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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Oct 08. 2023

친구가 양평에 찾아왔을 때




내 오랜 친구가 양평에 찾아왔다.





명절에 한번씩, 엄마랑 언니들 보러 한번씩 양평에 오는 내 친구.

대학교 1학년때 처음 만났으니 우리의 인연도 벌써 22년째. 쉽게 말해 극T와 극F.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는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일년에 한번씩은 싸우기도 하지만 '안 싸우는 관계'보단 훨씬 더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하며 싸우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은 없지만 서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주제나, d-day 에 대해서는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


엄마 드린다고 용돈박스랑 마카롱, 도너츠를 들고  명절은 지났지만 매주 바글바글 언니들과 도곡리 마당에 모여있을 것을 예상하고 기분좋게 친구가 차에서 내렸는데, 웬걸. 엄마가 집에 없었다.

어쩔수없이 엄마를 못보고, 양평 칼국수를 먹으러 나갔는데 까페로 옮길때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야?

엄마는 산책하고 나니 출출해서 미리가 사온 빵을 아주 맛있게 먹었어"

엄마는 용돈박스는 안중에도 없이 맛있는 빵에 빠져있었다.


엄마, 미리가 용돈박스도 열어보래.

열어봤어?


"어머나. 미리가, 용돈을 너무 많이 넣었네, 십만원이나 넣었어, 웬일이니.

미리 오라그래. 빨리"


저녁에 엄마한테 인사하러 들어갈꺼야. 근데 미리는 왜?


"5만원 돌려줘야지"



엄마두 참....


1. 줄리의 정원 <용돈박스> 2. 양평칼국수 3. 나의 아지트가 된 <롬하우스>



친구는 칼국수라고 하면 자다 일어나서도 먹지만, 나는 칼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명동칼국수와 양평칼국수는 예외다. 양평칼국수는 멸치국물 베이스와, 닭국물 베이스 두종류가 있는데 멸치칼국수는 좀더 국물이 시원하고 산뜻해서 주로 나는 멸치칼국수를 선택한다. 친구는 닭칼국수!!

거의 3년만에 갔는데 여전히 대기 줄이 길었다. 국물에 밥을 말아서, 김치 얹어 먹는게 또 신의 한수.

(3년전에도 이 친구랑 갔던 게 마지막이다. 매주 양평에 가도 외식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친구들이나 찾아와야 외식을 한달까...)


밥을 다 먹을때쯤 큰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친구를 만나러 간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오는 우리 언니............참으로 특이하지만 어쩔수가 없다.


"어디야?"


양칼(양평 칼국수)!


"니네 황당하다. 기껏 나를 따돌리고 간데가 고작 거기야?"


따돌린 적도 없지만, 고작 여기냐니. 우리 미리 칼국수 귀신이야. 오랜만에 먹어도 맛있더라.

닭갈비를 먹어야 하나, 칼국수를 먹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역시 칼국수였어.


"니네 이제 어디갈껀데?"


서점도 갈까싶고, 까페도 가야하는데 일단 용문쪽으로 가보려고.


"그럼 거기 가봐, 롬 커피하우스. 일단 인스타에서 문 열었는지 확인하고!"



친구가 남긴 밥까지 멸치국물에 싹싹 다 말아 먹고, 우리는 큰언니에게 추천받은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양평시내에서 20분거리. 롬 커피 하우스.


Rom coffee house (노르웨이어로 공간이란 뜻, 롬은!)


옛 영어마을과 연수리 가는 길이라고 하면 양평사람들은 모두 아는데 다문리 463번지로 검색해서 가면된다. 창너머로 보이는 산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창밖 풍경이 (진부한 표현밖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그야말로 장관이다. 내부 인테리어며, 까페 밖 데크, 화장실과 화분, 소품 하나하나가 모두 감각적이라 <포인트를 적립했다>. 다시 오게 될,곳이란 확신이 들었달까. 그렇지만서도, 까페 데크에 앉아 일요일 오후를 만끽하려고 하니 사실 굳이 집을 떠나올 필요가 있었나, 우리집 마당에서도 충분히 행복한데,그런 생각이 들었다.  큰언니는 이곳의 티라미수를 좋아라했고 친구도 커피를 두잔이나 마시면서 드립커피향에 대해 칭찬을 했는데, 음.....사실 나는 커피맛은 그냥 그냥 그랬고, 와플도 바삭하지 않아서 그냥 그냥 그랬다. 와플은 우리밀로 만든다고하고, 와플 위에 올라가는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디카페인을 고수하는 내 입장에서는 마음 둘 커피를 찾지는 못했다. 센스있는 사장님 부부와 인테리어,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매력,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앉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기에는 두말할나위없이 <엄지척> 올릴만한 공간이기는 하다.


어쨌거나 정리하자면 공간이 주는 매력이 뛰어난 곳이라 롬 커피하우스에 자주 가겠지만 나의 최애 메뉴는 아직 발견못했다, 정도의 소감이랄까. 하이볼도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까지 차로 이동해야해서 하이볼을 마실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하니 그건 그냥 그림의 떡, 이라고 봐야한다.



1. 결국 초대되어 온 로빈슨과 미리 2. 입구 3. 힘들게 공사했다는 까페 앞 데크에서 미리



친구랑 아이스크림 세개 올라간 와플을 먹으면서, 큰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 괜찮으면 롬 커피 하우스에 합류하는게 어떻겠냐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쏜살같이 도착한 로빈슨님. 꾸준히 명상을 하고 있지만 순간이동은 힘들다고 했는데 거의 순간이동 한것과 다름없이 눈깜짝할사이에 언니가 왔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던 언니는, 누군가에게 길을 제시해주는 걸 좋아한다. 오늘 언니의 대상은 내친구 금마리. 김밀가루,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만큼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요즘들어 밀가루 소화가 어렵다는 친구에게 <유사나 화이버지>를 먹어야 한다는 강의를 시작으로, 훗날 함께 할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오늘 책을 읽고 단 한줄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글을 써보렴>이라는 대화를 거의 두시간 가까이 나누었다.


나는 늘 오랜세월 언니와 내 친구의 만남을 피해왔다. 언니의 대화법 혹은 유머라는 것이 내 기준에서는 늘 기분이 나빴기에 행여라도 내친구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모쏠 친구에게 정말 모쏠이냐 묻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친구에게 다이어트 안하냐, 하는 질문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건데 사실은 나의 오버센스였고 기우일 때가 많았다. 내 친구들 대부분은 우리 큰언니와의 대화를 유쾌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좋아하고 기다리는 걸 보면, 언니의 유머에 적응 못하는 건 진지충인 나뿐인지도 모르겠다. 도리어 언니는 아무 의도도 없는데 지레짐작 상대방이 기분나쁠거라 생각하는 나의 그 생각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1,2 미리가 길어보이게 찍어준 사진 3. 롬커피하우스에서 롬커피하우스에 대한 글을 쓰는 중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언니는 제주 삼겹살로 유명한 삼쩜오 고깃집으로 형부와 저녁약속이 있다며 가버렸고 남겨진 우리도 저녁 메뉴에 대해 고민하다 <런닝맨>에 나왔다는 만두가게가 궁금하다는 친구를 데리고 양평시내로 갔다.


김치만두 10개들이 3세트를 포장해서, 엄마랑 먹으려고 집으로 가는 길에

꽤 친한 친구인데도 1년동안 연락을 못나눈 절친을 만났다.

방금 파마를 했지만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는 내 또다른 친구.  -------------> 반가운 맘에 사진을 요렇게는 찍어보았다.


동탄에서 양평에 놀라운 친구 덕분에,

3-4년 만에 양평칼국수도 먹고, 지인짜 오랜만에 양평 까페도 가고,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중고등학교 절친 <갑빠멤버>도 만났다.


매주 양평에 왔지만, 집마당과 교회밖에는 가지 않았는데 가는 곳 반경을 넓혀보니 반가운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공간이 주는 설렘도 좀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우리집 마당이지만 말이다.



나는 너무 일찌감치 알아 버렸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토록 간절히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우리집 마당에 살고 있다는 걸. 그래서 늘 나는 마당에서 논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낮이나 밤이나.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빨리 찾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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