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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Oct 31. 2020

신입교육을 하며 느낀것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때 나에게 입사교육을 해준 이사님들은 어느새 상무가 되었고 지금은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벌써 11번째 신입교육, 클리어.

내 강의방향은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대상은 일본, 러시아 등 외국에서 서치 컨설턴트를 해봤던 경력자와 외국계 서치펌 경력자, 인하우스 HR.  우리일을 잘모르는(생-신입, 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들을) 신규 입사자 교육과는 다르게 A-Z까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각자가 생각하는 헤드헌터 역량과 그에 맞춰 자신이 갖고 있거나 갖지못한 부분에 대해 논의했고, 각자 벽에 부딪혔을때나 슬럼프 극복하는 방법, 동기부여에 대한 부분, 마지막으로 고객사와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다들 최소 2-3년간 서치 컨설 경험이 있어서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라 이전 기수 신입들 대비 질문이 많거나 호응이 크지는 않았다.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강의를 제일 싫어하는데, 혹시 내 시간이 그렇진 않았나 내심 걱정됐다.


다행히, 교육 피드백은 괜찮았다.
나처럼 deep dive 하게 일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이’가 있었다는 것.


휴.
그런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건 왜일까  
마지막으로 <왜 그렇게까지 일하냐> 는 우려를 들으며 열일했던 적이 2-3년전이다.

(5년간 함께한 멋썸은 ‘부장님 활기가 매년 조금씩 없어져가는 걸 느껴요’ 라고 자주 말하곤 한다)

돌아보면 스무살 중반부터 시작된 야근.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시작한 야근인데
결국 그것은
남들보다 나은 수준의 업무결과와 평판을 가져다주는 나의 트로피가 돼주었다.
그래서 더더더 야근에 매달리고, 인정에 목말라 성과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게 과거의 영광.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릴 지경이다. 지난주 겨우 1주일 야근했을 뿐인데, 갑자기 이석증이 찾아왔다.

방심하면 찾아오는 불청객.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지만 반주로 마시던 막걸리를 끊고, 매일밤낮 듣던 박효신 노래도끊었다. 그러나 차마 일을 끊을 수는 없는 일.


스스로 타협해야한다.
이제 <그렇게까지는> 일을 못할거 같다는 현실과
그렇게되면 남들보다 나은 퍼포먼스는 포기해야한다는 것을.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실적없이 일해온 적이 없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이 높아서, 업무성과를 포기하는 건 시간이 좀 걸릴거나 어려울 것 같다.

(체력을 키우는 법이 낫겠지?....)


지금은 한팀의 팀장으로 어엿하게 성장한 멘티 C
입사직후 그녀는, 남들 다 퇴근하는 시간에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와서 “이제부터 집중해서 일좀 해야겠다”고 말하던, 나때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제는 청출 ‘아람’)


모두 과거의 이야기다.

라떼는 말이야, 류의 부장을 90년생들은 이해못하겠지만 이제 그 나이와 그 직급에 다다른 나는...
그 부장들을 이해한다.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다.
라떼의 영광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모습이 적당주의, 로 비춰질까 두려운 아즈씨들 (게중엔 본투비 꼰대라서, 라떼 운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겨우, 마흔인데
내 신체나이와 정신상태는 마치 퇴직을 앞둔 임원같은 싸한....느낌이 든다. (아니.....임원이 되겠다는게 아니라 느낌이 걍 그렇다는 이야기다)

체력이....예전같지 않다.

편측마비지만 ‘입’은 건강하게 살아있는 76세,엄마.
자주 본다고 마지막이 덜 슬플 건 아니지만 엄마 노년이 (요사떠는 막내딸로 인해) 덜 심심하고 , 더 맛있는 기억을 품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바닥난 체력을 모시고 모아둔 엄마+심바/탄이/레오 줄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서, 양평으로 간다.


빈손으로 가면 울부짖는 개3마리때매 냉동실과 냉장실을 왔다갔다하다 때를 놓쳐버린-> 소고기를 구웠다; (누울 데 보고 발뻗는 영악한 아이들!

울어봤자 사료를 한톨고 더 줄리없는 엄마앞에선 아무 소리도 안내고 얌전히 앉아있다ㅋ)

무릎이...
낡은 의자처럼 삐그덕 거리는 느낌이 든다.

건강한 노인들 그득그득한 경의중앙선 정오.
근데 왤케 정정하시지. 다들? 한약이라도 한재 지어먹어야 하나싶은, 어느새 낡아감을 느끼는 마흔살 가을의 단상, 끝!!



p.S 매일마감에서 가끔 외주필자 섭외하고 글도 청탁한다는데, 이다 편집장에게 연락 한번 오면 좋겠다는 소소한 꿈이, 또 생겼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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