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Mar 06. 2022

드라마 <봄밤>을 보다가


느즈막이 드라마 <봄밤>을 봤다.


<밥잘사주는 예쁜누나> 연출팀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전작의 남자배우가 그대로 등장하고 여자배우만 달라졌다는 점에서도 크게 기대되는 바가 없어서 보지 않았는데, 무려 두번이나 정주행…하게됐다.


봄, 이 오기전에 보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봄밤에 봤으면 어쩔뻔했어!!!!!




잘나가는 집안의 남자와 평범한 연애를 4년간 이어가던 이정인이라는 35세 도서관 사서가, 우연히 술깨는 약을 사러간 약국에서 약사 유지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근데 하필 그 약사가 현남친의 대학후배이고, 미혼부다. 아이있는 남자를 게다가 현남친의 대학후배를 만나도 될지에 대해, 고민하던 이정인은 결국 남자친구와의 뜨뜻미지근한 4년간의 연애를 단칼에 정리하고 동갑내기 미혼부 약사 유지호와의 연애를 선택한다. 결혼까지도.


근데  드라마를 보면서,

애가 딸린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게 그렇게 가족 전체가 울고불고 할 큰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도 안정적이고, 아이도 말 잘 듣는 예쁜 모습(혹은 자는모습)만 나오고, 가장 중요한 건 그 남자 자체가 앞구르기 하고 봐도 잘생긴 정해인이라서 쉬운 선택처럼 보였을 수도 있고+ 내가 이미 마흔두살이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결혼하면 안되는 대단한 결격사유로 느껴지지 않는거다.

다만, 스무살 중후반에서 서른살 초중반까지는 큰 이슈일수도 있었을거다. 봄밤에서도 남녀주인공 나이가 딱 서른다섯살이었으니까, 어려웠겠네!!


서른중반이었나.

다니던 교회에서 한 권사님이 지방 미스코리아 출신과 3개월 살다 이혼한 남자를 만나보라는 말에 팩해서는 목사님방에 달려가 고했던 적이 있었다. "목사님 김권사님이 저더러 이혼남을 만나보래요"라면서. 지금은 결혼이나 연애에 안달나서라기보다 그시절의 연애나 결혼관에 대한 명확한 기준자체가 많이 옅어졌다. 서른중반에는 안되고 마흔두살에는 되는, 그런 이해같은 게 생겼달까.


남주 유지호는 스무살 후반에 미혼부가 된다.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임신 8개월만에 나타나 아이만 낳고 사라진 것. 그때 이후로 유지호는 자신의 모든 생활, 생각까지도 통제하며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행복은 포기하고 철저히 아이의 아버지로만 살아간다. 너무도 바르게. 인생의 두번째 실수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살얼음판을 걷듯이.


그런 유지호를 보면서 내 첫사랑이 떠올랐다. 밤톨같이 잘생기고 반듯한 청년을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 녀. 석. 녀석과 헤어지고 두세번의 연애를 더 했지만,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하지 못했다. 결과는 뻔했다.


그래서 그런 기도를 했다. 헤어짐이 너무도 오래 걸리는 타입이니까 배우자로의 인연이 아니라면 연애를 시작하지도 않게 해달라고.

(이 기도를 주님이 이렇게 찰떡같이 잘 들어주실 줄은 몰랐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내곁에 머물게 할 자신이 없던 스무살후반과 서른초중반을 지나 이제 내 나이 마흔두살이 되었다. 좋은 인연이 찾아와도 잘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하는 나이.

봄밤, 때문에 다시금 그런 연애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생겼다.


이 드라마를 두번이나 곱씹어가며 보게된 또다른 이유는 이 두주인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와 이야기거리도 충분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재인 & 영재커플

재인을 연기한 배우는 1989년생 주민경이라는 배우였고,

공시생 영재역을 맡은 배우는 1980년생 이창훈이라는 배우였다. 둘다 연기전공이 아니라 정치외교학, 유화 전공을 했더라. 근데 이 두 커플의 생활연기가 어찌나 틀에 박히지 않고 신선해서 좋았는지. 유세윤의 조금 더 못생긴 버전의 이창훈이라는 배우를 다른 작품에서 더 자주 보고 싶어졌다. 불어를 진짜로 잘하는 주민경이라는 배우도 그렇고.




유지호 아버지역의 오만석 (1965년생)

이정인의 직장동료 이상희 배우(1983년생)

이정인의 애인이었던 남자, 배우 김준한 (1983년생)


오만석이라는 배우의 기사에 종종 뮤지컬대스타 오만석 이미지가 걸리기도 하는데, 연극계에서도 이름이 같아서 헷갈리는 일이 많았을 것 같다.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기다려줄줄알고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따뜻한 아버지역으로 참 좋았다. 근데 아버지역말고, 서툴고 풋풋한 어른멜로를 해도 참 잘어울릴것같다. 이분.


이상희 배우는 <연애담>을 통해 알게 됐는데, 아는만큼 보인다고했던가. 이후 활동이 왕성해진건지 이제서야 내눈에 보이는건지 모르겠지만 늘 과하지않게 자기가 맡은 배역을 딱 그만큼 잘 연기하는것 같아 좋다.


김준한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전미도를 짝사랑하는 전공의 역할도 잘어울리는데, 승부욕과 집착때문에 어떤 방법도 가리지않고 전애인을 차지하려는 권기석, 역할도 꽤 잘 소화했다. 멍뭉미 넘치는 정해인의 반대편에서, 댄디하고 세련된, 좋은집안에서 도련님 취급받으며 자란 권기석, 이라는 인물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꼭 주연이 아니어도 좋으니 상대방과 이루어지는 멜로 연기 한번 봤음 좋겠다. 갠적으로는.


배우 오만석, 이상희, 김준한



이정인의 큰형부, 이무생 (1980년생)

집에선 폭력남편인데 바깥에선 다정하게 구는 가식적인 남편캐릭터인데 그렇게 밉지가 않았다. 속이 빤히 보이는 캐릭터라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배우가 지금은 <서른아홉>에서 전미도가 사랑하는 젠틀하기 그지없는 유부남으로 등장하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다. 그래서 배우, 겠지만.

폭력남편으로 등장한 봄밤(왼쪽)과 서른아홉에서 전미도가 사랑하는 유부남(오른쪽)으로 등장할때 이미지가 180도 다르다.


정해인 (1988년생) & 한지민 (1982년생)

정해인은 정해인만의 장르가 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바른, 그러나 그만의 대체불가한 사연을 가진.

슬의의 유대위나, 봄밤의 유지호같은 그런 역할.

한지민은 남주와 캐미가 없는 목석같은 여주라고 생각했는데  <눈이부시게> 도 그렇고 <봄밤>도 그렇고, 정우성과도 그랬고, 이제 더이상 그런 느낌은 들지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69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