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Oct 09. 2023

로빈슨이 추천한 <퓨처셀프>를  읽기전에 한 생각들



로빈슨의 특징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본인이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대상이, 관심을 쏟는 주제에 대해 먼저 공부해서 나침반 역할을 하는것을 즐기는 유형의 사람이다. 우리 오자매의 등대이기도 한.

본인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몇달전부터 내가 '조직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자, 추석연휴 전주에 조직심리학 분야에서 파워블로거이자 베스트셀러라는 벤자민 하디의 <퓨처셀프>를 소개해주었다. '미래의 나를 적용하는 과학분야'에서 세계 최고전문가라는 작가의 책을 읽게 된 것은 그러한 계기로부터였다. 미래의 나를 적용하는 과학분야? 다소 생소한 분야로군, 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노트북 키보드 위로 개미 한마리가 바쁘게 모험을 시작하고 있었다. 개미에게는 거대한 태풍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 있는 힘껏 입김을 불어 개미를 날려버렸다. 행여라도 노트북 구석 언저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가 우리집안으로 들어온다면 다소 번거로운 일이 벌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개미가 우리집 화분을 새로운 서식지 삼아 알을 까고, 어느날 여왕개미가 찾아온다면....


한글날을 맞아, 한가롭게 이름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새들의 지저귐만 듣고도 새의 이름을 맞출 수 있다면.....조류학자들도 그런건 불가능하겠지?)

마당에 앉아 갈치조림하느라 바쁜 엄마를 등지고 책을 펴들었다.


배가 고프면 화를 내는 막내딸을 위해 아침부터 분주한 오마니. 오늘 점심메뉴는 갈치조림이다. 오염수 방류전 갈치, 라는 광고가 붙었던 제주 갈치였는데 다른 수산업자의 볼멘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저 혼자만 살겠다면서 '오염수 방류전 갈치'라는 카피를 쓰는거냐고, 당장 그런 광고문구는 치워버리라고.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이 사실들을 글로 정리하니 왠지 일련의 사건들이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이야기처럼 '허구스럽게'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로빈슨은 아침부터 오늘의 일정을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이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엄마랑, 3번언니랑, 나와 넷이 옻닭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자고. 어디 나가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정말로 극도로 싫어한다) 나는,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고 싶었다. 다만, 모두가 가고자 하는방향이 옻닭집이라면 막내의 숙명으로 알고 받아들여야지했는데 다행이도 3번 언니가 '밑창이 다 떨어진 큰아들 운동화를 사기 위해' 여주 아울렛 나이키 매장에 들려야한다고 불참 소식을 전했다. 야호!


그럼 나도, 마당에서 그냥 책 읽을래.


그렇게 성사된 마당에서의 독서타임. 그 어느 곳을 떠나봐도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는 우리집 마당이 주는 만족감을 주는 곳을 찾지못했다. 숲이 우거진 평창의 좋다는 리조트에서 4박 5일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왜 굳이 산많고 물맑은 양평을 두고 평창까지 다녀왔나, 자조섞인 질문을 하곤했다. 어제 들른 롬 커피 하우스도 더할나위없이 좋았지만, 조금은 다듬어지지 않고 제멋대로 조경이 펼쳐진 우리 마당이 나에겐 너무도 편안한 것이다.


다만, 시도때도없이 엄마, 하고 부르며 한껏 멋을 내고 찾아오는 로빈슨이나 소일거리없어도 왔다갔다 하면서 보지않는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있는 엄마가 없다면 이 마당도 내게 그러한 만족감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엄마, 로빈슨, 마당. 책.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4가지.


뜬금없이 퓨쳐셀프를 꺼내놓고 마당예찬을 늘어놓는 건, 아직 그 어떤 방해세력없이 여유로운 시간이 허락되어 이생각 저생각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의 돈이 있다면 우리집 마당도 조경 좀 신경썼네, 싶은 마당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까?

삽십년도 전에 아버지가 손주 지은 집의 옥상도 최신식 박공으로 교체하고 낡은 시멘트 복도에 철저히 방수가 되는 데크를 깐다면 조금 더 멋지지 않을까?


일단은, 이번에 이사하기로 한 집의 주담대(주택담보대출)부터 갚고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의 엄마 일기



엄마, 노치원 다녀왔던 거 일기로 남겨놓자.


그러지 뭐.


그렇게 쓰여진 오늘자 엄마의 일기.

런닝머신이 없어서 그닥 맘에 들지 않는다는 우리 엄마. 운동기구 있어도 운동 안하면서 운동할 환경 갈구하는게 딱 나와 똑같다. 누가 모녀 아니랄까봐. 큰딸이 애원해서 가기는 간다만(애원한적은 없는데;;;) 수틀리면 기곤(기권)하고 동네에서 운동이나 하겠다는 오마니의 다짐이 담긴 일기.


엄마의 일기를 차곡차곡 쌓고있다.

엄마 팔순에 선물로 책을 만들어주려고.

이제 정말 몇달 남지않았는데, 가능하려나.

일단 가능했음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가 양평에 찾아왔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