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나의 비전을 전하러 전국방방곡곡 돌아다니는 로빈슨씨를 응원하며
큰언니가 오늘 당일코스로 전라도 광주로 출장을 갔다.
올해 새로 시작한 일 <유사나> 때문에 비전을 전하러 다녀와야한다고 갔는데, 문제는 본인 스스로 SRT 광주행 티켓을 예매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틀전 새벽에, 막 잠자리에 들려는 찰나 전화가 왔다.
용건인 즉슨, 수서-광주행 SRT 티켓을 예매해달라는 것. 어차피 언니 부탁은 다 들어주는데, 한번도 좋게 들어준적이 없다. 다음부터는 어차피 할 심부름, 기분좋게 들어줘야겠다.
어쨌거나 투덜투덜거리면서 예매를 했는데, 오늘 새벽엔 카카오T 택시 잡는걸 부탁하셨다.
어떻게 잡는거냐고 물으셔서 집앞으로 택시를 불러드렸지만 이제 다음부터는 제발 카카오어플 다운로드받고, 직접 택시를 부르라고 했는데 아마 다음번에도 내가 부탁할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좀 그랬는지 본인 SNS에 글을 남겼다.
디지털이라는 수단은 이제 인지하지 못해도 일상속에 공기처럼 녹아 있어요.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이 세가지 핵심사항이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겁니다.
SRT 예매도 카카오 택시도 스스로 못해서 동생 손을 빌린 저지만 다가올 미래를 공부하는 일은 짜릿합니다.
큰언니 출장때문에 내가 한 일들이다.
광주송정행 SRT 왕복티켓 예매하기.
아침에 5시에 알람맞추고 깨워드리기.
수서역에서 어떻게 SRT타야하는지 떨린다고해서 <수서역에서 SRT 타는법> 비교적 상세히 나온 블로그글 링크 보내드리기.
집앞으로 택시 불러드리고, 그 택시 타고 수서역에서 잘 내렸는지 확인하기.
제시간에 SRT탔는지 체크하기.
광주송정역에서 꼭 내리라고 리마인더 하기.
광주에서 수서로 오는 3시 열차시간 리마인더 하기.
수서역에서 내려서 삼전역에서 몰리짱네 가는 길 설명해주기.
이렇게 놓고 보면 52세 언니가 한참이나 모자른 사람같지만,
큰언니는 정책비서실장을 지낼만큼 전략적이고, 지략이 있는 인재다.
이상하게 가족에게만은 의존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지만.
큰언니로 말하자면,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일을 감당하고, 책임감도 강하지만 항상 엉성한 척, 모르는 척하면서 심부름을 시키는 타입이다.
가고싶은것도 하고 싶은것도 그래서 먹고싶은것도 많은 52세 로빈슨!!!!
매일매일 도전하고, 무언가에 빠져 있지 않으면 무료해서 견딜수없어 하는 언니의 삶을 언제나 응원한다.
비난하고 잔소리하고 짜증내는 모양을 취하지만, 사실은 언제나 항상 응원하고 있다.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서도.
딸이 이미 넷이나 있는데 또 딸이라고, 이웃마을 아들셋있는 집에 가있던 막내동생(접니다...) 데리고 오기
엄마는 장사하러, 아빠는 농사짓는다고 바빠서 아무도 오지않는 초등학교 4학년 소풍에 부모대신김밥사서 따라가기
친구한테 카메라 빌려다가 다시오지 않을 시기라며 막내동생 초등학교 시절 사진 찍어주기
친구네 집에서 생전 처음 먹어본 음식이 맛있다고 그날부터 자주 카레 만들어주기
대학교 수업은 목요일까지만 짜고, 금요일엔 무조건 큰언니 기다리는 막내동생 돌봐주러 오기
용돈 아껴써 막내동생 동화책 & 시집 그리고 동시지을 노트 사주기
용돈 아껴써 막내동생 크리스마스 선물 삐에로 인형 사주기
걸핏하면 아빠한테 대들다 맞고 있는 막내동생 구출해서 드라이브시켜주고, 오는길에 우동사주기
막내동생이 짝사랑하는 애랑 이어주려고 수업안하고 춘천 놀러가기 (큰언니가 원장님으로 있는 학원에 다녔었다.....ㅎㅎㅎ)
막내동생 대학원서 내러 같이 가주기
주말마다 서울가는길 귀찮아하는 막내동생위해 거의 매주 서울 태워다주기
김치좋아하는 동생집에 직접 김치 배달해주기
조카때문에 삐져서 서울간다고 집을 나선 속좁은 막내동생 굳이굳이 차로 태워서 역까지 바래다주기
20년 매일같이 어디든지 데리러오고 데려다주기. 심지어 막내동생 소개팅남까지 태워다주기
42세가 된 막내동생 김제출장간다고 운전해주면서 따라가주기
큰언니가 광주 출장갔을때 내가 해줬던 일들을 열거했지만, 그것들과는 비할바가 없는 많은 일들을 42년 동안 해준 역사와 유서가 깊은 우리 큰언니의 배려. 도움. 가르침 앞에 눈물이 찔끔난다.
언니 심부름을 앞으로는 백만개 더, 토달지 말고 해야하는데 왜 항상 짜증내고 화부터 내는지 모르겠다.
언니는 내 모든일에 언제나, 기꺼운 맘으로, 맘편히 해줬는데.
글을 쓴다는 건 이런건가 싶다,
결국은 나를 돌아보는 것.
오늘도 반성한다.
"너는 맨날 회만 하더라. '개'는 안하고"
회개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잘못만 뉘우치고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언니가 늘 내게 하는 말인데, 이렇게 생각하고 글쓰고 반성하다보면 언젠가 회개가 완전히 되는 그런날도 오리라 믿는다.
“어느날엔 회만 말고, <개>도 하는 날도 오겠지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