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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l 04. 2022

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싶은  어느 맥시멀리스트의 월요일밤

(부제: 북칼럼리스트 시절의 추억)


월요일과 화요일은 야근하는 날로 정했다.

회사 밑 Gym에서 가볍게 운동하고, 서치 한시간 반정도 하고나니 어느덧 밤 10시.

집에 바로 가서 쉬면 좋은데 글이 쓰고 싶어져서 브런치에 접속했다.


"언니도 참 맥시멀리스트야"


사무실 레이아웃을 변경한다고 경지팀 Y가 내 방에 들렀다가,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쌓여있는 내 살림살이를 보고 한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 내 삶은 왜 이다지도 내 지향점과 멀어져가는가.


나의 지향점은 미니멀라이프에 있는데, 집도 회사도 왜이렇게 짐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얄지.

버리려고 마음먹을때마다 왠지 언젠가 한번은 꼭 필요할 것 같아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한 물건이 차고도 넘친다. 그러던 중 사무실 책장 저 한 켠에서 몇년 전 북칼럼을 연재했던 잡지를 발견했다.

오늘은 기필코 이거라도 버려야지 마음먹고, 내 북칼럼 페이지만 찢어내고 나머지 잡지들을 하나 둘 버리기 시작했다.


한달한달 부족한 글솜씨를 포장해가며 좋아했던 책들을 소개했는데,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마감일이 돌아올때마다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원고를 넘기고 이미지에 글이 얹어지고 인쇄본이 나오면 정말 최종적으로 수정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때 다시 초고를 쓰는 맘으로 모든걸 다 고치고 싶은 충동이 들때가 많다. 뭐 그리 대단한 문장가라고, 수정하고 교정하는 분을 힘들게 하나 스스로 괴로울때가 많아서 다음번 마감때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수백번 하지만 막상 마감일이 오면 어떻게든 대충대충 원고를 넘기게 되는거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오는 후회. 얼렁뚱땅 급 결론짓지말고 조금 더 생각해서 문장 마무리할껄. 조금 더 괜찮은 화두로 글을 시작할껄. 하는 후회들.


내 첫 사회생활은 우연찮게도 혹은 운이 좋게도 잡지사였다.

부동산투자사에서 한달에 한번 상위 1% 멤버쉽 회원들을 위해 만들던 나름 고퀄러티 잡지.

거기서 나는 가로수길에 새로생긴 레스토랑이나 편집샵 취재를 하거나, 신작 영화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썼다. 겨우 열줄 정도 짜투리 글을 쓰면서도 새벽 서너시까지 고뇌하며 밤을 새고 있노라면 그모습을 보던 선배들이 신이나서 놀려대곤했다. 그깟 책 소개 몇줄에 밤을 새고 있다고.


그땐 그깟 몇줄이 왜 그렇게 어렵던지.


그 시절들을 지나 나도 어엿한 선배가 되었을때, 메인 컬럼을 맡게 되었다. 근데 그땐 그게 또 그렇게 부담스럽고 스트레스일수가 없는거다. 취재한 내용 바탕으로 당당하게 쓰면되는데 내가 판교를 강남 대체지 라고 써도될지, 용인 동백지구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고 써도될지 모든게 막막했다.

그래서, 디자이너나 소설가 인터뷰 기사같은게 생기면 자원해서 나갔다. 한사람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내 나름의 느낀점들을 써내려가는 인터뷰 기사가 좋았다. 뭐, 그건 그거대로 쉬울리 없었지만.


취재기자일땐 기사쓰는게 스트레스고

헤드헌터일땐 채용과정이 스트레스고

인생의 행복과 평안은 대체 언제쯤 찾아오는걸까


힘들게 언덕길 오르다 잠시 스치는 바람에 땀 식힐 정도의 행복과 만족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를 둘러싼 압박과 속박과 비교와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긍정이라는 건 인정한다라는 의미란다. 인정하려면 일단 나 자신을 바로 알고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이 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나 빛보다 인정이 빠른 사람들이다. 나는?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이는 긍정이 쉽지 않은 인물같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즐겁게 마감을 맞아보리라!!!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퇴근길. 그냥 집에가기 아쉬워서 어디로든 가고 싶은데 (정확히는 남산엘 가고싶었다)

운전이 서툴러서 도통 바람쐬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강가는 법이라도 좀 배워둘껄.

어제저녁엔 주차하다 골목길 삼면이 다 차로 둘러싸여 모두의 집중을 받아내야했다.

오른쪽 카니발 언니, 왼쪽 K3 오빠. 앞쪽 제네시스 차주. 그 셋 모두가 내가 어서빨리 후방주차를 마무리해줬으면 하고 나를 예의주시하자 나는 식은땀이 나면서 생각이 멈췄다.

그때 다행히 왼쪽길 K3에서 어떤 분이 내려서 (그분이 차에서 내리기까지는 얼마나 화가났겠냐마는)

"저 뒤에다 주차하실꺼에요" 하고 묻더니 내 차를 주차장에 고이 잘 넣어주고 가셨다.


내 첫차 <수호>

언젠가 이런밤

음악크게 틀어놓고

기분전환삼아 드라이브할수있는

그런날이 오겠지?

오긴 오리라 믿으며

조용히 집에 들어왔다.



식은땀 줄줄 날만큼 맘 볶이고 걱정되고 두려운 초보의 시간들이여.

제발 빨리 지니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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