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평택의 한 병원에서, 60대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대 간호조무사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가해자는 합의하에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며 이 노인을 치매로 몰아갔다.
멀쩡한 젊은 남자가 어머니뻘 되는 노인에게 뭐가 아쉬워서 그랬겠냐는 세간의 시선도 따가웠다.
자살이 아니고서는 이 치욕스러운 진실을 밝힐수가 없던 노인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임선애 감독은 이 사건을 영화로 옮겨왔고 그렇게 <69세> 라는 영화로 탄생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무리한 <실화>와는 다르게 영화속 주인공 69세 효정은 자신이 겪은 끔찍한 사건을 (타인에게는 단지 불편할뿐인 이야기를) 최대한 담담하게 고발문이라는 형태를 통해 사회에 전한다.
<69세>라는 영화를 보고난 후 저밑바닥부터 묵직하게 화가 올라왔다.
이 영화는 단순히 노인층의 성폭행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인간존엄에 대한 이야기였고
노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나 인식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런 울림을 주는,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감독이란 사람들, 영화인이나 극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든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쓰거나(찍거나)
이 이야기는 나라도 전해야할 것 같은 사명감으로 작품을 만드는 걸까?
물론 내가 해야겠다 싶은 이야기가 바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여러편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왜 영화를 만드는 건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JIMFF) 에 매년 빼놓지 않고 갔었다.
내 여름휴가는 언제나 JIMFF와 함께였는데 코로나로 2년째 건너뛰었다.
영화제 기간에 제천에 가면, 매해 똑같은 다짐을 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야지.
엄마장례식장에서 내가 만든 엄마 다큐를 틀어야지.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지. 언니들이 우겨도 감독은 내가 해야지. 시나리오도 내가 써야지.
뭐, 다짐만 8년째다.
한줄, 썼다. 한줄.
며칠전 본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서 한때 천재소설가였던 현이라는 주인공 말이, 글은…
머리로 쓰는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거라고 무조건 시간을 할애해서 그냥 단순무식하게 써야한다!! 고했는데 단순무식, 이라면 자신있는데 엉덩이가..문젠건지. 학교다닐때부터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니 앉아있질 못했다.
오늘도 바람은 별에 스치우고
엄마는 가요무대를 보고 있고
개들은 비를 피해 잠자리를 정돈하는데
나의 꿈은 여전히 은하수를 여행중이다.
근데 나는 왜 다큐감독이 되고 싶은거지?
** 영화를 보고 난 후, 기사를 찾아보니 가해자는 2015년에 실형을 받고 5년간 복역 후 출소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