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엄마는 아이돌>을 보다가 깨달은 것

by 책읽는 헤드헌터



월요일이니까, 일찍 퇴근하고 싶었는데 메일함에 모두 다 회신하고, 낮에 통화한 고객사/후보자의 요구사항이나 업데이트 사항들을 기록하고, 팀원들에게 줘야 할 팁들을 주고 나니,


밤 10시 15분.


집으로 가는 길에 유튜브를 열었다. 몇주전 보았던 <엄마는 아이돌> 선예 동영상이 보였다. 절친과 무대를 함께해야하는 미션에서 선예는 선미와 <가시나> 안무를 맞췄고, 박진영과 <대낮에 한 이별>을 노래했다. 걸그룹 리더였던 선예가 스무살 중반 어린나이에 갑자기 결혼발표를 했고, JYP는 그 결혼을 걱정했지만 응원했다고 '댓글'을 통해 봤다.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무리 소속사 대표라도 한 개인의 결혼결정을 반대할 수도 없었겠지만, 그 댓글대로라면 박진영은 비지니스로 얽힌 관계로, 원더걸스 해체로 아쉬울게 많은 입장이었으나 소속사 아티스트를 흔쾌히 보내준 쾌남이었다. 아름다운 헤어짐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10여년이 흐른 후 다시 절친무대를 통해 듀엣으로 노래를 하고, 눈물로 마무리 짓는 모습 같은 건 볼 수 없었을테니까. 모든 게 다 방송일뿐이다, 라고 해도 할말은 없지만 본인은 이 미션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


무튼 그러다 <메인보컬 선정> 미션에서 선예가 벤의 노래 <열애중>을 부르는 걸 봤다. 처음 들어본 그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원곡을 찾아듣다가 어찌저찌해서 엄마는 아이돌 멤버들의 보컬실력을 <블라인드 테스트> 해주러 방문한 2am영상까지 보게됐다.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결국 2am이 박진영이 예전에 만들어줬으나 발표되지 않은 곡 <잘가라니> 디렉팅을 부탁하려고 찾아가서 다소 웃기지만 나름 진지하게 이 노래의 파트선정부터, 곡을 소화해야 하는 태도를 배우는 영상을 보다가


박진영이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트렌드에 민감했다는 것.

'요즘 애들 노래하는 거 못따라하면 시대와 함께 가는 거야.' 라던 그는,

예전에는 ‘가수가 아나운서냐? 발음 또박또박 노래할 필요없다'더니 이제는 ‘요즘 애들처럼 발음 다 들리게 또박또박 노래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2AM은 어느 디렉션에 장단을 맞춰야하냐고 묻지 않았고 시대의 변화를 짚어주는듯한 그의 조언을 (겸허히였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받아들이(는 척 하)며 노래했다.


JYP는 50이 넘은 나이에도 치열하게 요즘 애들의 춤과 노래를 연구했나?

(겨우 42살인 나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는건가. 회의감이 들었다. 맨날 회의감만 들었다고 하지말고 내일부터라도 트렌드를 따라가야하나? 아니다. 벌써 밤 열한시가 넘었으니, 트렌드는 내일 따라가자. 다시 JYP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미 그의 소속사를 떠났지만 2AM은,

박진영을 찾아와 그 옛날 본인들에게 줬으나 까이는 바람에 당시 앨범에는 실리지 못했던 박진영의 곡에 대한 디렉팅을 부탁했다. 그걸 또 흔쾌히 그러마, 해준 쾌남 JYP.


‘한음한음 가슴 속에 진운이의 목소리가, 권이의 목소리가 박혀있다가 되살아난다’며 JYP는 자신이 그 곡을 썼던 그 시절, 자신이 2am 프로듀싱을 했던 그 때를 떠올리며 감격스러워했다.

(박진영은 카세트 테입을 앞으로 감았다 뒤로 감았다 하는 것처럼- 아니다 CD로 비유하자 어차피 다 낯설려나? 아무튼 JYP는 2AM이 실시간으로 노래 하는걸 들으면서 b파트는 슬옹이가, a파트는 권이가. 아니 다시 바꿔보자. 거긴 진운이가! 하면서 바로 바로 파트를 바꿔주고, 정해주었다. 와우! 한분야에서 저명하다는 건 이런건가? 생전첨으로 JYP에 대한 리스펙이 생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나도 저명해지고 싶다'


이제 이 글의 마무리.

그러니까, 뭘 깨달았냐면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갈등도 오고 이별도 오지만 설레임도 오고 희망도 오는 것처럼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이 없다면 그 추억과 감정은 내안에서 결코 밖으로 다시 발현될수는, 그리운 어느날 우연히 꺼내볼 수 없을 것 같으니 사람은 사람속에서 살아야하나보다, 생각했다.


요며칠 마음이 좀 어려운 일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 어려운 일을 통해 관계를 정리하기도 하고 회사를 떠나기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마음먹는 것에 따라 얼마든지 그 어려운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시간들도 다 지난다는 것을. (이전에 미리 겪어봤던 일들이기에 알 수 있었다. 물론 미리 겪었다고해서 같은 시련이 왔을때 또 똑같은 결론에 다다라는건 아니지만) 다만 나는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사소하든 사소하지 않든 벌어진 일이 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감정의 일관성은 없지만, 굴곡을 다시 평평하게 제자리도 돌려놓는 일은 많이 연습했고 그래서 주특기로 삼을 수도 있게됐다.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한번 더 나를 돌아봤다.

나라는 사람이 평소와 다르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질때, 가까운 타인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해도 나의 우울한 아우라를 뚫고 손내밀어 주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걸.

그러니까 우울에 빠지지 않게 나를 잘 매니징해야한다. 어떻게? 공부하고 운동하고 엄마랑 놀고 양평 마당에서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고 우리 언니들이랑 책 읽으면서.


선예와 박진영처럼

2am과 박진영처럼


나도

비지니스 관계로는 끝이 났지만 서로 그리웠노라며 혹은 나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나를 찾아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괜히 퇴근길에 <엄마는 아이돌>을 봐버려서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어제 오은영 박사 프로그램에 나온 자우림을 보면서, 아버지가 목공소에서 크기가 다른 매를 맞췄다는 부분을 보면서 본적없는 자우림의 아버지때문에 화가났다. 중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자우림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되는 계기가 됐고, 어른이 되고나서 가장 좋아했던 <고잉홈>을 찾아듣게 됐다. 동생이 돌이킬수 없는 금전적 사기를 당하고 망연자실해 있을때 만든 곡이란, 설명을 듣고, 위로 받고 싶을때 자주 들었던 곡이었다.


신문을 보면 모르는 단어나 용어는 꼭 찾아봐야하고

(최근에 용태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퇴직이 아니라, 나이가 차기 전에 아랫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드라마를 보다가 좋은 곡이 나오면 꼭 내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놓아야 하고

회의나 책이나 주변사람들이 했던 인상적인 말들은 메모해야하고

자고일어나면 잊히지 않는 꿈이야기는 꿈일기장에 기록해야하고

매일 감사한 것들은 감사노트에 써야하고


고객사 due date에 맞춰 후보자도 추천해야하고

이해 안가는 마켓 공부도 해야하고

JD 에 맞춰 후보자도 서치해야하고

블로그나 링크드인보고 컨설팅받고 싶다는 후보자들과 통화도 해야하고


독서토론 준비도 해야하고

연애도 해야하는데

(십년째 못하고 있지만)


하루 24시간이 참 모자라다.

유튜브라도 끊어야 하는데.



올해 연애는 시작해야 하는데......

두서없는 오늘의 퇴근길 기록,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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