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그리고 김태호
Team Teo가 제작한 김태호 피디의 <먹보와 털보>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김태호 피디가 왜 유재석과 그렇게 오래 함께 할 수 있었는지. 사람들은 유재석때문에 <유퀴즈>에 출연하고 싶어했고 그곳에서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작품을 알리고, 자신들이 걸어온 인생을 이야기했다. 한때 내꿈도 유퀴즈에 나가서 퀴즈를 맞추는 것이었다. 더이상은 아니지만.
그런데 그 처음은 무도였다. 조금씩 모자란 형들을 데리고 세상 무모하면서도 말이 안되지만 재밌는 도전을 이끌어낸 김태호 피디의 프로에 어떤 형태로든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입버릇처럼 내 꿈은 무도에 나가는 것, 이라고 말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무도가 끝이났다.
수많은 무도빠들은 토요일 저녁에 어떻게 하라고.
얼마안가 놀면뭐하니로 돌아왔지만(다시 또 떠났고) 토요일예능에서 김태호 피디가 사라졌던 그 시기'가 나름 우리들에겐 암흑기였다;
김태호는
(비록 내가 출연자도 아니고 만나본 적도 없지만) 왠지 출연자가 하고싶은걸 하게 해주는, 그로 인해 일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PD, 같다.
시종일관 넷플릭스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의 이름을 외치던 노홍철은 급기야 자신의 팔에 넷플릭스+ 노홍철을 상징하는 N을 새겨서 나타났고, 그에 화답하듯, 믿기 힘들었지만 리드 헤이스팅스가 직접 영상을 보내왔는데,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책 No Rules Rules 를 바이블처럼 가지고 다니던 노홍철은 리드의 영상과, 리드가 보낸 넷플릭스 굿즈를 선물로 받자마자 정말 찐으로 행복해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어쩌면 김태호 피디는 안보이는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출연자들에게도 찐행복을 주는 기획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된거다.
진짜로 행복하고 재미있어서 그 일에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
내가 방송작가라면 팀 테오에 들어가고 싶었을거다!!
총 10회로 구성된 <먹보와 털보>는
<무한도전>의 돌+아이 노홍철과 이제는 편하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왕년의 슈퍼스타 ‘비’ 두사람이 바이크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면서 맛있는 거 먹고, 재밌는 거 보고, 쉬기도 하는 ‘세상 자연스러운 프로그램’이다. 제작진도 별다른 개입없이 두사람의 여정을 따라간다.
4월 제주 편을 시작으로 부산, 강원, 경주, 남해 등을 찍고 시즌 1이 마무리 되는데 지금 먹보와 털보는 부산에 있다. (아직 4회-부산편을 보는 중이다)
그둘은 돼지국밥을 먹고 또 팥빙수를 음미하면서 부산 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날이 맑으면 맑은대로.
(부럽다!!!진심)
매일밤 한편씩 아껴보고 있다.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 강원, 경주, 남해를 훑고온 두남자를 보면서 가을이 오기 전에는 나도 어디라도 떠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몇년간 쉬었던 혼자만의 여행.
올해는 반드시, 꼭, 기필코 떠나보리라!!
진지충 기자의 너무도 진지해서 동정과 연민이 들었던 기사를 읽고
끊임없이 무도를 깎아내리고 문제점을 발견해서 문제화하던 그 사람이었을까.
<프로그램 기획과 형식에 내재된 '자본에의 찬양'이 문제>라면서 별의미없이 출연자가 했던 말들을 기사로 엮어서 프로그램을 깎아내리는 기사를 보면서 그 글을 쓴 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먼저 들었다.
정말로 신나서, 재미있게 즐기고
좋아하는 걸(넷플릭스) 좋아한다고 말하는 노홍철과 그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되 그 안에서 볼거리 재미거리를 찾아내려는 제작자들의 노력따위는 몰라줘도 되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도 안되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늘어놓는 행태가 참 쓸데없다 생각했다.
우리조카가 늘 나를 놀리듯 그런 사람을 바로 진지충이라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더이상
#진지충으로 살지 않기위해 남은 인생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리고 김수영 시인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가 생각났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하는.
저 왕궁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하고 옹졸하게 욕을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차마 땅주인에게는 하지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야경꾼에게 분개하는가.
모래야 나는 얼만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하는 것.
에필로그
유DJ 의 두시밤새를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쏟아졌던 몇달전 토요일 오후.
일찍이 내 꿈은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무한도전이 ‘잠정적으로’ 끝이 났을 때, 나의 꿈도 잠정적으로 끊겨버렸다.
그리고 유퀴즈가 시작하면서 다시 내꿈이 부활했다.
부활했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kllfsCm1Y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