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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1. 2020

결혼까지 생각했던 <하현우>

10년동안 업데이트못한 금사빠기록

오랜만에 일기장을 들여다봤다.

누군가 좋아질때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거리가 있을때, 그러니까 1년에 한두번(만) 일기를 쓰다보니 9년동안 일기장 한권으로 버티고 있었다. 성실한 기록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간헐적으로라도 무언가 꾸준히 기록되어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남다르다.  그것도 절절한 짝사랑 상대에 대한 기록이라니!

그런데 무려 10년치를 돌아보니, 내가 왜 연애를 못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일기장을 채운 짝사랑 상대는 어쩜 그렇게 일반인이 한사람도 없을까.

그렇게 나는 나의 지난 10년에 대한 기록을 브런치에 옮겨보기로 했다.

이 기록마저 없다면.....



2010년의 남자, 이선균

2010년에는 파스타를 보고 이선균을 좋아했던지, 이선균 좋다는 이야기만 가득했다.

 


2016년, 음악대장 하현우

복면가왕 음악대장 하현우에게 푹 빠져서 급기야 기타도 배우고 밤마다 그에게 트윗을 보냈었는데! 

그땐 트위터 시대였으니까, 트위터로 사랑의 멘트를 자정마다 그에게 날렸더랬다! 

그땐 뭔가 확신같은게 들었다. 그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 그 이상한 확신이 들어서 장장 5시간동안 줄서서 그의 콘서트장에 입장했다. 그를 보러 가야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였는지, 스탠딩 콘서트가 힘들어서 현타가 왔는지, 아 이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면 어쩌면 나는 이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없겠구나, 뭐 그런 깨달음을 얻고서 어렵게 예매해둔 제주도 공연을 취소했다. 아니 나란 사람은 가수를 그냥 가수로서 좋아하면 안되는 걸까?

공연은 공연대로 즐기면될텐데, 짝사랑을 포기하면 공연도 포기하고 마는, 나란 여자 참. 


2018년, 다시, 현빈으로!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이 도화선이 되어 그사세까지 몰아봤다.

어찌나 울었는지, 머리가 아플때까지 그사세 정지오의 삶에 몰입해서 드라마를 봤다.

2018년 일기에는, 현빈 이야기 외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아니 미미한 내용들이 있기는 했다. 매해 같은 이야기들. 새해에 야심차게 계획했던 다이어트나 연애계획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 연말이 되었다는, 결론들. 아무일 없이, 이석증만 몇번 찾아왔다. 그해여름엔. 어찌보면 아무일 없었던 게 오히려 좋은건가 싶기도 하고.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은 그런생각도 든다. 

 

2019년, 갑툭 배정남 & 다시 에릭 

배정남에 꽂혀서 구제자켓 직접 구해보겠다고 동묘에 갔었다!

그를 보면서 인간에게는 그렇게 비싼 옷이 필요한게 아니다. 운동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참, 잘도 깨닫는 나란 사람.

‘몸이 명품이면 동묘에서도 만원 이하 옷 사서 충분히 멋지게 차려 입을 수 있겠구나’ 고런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러니까 공효진처럼. 그런데 왜때문에 내몸은 늘 준비가 안되어 있는걸까. 

운동을 좀 해야하는 게 아닌가 잠시 생각했다. 아주 잠시. 그 생각은 또 늘 그렇듯 생각으로 끝이났다.


뒤늦게 <또 오해영>을 보며 에릭에 빠져들면서부터는 신화창조를 가입하려고 애를 썼다. 

중고등학교때도 안했던 팬클럽 가입을 나이 마흔 앞두고 하려니 걸리는게 한두개가 아니어서 성공은 하지 못했다. 아니, 이거 참. 의외로 그 팬클럽 가입기준이 까다로운거다. 실물 씨디를 사야하고, 시리얼 넘버같은걸 또 입력해야하고, 까페에 글을 5번이상 남겨야하고....결국은 포기했다. 산넘고 물건너는 과정을 감수할만큼 에릭을 사랑했던 건 아닌것 같다. 결국 스탠딩콘서트에 가서 실물을 보는걸로 만족해야했는데, 이 나이에 스탠딩 콘서트를 가니 힘이 들긴했다.  에릭 땀방울을 가까이서 본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지만. 

신화방송이란 걸 보면서, 5명의 철부지 멤버가 팀해체없이 스무살에서 마흔이 되기까지 팀을 꾸릴 수 있었던 것 어찌보면 에릭이라는 리더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시절 에릭을 동경했다. 회사에서 팀매니징할때도 에릭 리더십을 접목해보려고까지했다. 과묵하지만, 기다려주는 리더십 같은 거? 물론 리더 에릭을 따라준 나머지 멤버들의 신뢰도 대단하긴했다. 나는 운 좋게도 비교적 빠르게 회사에서 팀장이라는 자리에 있게 되었지만 좋은 팀장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는 없었는데 에릭을 좋아했던 시기에는 에릭처럼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이듬해에도 #신콘 가야지했는데, 결국 가지못했다. 한번 갔다왔음 됐지 뭐, 그런 생각이 들만큼 애정이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2020년, 박새로이

하다하다 이젠 만화캐릭터에 사랑에 빠졌다. 쩜오디, 라고 한다고 조카가 일러줬다. 캐릭터 자체를 좋아하는 덕후들을 일컫는 용어라나? 친구가 말했다. 점점 더 완벽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 큰일이라고! ㅋㅋ

소신을 지키며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이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참 좋았다.

근데 빠르게 포기했다. 저 남자가 만화를 찢고 나올리도 없고, 설사 나온다고한들 내꺼가 될리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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