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한뼘 2회
두번째 독서모임의 책은 미리 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달동안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모이기로 한 것.
7명이 참석했고, 총 11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MZ세대는 모를 수도 있는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구호에 맞는 그런 동기. 수술을 앞두고 3주정도 휴가를 냈더니, 그 사실을 알게 된 동기가 책한권을 선물해줬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데, 난 이책 언니가 쓴 줄 알았잖아.
생각도 비슷하고 문체도 비슷한거 같아서 골랐는데
병원에서 시간되면 읽어보라고 샀어요.
밀라논나 좋아하잖아. 언니도!
밀라논나가 김연경 선수의 고민을 정성스럽게 상담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관심을 갖게됐다.
굉장히 따뜻하고 안정된 톤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않으면서도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김연경 선수의 고민은 <후배들에게 조언할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도 때때로 그런 고민을 했었기에 밀라논나의 답변이 궁금했다.
1. 너무 많이 말하지 말고
2.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말하라.
다만 어조는 굉장히 부드럽게 특히 야단을 칠때는 어조를 부드럽게 하세요.
"내 작업이 내가 봐도 미흡한데 우리 선생님은 그렇게 칭찬을 많이하셔.
그다음에 딱 마지막! HOWEVER 요고는 고쳤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그러면 늘 내 마음이 놀롤해지곤했어요
이 책은 그런 밀라논나가 살아온 이야기의 경험을 통해 쌓인 그녀만의 삶의 방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편애하는 밑줄
갑자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못생겼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해 항상 천방지축 튀려고 안달하던 딸에게 해주셨던 아버지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선한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자신의 몫이다." "진정한 용기는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며 회피하지 않는 것이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반성하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발끈하며 반응하지 말고 사태판단을 지혜롭게 한뒤 대응하는게 현명하다" "생활이 어려운 이웃은 꼭 보살펴줘라"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마라" "돈이 사람을 쫒아오게 해야지 사람이 돈을 쫓아가면 치사해진다" "인간의 가장 귀한 가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어떠한 부정적인 경험도 자기가 어떻게 승화하느냐에 따라 치욕의 과거가 될수도있고 빛나는 월계관이 될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처초연(자신에게 붙잡히지 않고 초연하게 지낸다)하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둬라" p75
식물을 잘 키우려면 (중략) 일반적으로 물은 일주일에 한번. 주기적으로 식물에 햇볕과 바람을 쏘여주고 계절마다 온도와 습도가 다르니 환경에 맞게 정기적으로 물을 주기도 한다.고기를 조리하기 전 찬물에 담궈 우려낸 핏물이나 쌀을 씻을 때 생기는 쌀뜨물, 요거트를 먹고 난뒤 요거트 통을 씻은 물을 주는 건 나만의 특별한 팁이다.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한 식물은 나의 기쁨과 슬픔을 알고 있다. 내가 떠나도 내 곁에 있는 식물들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두고 갈 이 식물들을 나중에 누가 키워줄지 궁금해진다. 아니 그전에 좋은 사람들에게 이사를 보내야 하나? p117
매년가을 나는 시골집 마당에서 벼룩시장을 연다. 이순을 넘기면서부터 시작한 연례행사다. 어느해는 큰아들 친구, 어느해는 둘째 아들 친구, 또 가끔은 내 친구의 딸, 아들 후배...심지어 남편의 옛 제자, 사회 후배들까지도 모인다. 동네 맛집에서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때는 내가 갈무리해놓은 농산물과 구닥다리 살림에서 솎아낸 물건을 한아름 안겨주었다. p147
여생이라는 단어를 접할대마다 나는 절대로 여분의 삶을 살지 말아야지..사회에서 나를 밀어내도 내 몫의 일거리를 찾아 움직여야지..한가롭게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은 보내지 말아야지..굳게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 다짐을 했던 내가 이제 여생이라 불리는 시간대에 도착했다. 연금수혜자 지공족(지하철 무료로 타는 사람들. 만 65세 이상)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젊을때 다짐했던 대로 노년을 보내고 있나?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다. (중략)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의무와 시간에 쫓기던 과거에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며 산다. 젊을때 그토록 갈망하던 24시간이 온전히 내것이니 이보다 더 좋을수가 없다. 지금 나는 진정 내 삶의 주인공이다. 심신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가 바로 노년이다. 원한다면 가만히 앉아 하루종일 햇살도 볼수있으니 눈이 부시지 않은가 p153
할머니는 항상 잔잔한 목소리로 예의범절에 관해 이야기해주셨고 그 말씀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항상 위턱은 무겁게 아래턱은 가볍게" 위턱이 무겁고 아래턱이 가벼우면 입이 쉽게 열리지 않으니 말실수가 줄어들 거라는 말씀이다. "생색내지말고 공치사하지말거라" "보시한걸망각하거라" "무릎맞출할 행동은 하지말거라" 가장 품격없는 행동은 남의 말을 전해서 삼자대면하게 만드는 일이다. 남의 말을 전하지도 말고 이간질하지도 말고 뒤에서 뒷말로 욕하지도 말아야 한다. 할머니의 가르침덕분일까.나는 아직까지도 무릎맞춤을 해본적은 없다. 뒷담화도 조심하려 노력한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아무리 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어도 자기의 행동에 따라 직위가 급등하거나 직하할 수 있으니 처신을 잘 하라는 말씀이셨다. p197
노안을 완전히 동안으로 바꿀수는 없다. 시간이 갈수록 중력의 영향으로 내장기관은 조금씩 힘을 잃을테고 몸은 쇠퇴해 굼뜨게 될테고 기억도 가물거리게 되는 일이 많아질테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순발력이 떨어질 것이다. 다만 시간이 쌓일수록 더 좋아지는 것이 있다. 통찰력이다. 세상을 꿰뚫어보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통찰력은 더 깊어가는 것 같다. p203
기회가 있을때마다 워킹맘들이나 후배들에게 당부한다. "양육에도 때가 있어요 때를 놓치면 회복이 힘들어요 물론 커리어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소중한 역할 중 하나가 좋은 부모가 되는거예요 삶의 우선순위를 알고 삶의 본질에 파고드세요" 이탈리아 철학자이다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한말이 있다. '인간이 죽음을 뛰어넘는 일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글을 남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좋은 자식을 남기는 것이다' p261
식물은 봄이되면 다시 피어난다. 그래 너희들은 매해 발화하는 기쁨이 크겠구나. 식물의 처지가 부럽기도 하다. 어릴때부터 식물관찰하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봄이 되면 잠깐 피었다 지는 백목련, 벚꽃을 특히 좋아했다. 꽃을 먼저 피우고 꽃이 지고 나서 초록 잎사귀를 꺼내는 새 생명의 아름다움을 좋아했다. 세상을 떠나신 친정아버지의 뒤를 따라갈 나이에 가까워저 가니 생명을 향한 찬미는 더 깊어진다. p290
에필로그 1
이 책을 읽고 작정했던 7가지가 말로만 끝나질 않기를 바라며 기록해두었다.
#기록만이 내것이 된다.
에필로그 2
이날 한뼘멤버가 멤버들에게 소개한 책 11권은 다음과 같다.
E 추천: 달러구트 꿈 백화점/ 메타버스
V 추천: 나도 나를 잘 모른다
A 추천: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C 추천: 니체의 말
JY 추천: 사랑의 기술
AY 추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Jennifer 추천: 김지은입니다/ 장면들/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했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그중에서도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은 교보에서도 보고, yes24에서도 카트에 담아둘까 말까 망설였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 나처럼 꿈 diary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VVIP라고 하는데, 바로 주문했다.
언젠가는 그 무엇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나만 재밌는> 내 꿈 이야기를 2018년부터 4년째 써가고 있다. 어제 그제는 기분 좋은 꿈을 많이 꿨다. 요즘 보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때문인지, 모처럼만에 애인과 알콩달콩 술기운에 이런저런 애정행각하며 좋아죽는 꿈을 꿨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내내 흐뭇하길래 미리줄리 & 조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소식을 전했다. 마음씨 고운 내 친구들. 셋다, 똑같이 답변을 줬다.
꿈이라도 축하한다고.
애석하게도 사진으로는 남기지 못했다.
2월 독서클럽은 멤버들 각자가 지난달 읽은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본인이 재밌게 읽은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당시의 기록이 없어서 애석했다.
다음부터는 기필코 인증샷+ 후기 글 기록해두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