어진 롤리타 논란속에 '아이유가 미성년자도 아니건만' 소아성애 컨셉이라 불편하다는 시청자 의견이 일부 있었다. 아마도 드라마를 기사로만 읽은 사람들이 본질을 간과한 채 비난을 위한 비난댓글을 쓴게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핫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한마디씩이라도 아는척을 해야,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 것 마냥 아는 척 & 잘난척을 못해 안달인 시기. 2018년. 나는 아무런 편견없이, 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고 모두의 우려가 정말로 하등 쓸데없는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드라마에 몰입했던 이유는 박동훈 부장(이선균)의 앞뒤 똑같은 '한결같은 모습' 때문이었다.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진짜 있을까? 드마라에나 있을 법한, 절대로 남의 뒷담화 같은 건 안하는 앞뒤가 똑같은 사람. 인간은 한 겹이 아니라 아무리 친한 친구, 심지어 가족이라 할지라도 (별다른 생각없이) 당사자가 들으면 기분나쁠만한 이야기를 뒤에서 토로한다. 일명 뒷담화. 뒷
같이 뒷담화를 해놓고 자기 이야기는 쏙빼고 말을 전하는 사람
뒷담화에 자기 오해를 곁들어 여기저기 실어 나르면서 더 큰 이슈를 재생산해내는 사람
뒷담화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야지만 사람들 무리에서 인싸가 되는 줄 아는 사람.
희생이라곤 없는데다, 너무나 쉽게 남 탓하고, 앞뒤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가벼운 인간관계가 난무하던 즈음에, 바보같을 정도로 우직하고, 믿음직한 박동훈 부장(나의 아저씨 주인공인,아저씨다) 때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누가 듣건 듣지 않건, 타인에 대한 평가가 한결같은 사람. 그사람 앞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만, 뒤에서도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진짜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같은것을 보았다고 해야하나.
대략의 줄거리
아이유는 박동훈 부장이 다니는 회사에서 파견직으로, 영수증 정리나 복사 등 잡다한 일을 하며 투명인간 처럼 지낸다. 박동훈은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는 회사대표이자 대학후배인 준영으로 인해 회사생활이 너무나 치욕스럽다. 어린놈이 자기 상사가 되고 대표가 돼서 싫은 게 아니라 대학때부터 이죽거리며, 주변사람까지 피해를 줄만한 그의 행동거지가 처음부터 싫었다. 그래서 거리를 뒀던 터였다. 그런데 한직장에서, 것도 회사 대표가 되면서 가뜩이나 힘든 회사 생활이 더 엿같아졌다.
준영은, 묵직하고, 뚝심있는데다 실력까지 겸비한 박동훈과 틈만 나면 자리를 넘보는 2인자 박동운 상무가 눈엣가시다. 1차 타겟은 박동운 상무. 싹부터 자르려고,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것처럼 박동운 상무를 날리려다 돈봉투가 박동운이 아닌 박동훈에게 잘못 배달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딸의 축의금을 슈킹하는 큰형을 보며, 잘못 건네받은 봉투안에든 5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차마 바로 내치지 못하고 책상서랍에 넣어둔 동훈. 그의 당황한 모습을 예의주시하던 파견직 아이유는 어차피 눈먼돈이 될 5천만원을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상품권으로 마련된 5천만원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장물아비로 몰리게 될 위기에 처하자 아이유는 그돈을 휴지통에 버린다. 이 사건이 잘못 포장되어 박동훈 부장은 뇌물을 수수한 사람에서 갑자기 <5천만원 상당의 유혹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리는> 도도하고 패기있는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고 이에 회장(신구)으로부터 큰 신임을 얻는다.
모든 스토리를 알고 있는 아이유는 배고플때마다 밥사라며 박동훈 부장을 활용한다.
사채빚을 갚기 위해 먹이를 찾아 헤매던 아이유는 도준영의 정적 박동훈과 박동운 두사람을 무사히 자를 수 있게 해주겠다며 발칙한 제안을 했다. 댓가로 각각 천만원을 준비하라면서.
그때부터 아이유는 박동훈을 잘라낸 후 천만원을 받기위해 박동훈 부장 주변에서 그를 주시하며, 도청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술 사달라고 접근해서 그에게 입을 맞춰보고 유혹을 시도해보지만 박동훈이란 인간은 애당초 그런 것에 흔들릴 인간이 아니라 판단하고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뭔가를 엮어낼만한 구린게 없는 이 아저씨. 퇴근후엔 삼형제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다시피하는게 고작, 주말엔 조기축구가 전부. 아내가 학교후배이자 끔찍히도 싫어하는 회사대표랑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했지만 가족 모두를 위해 조용히 덮으려는 이 대단히 답답한 아저씨.
이 아저씨는 회사대표라는 놈이 내 아내와 섹슈얼이슈가 있다며 이슈를 크게 키울만도 한데 원수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놓지 않는다. 자신이 상처받더라도 가족을 지키는게 제일 중요한 사람.
이 아저씨를 미행하고 도청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상처받은 아이유 마음이 치유가 되어가는걸 느낀다. 아이유는 어느새 이 아저씨 한숨소리 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 여기서 잠깐, 우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우리 아이유로 말하자면, 어쩌다보니 손녀가장이 되었는데, 중학교 2학년때, 사채업자가 할머니를 발로 차고 때리는 걸 보고 '할머니를 보호하려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부엌칼로 그 사람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것. 다만, 법이 정당방위라며 그아이에게 죄를 묻진 않았다. 그래도, 사람을 죽인, 죽게한 전과가 있는 살인자라는 트라우마는 평생 꼬리표처럼 아이유 앞뒤옆을 따라다닌다.
누가 알까봐 전전긍긍 두려운게 더 싫었기 때문에 어떤 땐 차라리 광화문 전광판에 자신이 살인자임을 광고해서 세상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아이유는 그간 '잘해주던 주변 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아이유의 살인 전과를 알고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 이후 아예 처음부터 그 어떤 누구에게도 작은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 겹겹으로 쌓은 아이유 마음의 벽을, 저 바깥의 벽부터 자꾸만 두드리며 아이유 마음으로 들어오는 한 사람이 나타났다. 진짜 어른. 나의 아저씨.
근데 문제는 처음으로 아이유 인생에 나타난 이 좋은 아저씨, 진짜 어른같다고 느낀 이 사람 인생이 어째 또 참 녹록치가 않다. 이런 삶을 어떻게 버텨낼까 싶은 날이 많다. 아내는 끔찍히도 싫어하는 단 한사람의 인간 회사대표랑 바람을 피우고, 삼형제 사이에서 치이고, 회사에서 허구헌날 희생양이 되고.
하루 24시간 서너개의 알바를 하며, 단칸방에 앉아 할머니를 지키며 웅크리고 앉아 쪽잠을 자고,
밥은 돈이 없어서 타의로 1일 1식하는 우리의 아이유 (주로 믹스커피 너댓개를 물에타서 허기를 달래는데 각성상태에서 알바를 하려는 이유도 있다). '어떻게 지치지 않았는데 잠을 자지?'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몸이 지쳐나가떨어지게 혹사시켜야만 잠을 잘 수 있는, 자기 하루도 버거운 이 아이가,
여기저기 치이며 하루하루 천근만근의 무게를 떠안고 사는 아저씨의 행복을 지켜주겠다고 나선다. 지나 지키지. 마음아프고 기막힌 노릇이다.
얼음장 같던 아이유가,
자기 삶도 버겁고,
남들에겐 기대하는 게 없어서 먼저 잘해주고 싶은 생각도, 사람들에게 잘 할 생각도 1도 없던 이 아이가 나저씨를 만나 변해간다. 이 아저씨를 둘러싼 모든 것이 (가정, 형제, 동네까지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너무나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24시간 도청해도 전혀 거리낄 것 없고
말도 원체 없지만, 앞에서 말한 생각이, 그사람이 없는 뒤에서도 똑같은 사람.
타인의 상황이나 삶에 대해 감히 판단같은 것을 하지 않는 사람.
너무 쉽게 타인을 평가하고,
서운하면 뒷말하고,
내가 더 인정받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던 못난 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 나저씨를 보면서,
깨닫는 바가 많았다.
나도 이런 아저씨가 되고 싶어졌다.
자칫 무능하고 바보같아 보여도,
자기 일(건물 구조 기술사, structure engineer) 은 확실히 해내는 사람.
구조설계사는 구조적인 판단만 한다, 정치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다, 는 신념이 확고한 사람.
누군가 24시간 나를 도청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말하는 연습하기
당시 이 드라마를 보며 생각한 거다. 근데 2년이 지난 2020년 7월.
여전히2018년 박동훈 아저씨를 몰랐던 때처럼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뒷담화 하는 모습- 다시금 인간 참 변하기 어렵구나, 반성하면서 다시 이 인생드라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난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어요.
빨리 AI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연기도 AI가 제일 잘하고 공부도 AI가 제일 잘하고 변호사, 판사, 의사도 다 AI가 잘하고. 인간이 잘난척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세상이 오면 잘난척할 필요도 없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인간은 그냥 사랑만 하면 되고. 잘난척하는 인간들로 바글대는 세상 너무 지겨워. 난 잘난 게 하나도 없어서 죽을 것 같아요.
'발연기 하는 여배우' 역을 맡은 어떤 여배우의 대사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 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싹싹하게 굴어도 지 식구 안 챙기는 애가 있고, 싸가지없게 굴어도(아이유) 지 식구 잘 챙기는 애가 있어
(팀원이 묻는다. 부장님 쟤 잘 알아요?) 한동네 살아.
살인 아닙니다. 정당방위로 무죄판결 났습니다.
(윤 상무가 발끈하며 묻는다. 알고 있었다는 말이네? 알면서 계속 이런앨 회사에 다니게 둔거야? 어? 사람죽인애를?) 누구라도 죽일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무님이라도 죽였고 저라도 죽였습니다.
그래서 법이 그 아이한텐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왜, 이 자리에서 이지안씨가 또 판결을 받아야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일 당하지말라도 전과조회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이를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그 보호망까지 뚫어가면서 한 인간의 과거를 붙들고 늘어지십니까?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하는게 인간 아닙니까? (윤상무가 소리 지른다, 여기 회사야!)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인간 다 뒤에서 욕해. 친하다고 뭐 욕 안하는 줄 알아?
인간이 뭐 그렇게 한겹이야? 나도 뒤에서 남 욕해. 욕하면 욕하는 거지 뭐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일러?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마.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그래. 모르는척 하는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일도 아니야
동훈: 인생 왜 이렇게 치사한 걸까?
정희: 사랑하지 않으니까 치사한 거지
동훈: 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겸덕: 니 몸은 기껏해야 120근. 천근만근인 것은 니 마음
지안: 내 인생에 나를 도와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거라고 생각하진마요.
많았어요 도와준 사람들.
반찬도 갖다주고 쌀도 갖다주고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네번까지 하고 나면 나아질 기미가 없는 인생 경멸하면서.
지들이 진짜 착한인간들인줄 알았나보지.
동훈: 착한거야.
네번이 어디야.
한번도 안한 인간들 쎄고 쎘는데.
동훈: 미안하다.
지안: 아저씨가 왜요. 처음이었는데. 네번이상 잘해준 사람. 나같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동훈: 할머니 돌아가시면 전화해 전화해 꼭
지안: 나한테 누명씌워서 자르려고 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한 회사에 있어 얼굴보는 것만도 지옥같을텐데
동훈: 현실이 지옥이야 여기가 천국인줄 아냐? 지옥에 온 이유가 있겠지 벌 다 받고 가면 되겠지
지안: 벌은 잘못한 사람이 받아야 되는거 아닌가?
동훈: 아버지가 맨날 하던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말을 나한테 해주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동훈: 그냥 나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겠다 싶었는데
친구: 희생같은 소리하고 있네. 니가 625용사냐 임마. 희생하게. 열심히 산거 같은데 이뤄놓은건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희생했다치고 싶겠지. 아.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 지석이한테 말해봐라. 널 위해 희생했다고. 욕 나오지. 기분 드럽지. 누가 희생을 원해? 어떤 자식이 어떤 부모가? 아니 누가 누구한테? 그지같은 인생들의 자기 합리화. 쩐다 임마.
동훈: 다들 그렇게 살아
친구: 아이고 그럼 지석이도 그렇게 살라고 그래. 그 소리에 눈에 불나지? 지석이한텐 절대 강요하지 않을 인생. 너한텐 왜 강요해?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란 단어는 집어치우고. 동훈아.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
친구: 아이고 미친. 절로 안가?
친구: 행복하자 친구야.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할머니: 좋은사람(동훈 떠올리며) 같아
지안: 잘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되기 쉬워
할머니: 왜울어?
지안: 나랑 친한 사람중에도 그런 사람 있다는게 좋아서
최유라.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어요. 전 그랬던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였구나. 아무것도 아니였구나. 망가져도 행복할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동네도 망가진 것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것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동훈: 이제 너도 좀 편하게 살아. 하고싶은거 하고 먹고싶은거 먹고
니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옛날일 아무것도 아니야.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두고, 왜.
동훈: 나 그렇게 괜찮은 놈 아니야
지안: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지안: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볼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시키는 직장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 으로 살아왔습니다. 회식자리에 같이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을 박동훈 부장님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합니다. 존경하고요. 제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게 어쩌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짤린다고해도 처음으로 사람 대접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해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삼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안: 진짜 내가 안 미운가?
동훈: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너를 알아
지안: 사람만 죽인줄 알았지? 별짓 다했지? 더할수 있었는데.
그러게 누가 네번이상 잘해주래? 바보같이 아무한테나 잘해주고. 그러니까 당하고 살지.
동훈: 고맙다. 고마워. 그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편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아파 하는 꼴 못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살겠다.
너처럼 어린애가 어떻게..어떻게 나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때문에 마음아파할거고 나때문에 마음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아파 못살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 수군거리는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망가져. 행복할꺼야. 행복할께
지안: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동훈: 어. 행복할께
동훈: 잘가라
지안: 한번 안아봐도 돼요?
동훈: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 네
이 드라마 백미는
단연 삼형제+ 그들을 둘러싼 그 동네 사람들이다. 박상훈. 박동훈. 박기훈 삼형제와 스님이 된 박해준, 그를 여전히 기다리는 정희(오나라).
조기축구 멤버들. 기훈이 여친이 된, 될 최유라(권나라)의 방문에 눈휘둥그레해지는 동네 친구들.
아저씨 이야기 하느라 미처 언급을 못했는데 드라마 전체 다, 조연의 스토리까지, 하나도 놓칠게 없는 작품이다. 혹시 아직 안본 분들은 넷플렉스에 올라왔으니 주저하지말고 정주행 시작하시길! ost도 짱좋다!!! 특히 dear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