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Feb 25. 2022

장르만 로맨스



일단 이영화는 왓챠에 올라왔다면 왓고리즘 통해서 내게 추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높다.

왜?


첫째. 주인공들이 글을 쓴다.

둘째.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등장한다. queer 물에 관심이 높다.

 

영화나 책 혹은 드라마를 보다가 queer 가 등장하거나 그렇게 추측되어지는 장면이 나오면, 급 몰입이 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야에 관심이 높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현이, 동료작가를 찾아가서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여기서 주인공은 류승용이고, 동료작가는 오정세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이유는 현이 어느 작품에서 동료작가인 오정세를 두고 '게이정서'를 가진 작가라 운운함으로 인해 오정세가 강제 아우팅을 당하게 된 것. 2020년에 '올해의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가 수상취소된 *어느 작가의 실제사건이 떠올랐다.  


물론, 영화는 그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현이 오정세를 만나러 갔던 그 집에서 현이 유진을 만나게 됐다는 게 더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현의 집에 있는 저 남자 유진의 정체는 대체 뭐지?


그남자 유진이 어느날 갑자기 현의 집으로 현을 찾아온다. 목적이 뭐지 이새끼? 하는 눈빛의 현. 거나하게 취한 후에야 유진이 현을 찾아온 목적을 말한다. 선생님을 사랑한다, 고.

그는 현의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제자였고, 현의 <빈공간>이라는 작품을 읽고난 후부터 현을 동경하고 사랑해왔다고 고백했다.

현은 이 모든 상황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래서 유진을 피하게 되는데, 현의 오래된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가 우연찮게 유진이 두고간 습작을 보게 되면서 두사람의 관계는 제2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유진의 습작이 신선했던 것.

현이 유진의 작품을 가로채,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을 출간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면 뻔하고 뻔한 영화가 됐을텐데,  현은 유진에게 공동집필을 제안한다. 늙은남자 입장은 현이, 젊은남자 입장은 유진이. 그렇게 <두남자>라는 소설을 둘이 함께 써가면서 영화는 조금 더 흥미진진해진다.


공동집필을 위해 동거를 시작한 두사람은

같이 자고 (물론 그냥 잠만 잔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처음엔 같이 술도 안마셨다) 영화를(아비정전같은 영화) 보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고독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울수도있는 창작의 시간을, 두사람은 열띤 토론을 하며,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껴가며 즐겁게 채워간다. 현의 입장에서는 7년만의 슬럼프를 깨고 쓴 작품이라는 것에 특별함이 있었을테고 유진에게는 짝사랑상대와 한공간에서, 먹고자며 같은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황홀했을 것 같다.


자신을 그런 눈으로 빤히 바라보지 말라며, 그렇게 바라볼꺼면 선글라스를 끼라고 한다.
현의 집에 찾아온 목적에 대해 말하는 유진. 목적은 하나다. 선생님을 사랑해요. 라는 고백. 선생님은 저랑 다르니까, 아니어도 괜찮고 바라는게 없다고 말하는 유진.


그리고 드디어 책이 출간된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질투심에 사로잡힌 오정세가, 두남자의 관계를 언론에 폭로한다.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이며 이 작품은 어떤 댓가성에 의해 탄생된 거라고.

이런 사건이 늘 그렇듯 당연히 언론은 작품보다 두사람의 가십에 더 큰 관심을 두고 기사를 집중포화했다. 대학에서 현은 수군거림의 대상의 되어야했고, 유진은 자취를 감췄다. 출판기념회는 잠정적으로 연기된다.


어떻게든 이 사건을 치기 어린 신인 작가 유진의 일방적 사랑으로 무마시키고 작품만은 살려보려는 출판사 대표는 계획을 세우는데 현은 이에 동의할수가 없다. 그때 유진이 한발 빠르게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TV뉴스에 출연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건 맞지만, 선생님은 자신의 감정과 다르고

이 작품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쓰여졌다고.


카메라 밖에 걱정하고 있을 현에게 메세지를 보내듯

 “괜찮아요. 저는 상처받는게 취미고, 극복하는게 특기라서요” 라고 말한다.


옆집 아줌마를 사랑하다 실연당한 현의 사춘기 아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울던.


사랑의 아픔이라는게 시간이 지나면 지나간다는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아직 사춘기인 현의 아들은 알리 없고, 침대에 쓰러져 눈물 콧물 흘려가며 괴로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은, 아마도, 유진을 떠오렸을 것 같다. 응답받을 수 없는 아픔에 유진도 이랬겠지, 싶었을 수도 있고

사랑이라는 게 사실 다양한 모습일 수 있겠구나,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거다.


유진이 직접 TV출연을 통해 의혹을 밝혀낸 이후 다시 신작 <두남자>는 출판기념회를 재개한다. 그 출판기념회에서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이 대답한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누가 누군가를 사랑 하는가는 그 어떤 누구도 재단하거나 폄하할 수 없고
단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느냐, 아니냐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
그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조은지 감독이 우리에게 주려던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 수상취소 사건: 김봉곤 작가가 지인과 나눈 카톡대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소설화하면서 지인이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었다면 문제를 공론화한 사건이다. 추가로 김봉곤 작가의 데뷔작에 등장하는 '영우'라는 캐릭터가 실존인물이라고 주장하며 작가에 의해 원치않게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아우팅을 당했다고 문제제기를 했던 것.

매거진의 이전글 거미여인의 키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