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라고 안했는데
그 어떤 사건도 없었는데 일하다 문득 눈물이 났다.
눈물의 원인은 아마도 ‘그리움’이었을거다.
아, 하면 ‘어’하던 이의 부재.
스물세살 어린나이로 우리 회사에 온 그분은 내 무릎에 앉아서 재롱을 피우곤 했다.
언어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내 무릎에 앉아서 놀았고, 지 책상 밑도 비었는데 굳이 내 책상 밑 구석에 들어가서 졸려운 오후시간을 보내곤했다. (그런게 가능한 회사다;;;)
띠동갑이지만 무슨일을 겪은건지 애어른같아서 배울게 많았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어딘지 모르게 통하는게 많았고, 때때로 반복적으로 찌질해지는 나의 어쩔수 없는 루저 정서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었다. 3년안에 대출금 1억원을 반환할 수 있도록 재무플랜을 세워주기도 했고, 공모주가 뭔지도 모르는 나를 공모주의 세계로 안내했고, PMS때마다 흔들리는 나를 덤덤히 지켜봐주기도 했다.
나이 어린 팀원이었지만 동료만큼 위로가 되고 든든했다.
친구, 라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내 자리로 와서 조잘대기도 하고, 투덜대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던 그친구의 빈자리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오늘 오후 세시, 갑자기 툭 치고 나온거다.
매일보던 그애를 안본지 6개월만이다.
겨우 6개월동안의 부재인데 이렇게 갑툭튀 눈물이 난다고?
함께한 7년이란 세월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둘을 거쳐갔다.
그 시간동안 참으로 한결같이 내곁에 있어주었던 분. 우리에게 늘 핑크빛 날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갈등과 번목도 많았고 그때문에 아이처럼 서럽게 엉엉 울던 날도 있었고 누구보다 미워하기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우리는 그 과정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다시 노력해보기로 한것>.
그 결과 어떻게됐냐고?
그 아이는 비교적 어린나이에 신혼집 전세자금을 모을 수 있었고,
나는 그 아이가 낳은 아이의 대모가 되는 자격을 얻었다.
팀장님아, 오늘저녁 약속있시요?
밀밭에서 부추전에 막걸리 한잔 마시고 싶어요.
고기 먹고싶어요
곱창전골 먹고싶어요
순대국에 소주한잔 하고 싶어요.
이 영화 완전 팀장님 스타일일껄요, 한번 봐 보세요.
또 운동 안하고 그냥 잤죠?
영어 공부 왜 안해요?
왜 소개팅 안해요?
영어 동아리 가입해요. 빨리!
바로 낼이 인터뷰하는 날인데 어제부터 후보자가 제 전화를 안 받아요ㅠㅠ
저 오늘은 야근할껀데 안 붐빌 때 마라탕 좀 빨리 먹고 와서 일해도 될까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시요!
저 같은 팀원 없다니까요.
어제 아빠가요,
어제 엄마가요,
어제 진석진이요.
그땐 둘다 거의 일에 매달려 살았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가 다될때까지.
부담되고 스트레스 받는 일 있거나 기분이 좋으면 좋은대로 굉장히 자주 야식을 먹었다. 반주와 함께.
나는 간단히 한두잔 반주를, 그아이는 취할때까지 마시는 걸 좋아했다.
요며칠 함께 마셨던 반주가 왜이렇게 눈물나도록 그리운건지.
좋았던 기억이 없으면 마흔 언저리 시절이 그립지 않으려나?
눈물나게 그리울수 있도록 올해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재밌는 일들이 좀 생겨야할텐데!!
와우
아직은 그런 일의 조짐이 1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