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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Feb 18. 2022

한번쯤, 시베리아 횡단열차

어느날 <시베리아 선발대> 를 보다가




매일 글을 발행하는 것.

물론 그렇게 하고 싶지만 이런 류의 다짐은 쉽사리 하지 않고 아예 계획도 하지 않는다. 

왜? 나는 내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리란 걸 너무 잘 알고, 계획 세웠다가 하지 못했을때 죄책감같은 걸 느끼는 타입이란 것도 너무 잘 아는 까닭에서다.



집앞 순대국집에서 혼밥하기 민망해서 책을 하나 꺼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 주 2회라도 써볼까. 

나름, 책 발행을 인생목표로 삼는 다는 작자가 뭐가됐든 한줄이라도 매일 글을 써야 하는게 아닐까 싶기는 한데...


김미경 학장의 주도하에 시작된 *514챌린지가 끝나고 <적어도 일주일에 세번이상 브런치 글을 발행하자> 다짐하긴 했는데, 또 막상 글을 쓰려고 자리에앉으면 글감이 떠오르질 않았다. 쓰고 싶은 글이나, 기록을 해둬야겠다는 사건이 발생해야 브런치에 들어오곤했으니까 

일단 엉덩이 붙이고 자리에 앉고나서, 뭘 쓸지 생각해내야하는, 이 패턴이 영 익숙하지가 않은거다.


그래서 **작가의 서랍을 뒤져봤다. 

뭐라도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하고. 거기서 이 사진 한장을 찾아냈다. 작년 11월에 ***국가검진을 받고 와서 혼밥하며 찍은 사진이다.

아마도 저 책에 대한 리뷰를 생각하고 사진을 찍어둔 것 같은데 문제는 서너달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생각날리가 없다는 것. 어제 일도 가물가물한데;;;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소개된 예능을 보고 꽂혀서 책까지 사서 본 걸텐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 버킷리스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는게 들어있었다. 나는 얼마나 무지했는지! 

저 예능을 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저렇게 긴 횡단열차가 존재하는지, 사람들이 그 열차에 타는게 로망이었는지도.


그런데 이 예능을 보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관련 책을 읽으면서 확신했다.

내가 이 여행에 최적화된 인간형이라는 것을 ㅎㅎㅎㅎㅎ


이선균과 김남길은 평소에도 좋아하던 배우였는데 이 예능을 통해 호감도가 더 높아졌다. 둥글둥글한 사람들만이 할수있는 여행이 아닐까 싶었다. 이 길고도 길고 기차여행이란.
언젠가 이 여행을 떠난다면 나는 무조건 1층으로 예약해야지, 김남길의 2층칸을 보면서 생각하게됐다.



먹고, 자고, 낮과 밤 신경쓰지 않고 책 읽고, 노트북으로 글 쓰다가....잠깐씩 정차한 역에서 와이파이가 허락되면 인스타그램도 하고 지인들에게 영통도 하면서, 잠깐 잠깐 바람쐬는 정도로 외출하는 것. 

정말 정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향하는 삶의 지향점이다 ㅎㅎㅎ

무위도식....이 꿈인 적이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하루 24시간까지는 아니지만 하루 14시간 정도 격무에 시달리고, 집에와서 자고 새벽에 자기계발하면서 열심히 사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도 매일 뭔가 부족한 것 같고, 경쟁에 밀리고 도태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이 시대가 주는 허무함이라면 허무함이랄까. 


평소엔 몰랐는데 팬데믹 시대의 예능은 직접 가볼 수 없는 여행지에 대해서 대리만족같은 걸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일종의 다여트 기간 중 보게 되는 햇님언니 먹방같은 느낌이랄까. 


탁 트인 대지의 광활함과, 며칠씩 안씻어도 멋진 오빠들 보면서, 꽤 즐거웠다. 

만약 내가 저 기차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나의 크루는 어떻게 꾸려야할지 많은 도움을 준 예능이기도 하다.


어떤 크루를 꾸려야 하냐고?

더러운 환경에서도 까탈스럽지 않게 먹고잘 수 있는 사람. 

같은공간에 7박 8일 함께 있어도 편안한 사람. 정적인것, 잘 견디는 사람, 폐쇄공포증같은거 없는 사람, 

어디서든 잘 먹고 잘..배출하는 뭐 그런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가야 저 공간에서 두배로 즐겁고 힘든시간을 기꺼이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왠지, 같이 가자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싸한 느낌? ㅎㅎ 


저 힘든 여행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한번쯤은 용기내고 싶은 여정이다. 



용어 정리

*514챌린지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14일간 꾸준히 원하는 공부를 이어가는 자기주도형 챌린지다.

** 작가의 서랍이란, 브런치 미발행글로 발행하지 않은 글을 모아둔 아카이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 내 나이가 되면 국가에서 특별히 관리해주는 두가지 질병이 있다.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2년마다 국가가 권고하는 검진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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