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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Sep 02. 2022

사람이 주는 기운


오늘 팀 막내가 캔틴에서 저녁으로 단백질을 마시고 있는 내게 조용히 다가와서 물었다.


"팀장님...."


왜. (무.뚝.뚝)


"오늘....아침에..왜 저기압이셨어요?"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들키고 말았다.


 


 하루 루틴은 질문을 받는 걸로 시작해서 질문을 받는 일로 끝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다.


팀장님, 고객사가 준 budget 대비 이 후보자는 연봉도 높고, 희망연봉도 말도 안되게 높은데 추천해도 괜찮을까요?

이사님, 그 후보자 연봉을 좀 낮게 줘도 우리 회사에 조인할까요? 오퍼에 사인하겠어요? 이사님이 볼땐 어때요?

제니퍼, 그 후보자 people management  경험은 없는데 지금 진행하는 A포지션으로 고려 가능할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을 또 다른 상대(Client)에게 넘겨야 하는데, 가끔 그런 과정이 버거울때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할 내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평상시에는 내 앞에 산적한 일들을 처리하면서도

급한 메일에 회신을 주면서, 팀원이나 후보자 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가면서 쾌감을 느낀다.

 '그래 나는 참 멀티태스킹에 능한 인간이야.'

'이런 방대한 것도 이렇게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다니!'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말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스타일인데, 가끔씩 한번, 그러고 싶지 않은 날이 찾아오는 거다.

PMS와 피곤함과 스트레스 삼박자가 맞는, 오늘 같은 날.


동굴에 숨어서 딩굴딩굴 만화도 보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음악도 틀어놓고

혼자서, 쉬면 딱좋겠는데 그럴수는 없는 노릇.


어쨌거나 회사에서는 티 안내려고 노력했는데, 

티 안냈다고 생각했는데,


들켜버렸다.



퇴근길에 막내가 보내준 카톡과 롤롤이의 인스타 DM



오늘하루 본인을 핍박했던 팀장에게

오히려 사랑의 메세지와 캐모마일T를 보내주는 막내 (나보다 철들었다!)

무던하게 지 자리를 지키면서 초긍정 에너지와 짱구미를 발산하는 우리 롤롤이의 인스타 DM

지가 잘한건데도 맨날 내가 믿어주고 맡겨주고 도와줘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다고 말해주는,

오늘 나의 컨디션이 어떤지, 이번 주말은 어떻게 보낼건지 내 일상을 들여다봐주는 우리팀 엽이의

팀즈 메세지와,

보고싶다고 만날 일정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출산휴가 중인 1호 팀원 멋썸의 텔레그램을 받고나니




내가 참, 오늘도, 너무 많이 부족한 인간이었다, 싶다.



그들에게서 이렇게나 감사한 에너지를 얻었는데, 나는 부정적인 기운을 내뿜어선 아니될일.....

오늘 운동하고,

주말도 잘 쉬어서,

월요일에 기쁜 맘으로 컴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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