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관계속에서 지쳐갈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마냥 '좋기만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 관계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가족, 특히 엄마와도 티격태격하는데?
그러다 <나의 해방일지>예고편의 김지원 나레이션을 들으면서 나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상대방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저랬다하지 않고 그냥 쭉 좋아해보려고요.
이젠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
이 대사에 꽂혀서 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다.
상대방이 이랬다저랬다 하는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저랬다 했던 모습들 때문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고
혹시 이 드라마를 통해 그렇지 않을 수 있는 방법 같은걸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해방일지
관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염미정은 ‘관계자체가 노동이다‘라고 말할 만큼 지친 상태였고
모든 게 버겁고 자존감도 낮아진 상태에서 구씨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며 한번도 채워진적 없는 자신을 추앙해달라고 했다.
하루종일 앞산 뒷산 옆산을 바라보며 주구장창 술만마시는 사연있는 남자 구씨는 염미정을 향해 묻는다
아직 이 남자의 사연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체 무슨 대단한 사연이 있길래 이 건장한 남자가 경기도 외곽의 한 집에서 기거하며, 동네사람들과 말도 섞지않고 하루종일 멍때리며 술을 마시는걸까? 구씨의 정체가 밝혀졌을때 이게뭐야? 겨우 이런이유였다고, 하는 실망감이 들지 않기를, 바라본다;;
추앙은 (대체) 어떻게 하는건데?
염미정은 답한다.
응원하는 것. 뭐든 할수 있다고 응원하는 거, 라고.
..
.
진짜 응원만 하면 되는건가?
박해영 작가의 전작 <나의 아저씨>나 <또오해영> 에 비해,
이번 드라마는 전개가 다소 느리고, 내용이 무겁고, 대사나 독백에 너무 힘이 들어간 느낌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회 챙겨보고 있다.
설레는 마음이라기보다는, 관계에 지쳐있는, 연애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어떤 해결책같은 걸 줄 수 있을 것 같. 아. 서.
서울에 직장을 둔 경기도민 삼남매의 험난한 출퇴근길은 과연 어떻게 되는건지
집도 없고 차도없는데다 견딜수 없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여자들에게 번번이 차이는 둘째 창희의 쉽지 않은 연애는 자리를 잡게 될런지
한번도 주목받아보지 못하고 직장에서는 은따로 대부분의 관계속에서 소외된채 무채색으로 살고있는
셋째 미정이가 구씨의 추앙을 받으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무기력하게 멍때리며 술만마시는 구씨가 미정이를 추앙하면서, 미정이 말대로 정말로 봄이되면 우리의 알콜중독자 구씨가 이전과는 아주 딴 사람이 되어있을런지,
중학생 딸 하나를 둔 싱글대디와 모쏠인 첫째 염기정의 연애는 어떤식으로 알콩달콩 풀려갈지,
아직 감은 안오지만
모쪼록 산포 (군포와 산본의 어디쯤엔가 있을법한 동네?)에 사는 이 삼남매 일상이 평온하기를, 또 그 삼남매와 그들을 둘러싼 모두가
구김살 없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응원한다.
추앙까지는 못하겠지만.
편애하는 대사
#좋기만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혹시 그게 내가 점점 조용히 지쳐가는 이유 아닐까.
늘 혼자라는 느낌에 시달리고 버려진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 아닐까..
(이게 가능할까? 자식새끼도 이러기 쉽지 않은데..)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그런 사람.
상대방이 이랬다저랬다 하는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저랬다하지않고
그냥 쭉 좋아해보려고요.
방향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이젠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
_5화_
** 추앙: 높이 받들어 우러러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