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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Oct 26. 2023

퇴근후 보톡스라도.

이제는 삭센다의 시대?


퇴근해서 집에왔다.

시간은 23시 55분. 나 없는 사이 둘째언니가 다녀갔는지 책상위에 (가족들 사이에서) 미쿡과자로 잘못알려졌었던 '레인코스트 캐나다 과자'가 놓여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피한 감성'의 이가 좀 튼튼해야 즐길 수 있는 과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뜯어서 입에 물고 브런치에 로긴했다. 오늘은 어제 마무리 못한 <퇴근 후 보톡스라도>글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2년만에 사표를 냈는데 당시 편집장이 퇴직금으로 턱을 깎아보라고 제안했다. 지금으로부터 16년도 더된 시절인데 그땐 체험기사가 유행하던 시절로, 턱을 깎고나서 체험기사 8페이지를 써주면 50% 할인된 금액으로 턱수술을 주선해준다는 병원이 줄을 섰다. 그걸로 편집장이 나를 유혹했는데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면 거짓말이고 오랜 고민끝에 그 돈(퇴직금)을 들고 영국으로 떠났다. 

그러니까 그때 내가 선택한 건 미모대신 영어였다.

후회막심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 못하기는 매한가지인데 이뻐지기라도 할껄. 

편집장 말대로 그때 턱이나 깎는건데. 

하기사 쌍커플 수술도 겁나서 못했고, 꽤 여러해 코수술에 대해 고민했지만 결국 시뮬레이션만 돌려보고 포기했던 내가 턱을?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턱을 깎고난 후에, 고산병 증세 비슷하게 시달린다거나 비행기 이륙시 느껴지는 귀가 멍멍한 상태가 자주 찾아온다는 후유증을 호소하는 분들의 후기를 많이 봤기 때문에 두려웠다.


단기간 어학연수 코스지만 사회생활 내내 컴플렉스였던 영어공부도 하고, 영국 주변 국가도 좀 돌아보고 좋아하는 뮤지컬을 맘껏 보고 오리란 심산으로 야심차게 떠났지만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가난한 유학생의 정체성'을 유지해야한다는 강박같은걸 갖고 지냈다. 유학비를 지원해준 엄마와 언니에게 미안해서라도 아끼고 또 아끼고 부족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여행도 최대한 자제하고 뮤지컬도 자주 안봤다. 레미제라블과 라이온킹 겨우 두편의 뮤지컬을 봤는데 사실 또 더 깊숙히 들어가자면 뮤지컬 티겟이 비싸서가 아니라 그 좋아하는 뮤지컬도 영어로 진행되니까 내용전개가 이해되지 않다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두번다시는 가지 않게 된 거였다. 애석한 일이지만 한국에서 한국어로 보는 뮤지컬만큼 감동적인 게 없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심지어 연애사 때문에 가뜩이나 단기간 코스였던 영어공부를 (그 단기 기간 마져 미처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호다닥 접고 8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지금 그는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호다닥 돌아왔는지. 이것도 후회막심이다.


유창한 영어실력대신 재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서 한국에 돌아온 나는 당시 가장 쉬운 길을 선택했는데, 그건 몇 안되는 인원으로 꾸려진 지인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그게 나의 두번째 경력이 되었다. 당시 나에게 기회를 준 낸시비즈코 박소영 대표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를......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대표님. 부족했던 제게 기회를 주셔서.


그리고 세번째 경력......하하하 여기서 나의 지루한 경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다.

지난주 집에 갔더니 셋째언니 얼굴이 몰라보게 갸름해져있었는데 인생 첫 보톡스 덕분이라고 했다.

요즘 보톡스 가격은 10만원대. 2007년, 내가 영국에 가기전에 맞았을땐 지금의 5배 정도의 금액이었다, 50만원 내외. 턱을 깎는대신 보톡스를 맞고 영국엘 갔었는데 저작근의 근육을 멈추게 하면서 얼굴을 갸름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직빵이었다. 저작활동을 많이할수록 (그러니까 뭔가 딱딱한걸 많이 씹을수록)지속효과는 짧아지는데 보통 4-6개월정도는 '갸름한' 효과가 지속되었다.  나도 보톡스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긍정적 효과는 얼굴이 갸름해진다는 것. 

부정적 결과는 얼굴이 작아지면서 주변으로부터 살빠졌냐는 말을 많이 들어서 정말 살이 빠진줄 알고 안심하면서 간식도 더 챙겨먹고 밥도 더 먹어서 살이 평소보다 3킬로그램은 더 쪘다는 점이다. 


두번째 보톡스는 베프가 결혼했던 2012년에 베프랑 함께가서 맞았다. 

보톡스 후유증으로 항상 있던 보조개가 사라지면서 웃는게 어색해졌던걸 엄마가 알아채서 가족 모두에게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보톡스는 2020년

유난히도 내 모습이 초라하다고 느꼈던 즈음이었다.


마흔이 넘도록 본투비 내얼굴 그대로를 간직하고, 아니, 그저 어쩌지 못하고 가지고 살고있는데, 

퇴근 후 보톡스라도 맞아볼까 가끔 그런 대안을 생각해본다. 남들 다 한다는 쌍꺼플 수술도, 코수술 할 용기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할수있는건 보톡스 정들테니까.

자주 맞다보면 왠지 선풍기 아주머니가 될 것만 같아 아직 생애 통틀어 네번째 보톡스를 시도하지 않고 있지만. 


2007년에 처음 보톡스를 접했을때 만큼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것을 알아서 일수도 있고 지금 딱히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상대도 없어서 일 수도 있다.


삭센다 광고글 아님!!!



이제 보톡스의 시대는 지났고 요즘은 다들 비만주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삭센다의 시대라며, 주사 하나로 비만도 해결된다고 호들갑스럽게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주사나 알약하나로 비만을 해결할 시대가 오겠지만 지금 벌써 그게 가능하다고? 아무 후유증없이? 비만주사의 폐해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해본들 그땐 너무 늦을텐데?


쉬운 성형수술 하나 결단하는 게 어려운 '결정이 쉽지 않은 사람'이라고 나는 나를 정의했는데 어쩌면 나는 '아름다움보다 안전함을 택한 리스크 기피형 '인간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언젠가 용기가 난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 플라스틱 서저리.

 '플라스틱 서저리' 없이도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단건 알지만 죽기전에 나도 한번쯤은 예뻐지고 싶기도 하니까 말이다. 


뭐 어쨌거나 그런 온갖 수술들이 정 어렵다면

퇴근 후 보톡스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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