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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an 10. 2021

셜록홈즈가 데려온 후회

그리고 <어느 아파트사세요?> 에필로그


어제도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애니 <지새날>을 보다, 아무래도 엔딩에서 총은 맞았지만 우리의 선샤인 '야시로'가 죽었을 것 같지는 않아서 나무위키를 찾아봤다. 그럼 그렇지, 야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네이버 <시리즈온>을 제발로 찾아가서 유료결제를 했다. 아직 완결이 나진 않았지만, 가장 최근에 연재된 내용까지 확인하니, 마음이 놓

..

이기는 커녕 더 조바심이 났다. 연재중인 작품인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그우춤> & <콜바넴> 주요장면만 다시보고, 그래도 잠이 안와서 베네딕트 버전 영드 <셜록홈즈>도 보고 블베폰 키투 중고가격 좀 알아보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제도 참 바빴구나....집밖으로 한발자국도 안나가고, 정말 한게 없구나, 생각했었는데;;;;)


셜록을 보면, 불뚝불뚝 화가 난다. 런던의 풍경이 새삼 눈에 들어오면서 후회가....그야말로, 물밀듯이.

(물밀듯이, 라는 부사를 꼭 갖다붙여야겠다), 진짜 물밀듯이 밀려오는 까닭에서다.


나는, 왜 <그때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을까?

모든 시도를 하지 않았다. 왜? 나는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말도 안되게 모든 것들에 <가난한 유학생 신분> 핑계를 댔다. 사실상 경제적인 것 보단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건데. 방학을 이용해서 겨우 파리나, 벨기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던 것 빼고는 영국에서 여행을 최대한 자제했다. 시간이 나면 고작해야 집에서 하우스메이트 친구들이랑 저녁을 만들어 먹거나 펍에 가는 정도였다(왜....때문에 그랬을까. 다시 언제 또 영국에서 그렇게 자유로운 시간들이 주어진다고...)


어학원생 대부분은 스무살 초반의 대학생들로, 직딩은 나를 포함해서 손에 꼽았다. 게다가 27살. 그래,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꽃다운 나이인데, 그땐 왜그렇게 늙다리라고 생각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마흔한살이 된 올해도 나는, 서른한살이다 생각하고...살기로했다;;;)


그곳 풍경들이 기억에 선하다. 본머스 다락방, 서점. 이웃대부분이 jewish 였던 골더스그린의 쉐어하우스. 학교. 학교가는 길의 안개, 집으로 돌아오는 영국의 상징같은 빨간 이층버스. 비가오나 바람이부나 맥주를 마셔댔던 공원들(근처 화장실을 찾으려고 얼마나 애썼던지...)


지금 다시 가면 그때와 다르게 그곳의 문화를, 풍경을, 생활을 더 누릴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아닐 것이지만 왜 그리울까.

지나간 시간은, 사람은, 추억은 기억의 미화과정을 거쳐서 다 그리워지는 걸까?


그나저나, 영국은 코로나 사망자가 6만명을 넘었다.

본머스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6개월 동안 돌봐주셨던 Ann & John 에게 연락했더니, 다행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다시 꼭 놀러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14년이 흘렀다.


참, 세월이란.

시간이란.


내일은 출근해서 후회없이 하루를 지내다 돌아와야지.

내일이라도 후회없이.

언젠가 이 직장을 떠나고나서는 후회가 물밀듯이 넘치지 않도록, 할수있는 것들을, 최대한 즐겁게, 해야지.



어느 아파트 사세요, 에 관한 에필로그

어느 아파트사세요? 라는 글이 조회수가 1만 8,000건을 넘었다. 내 브런치 글 최초로;
구독자수도 15명 늘었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아파트> 에 관심이 많다는걸 실감했다. 아파트 이야기라기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신변잡기적인 글이었는데.....
새로운 구독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수롭지 않은 한 개인의 시시콜콜한 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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