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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l 30. 2022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주에 김제 출장을 다녀왔다.

나의 고객사들은 대부분 지방에 는데 최단거리가 경기도, 정도다. 코로나 시국에는 비대면 컨퍼런스를 주로 했었는데 (아직도 코로나 상황이 해결된 것은 아니나) 여차저차한 이유로 이번엔 전라도에서 미팅이 생겼다. 한국에 공장을 셋업한 이래, 2017년부터 지금까지 매출이 수직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상승하고 있는 A기업. 최근에 이곳에 Plant HR 새로왔는데 그분의 초대로 미팅이 급 성사됐다.

이미 다 일정이 확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일인지 우리의 인사 담당자님은 당일까지 무려 세번이나 나의 의지를 체크하셨다.


SRT로 두시간 정도 걸리는데 바쁘면 다음에 오셔도 돼요.

한번쯤 plant 직접 투어하시면 아무래도 더 낫긴 낫지만 김제가 멀긴 멀죠.

아침에 비기오기 시작했는데, 정말 다음에 오셔도 됩니다.


물론 김제가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아침부터 가 내리기 시작하기도 했고 요즘 웬일인지 무척 바쁘기도 하다(사실 안바쁜날이 별로 없지만)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김제까지 가서 plant tour 해보겠나 싶어,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보통때는 의지를 자주 굽히는 편이지만 일할때만 예외랄까.


약속전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캔슬하기로 유명한 나 때문에 대학동기는 언제나 번개로 약속을 잡는다. “오늘 삼성동 갈일 있는데 점심 괜찮아?”

그런 요청은 웬만하면 오케이 하는 편이다. 점약이 있다면 시간을 늦춰서 디저트라도 먹고 헤어지자고 적극적으로 응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약속만 하면 약속한 그날부터 만나기로 한 그날까지 부담이 쌓이는 거다. 이런 내 오래된 습성을 아는 그 친구의 선택은 번개, 였다. 현명하기도하지.


도대체 나는  약속은 쉽게하면서 약속한 날짜가 다가올수록 무거운 맘으로 그날을 기피하려하는가.

타인을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으샤으샤 약속을 만들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벌여논 일들을 하나하나 후회하는 나라는 사람.


주말엔 엄마한테 가야하

수요일엔 재택하는 언니한테 가야하고,

목요일에는 세탁소좀 들렀다가 하루정도는 쉬고싶은데.

화요일엔 운동하러 가야하고

월요일엔 야근해야하니까


월요일도 화요일도 양평에 가야하는 금요일도 나는 약속을 잡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김제 출장에, 혼자간건 아니었다.

초보가 무슨 비오는 김제를 운전해서 가냐며 로빈슨이 드라이버를 자처했다.

이왕 그렇게   집에서 일만하는 둘째언니와 윤콩이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하에 나를 포함한 4명의 가족구성원이 함께 김제출장을 가게됐다. OMG!


우려와 달리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객사 미팅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군산으로 갔다. 그러나, 준비없이 가서 그랬는지 언젠가 가족들과 군산을 찾았을 때랑은 여행이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군산이라는 도시도 이전에 비해 왠지 모르게 활기를 잃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군산엔 이성당이 있으니까!!! 일단 우리는 대략 보이는 식당에서 대충 밥을 먹고 곧바로 이성당으로 갔다. 


사실 군산은 이성당이 있기에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라고 설명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군산의 방문 목적에 이성당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빵뿐만 아니라 밀크쉐이크가 일품이다! 서울 어디에서도 이성당 밀쉐만한 밀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 입에는 그랬다. 




배롱나무
바람에 춤추는 나무가 너무 예뻤음




다음엔 브루딩, 한번 가봐야지, 하고 찍어둔 사진



김제는 평야가 이어졌고

군산은 한산했다.

길가에 나풀거리는 베롱나무는 한없이 멋지고

이성당의 빵과 밀쉐는 몇번이나 다시 찾아가고 싶을만큼 매력적이었지만


계획성 없이 군산여행은 무척이나 지. 루. 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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