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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Dec 22. 2022

십년만에 한라산 오르기 도전 & 제주 기상특보

제주여행 마지막날


친구가 떠나고 동료 롤롤과 엘렌이 제주에 도착했다.

오는 항공편이 달라서 두번 픽업을 다녀왔는데 그래도 공항에서 10분내외 거리에 있는 숙소라 어렵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화룡점정이랄 수 있는 한라산 등산계획은 롤롤로부터 비롯되었다.

한해를 마감하며 여름에 가지 않았던 휴가를 겨울제주에서 보내겠다고 하자,

10년전 교회에서 함께갔던 한라산 등반을 제안해왔던 것. 근 5년간 어떤 산도 오른적이 없어서 걱정이 태산같았지만 한번에 그러마했다. 왜냐하면,


롤롤과 계획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한라산이라도,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고했다.

올해 결혼한 롤롤이 엄마가 되는것은 시간문제. 아이 키우고, 이래저래 살다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요원해보였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엘렌까지 설득해서 그렇게 롤롤, 엘렌, 제니퍼가 제주에서 뭉치게 된 것.


호기롭게 약속하고, 롤롤과 엘렌을 제주로 초대했지만 속으론 걱정을 너무도 많이했다. 10년전의 나의 체력과는 비교도할수없을정도로 기력+체력이 딸려서 이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염려됐기 때문이다게다가 두 친구들에 비해 나이도…롤롤과는 띠동갑, 엘렌과는 17살 차이가 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네 뒷산오르듯 너무도 쉽게 잘 다녀왔다.

등산에 대한 자신감도 좀 생겼고 ㅎㅎ

걱정이 좀 앞서는 편인데, 걱정했던 일 대부분은 보통 잘 해결되는 것 같다.


일년간 챙겨먹은 유사나 비타민과 단백질때문인지 성판악 코스가 너무 쉽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등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으니 청계산도 다시 가볼생각이다. 진짜로 올해는 입으로만 가는 등산말고 한달에 한번, 산에서 체력좀 단련해야지 싶다. 이왕지사 한라산등산때문에 수지 트래킹화도 샀는데...


대설특보로 정상은 갈 수 없어서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만 다녀왔기에, 쉽게 끝났던 이번 등산.


셋중 최약체인 엘렌은 마지막 2킬로미터를 남기고 조금 힘들어했지만 셋다 무리없이 산에 올라 미리 준비해간 따뜻한 물을 부어 컵라면과 오는정김밥을 먹었다.


중간에 등산하면서 이상한 아저씨를 한분 만났다.

"보기 좋은 아가씨들이네, 우리 와이프가 아가씨들 나이랑 비슷해!"라며 말을 거는 아저씨. 누가봐도 50대가 넘어보이는데 우리팀분들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인데 무슨 수작인지.

아가씨들 좋아보이네, 라는 문장에서부터 기분이 상했는데

TMI아저씨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 와이프가 젊어 아가씨들 나이야.나는 나이가 많은데!"


so what!!!!!SO WHAT!!!!!!

가던길이나 가셨음했는데 굳이 뒤돌아보며 한마디 더 덧붙였다.


"한국여자는 아니지, 베트남 여자야."


아. 그렇군요, 가던길 빨리가세요, 하는 우리셋의 표정에+ 굳이 저런말을 왜 하는지 tmi 정보가 웃겨서 웃었을 뿐인데 그 아저씨가 우리에게 소리쳤다.


" 왜?

베트남여자는 사람 아니야?"


아니. 언제 우리가 아저씨 와이프가 있나 없냐 물었어요. 와이프가 어리냐 나이 많냐를 물었어요. 베트남 여자인지 한국 여자인지 우리는 1도 안 궁금하다구요!!!!!!!!


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와의 거리를 널찍하게 벌리면서 그를 피했다. 산에서는 주먹밥도 나눠먹고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마음을 여는데 게중에는 저런 부류의 피해의식에 심각하게 빠진 이상한 아저씨도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그리고 느낀 것 하나.

한국사람들은 인사에 인색하다는 것.

산을 오르내리면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만나는 이들에게 대부분 인사를 건넸는데 절반가량만 인사를 받아주었다. mbti I 유형이신건지…들…

(서귀포 칼에서 만난 인천FC 단체를 한라산 중턱에서 만났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어쨌거나 팀 막내는 왜 등산을 하는지 알게되었다고 했고 (근데 왜인지, 이유를 안물어봤네!)

나는 정상을 가지 못한것에 너무 아쉬웠고

롤롤은 챙겨간 장비를 다 꺼내서 누리지 못한것에 대해 섭섭해하며 무사히 하산했다.


어쨌거나 서로 더 무거운 짐 나눠들겠다며, 화기애애하게 10년만의 한라산 등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때까지만해도 10분뒤 우리에게 불어닥칠 사건을 우리는 조금도 예견하지 못했다...



다음번엔 다른 코스로 한라산을 경험해보고싶다!!

[2022년 한라산  등산]
4시 기상 >> 4시 반에 성판악으로 출발>> 성판악 근처에서 장비대여해주는 분을 만나 장비인수 받고 >> 6시 반부터 등산시작 >> 12시 30분에 하산하여 장비 반납

** 스틱, 스패츠, 아이젠 덕분에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자주 등산하는게 아니라면 우리처럼 대여해서 사용해도 좋을듯하다. 팀 막내는 등산화+스틱+스패츠+아이젠 세트에 35,000원 정도 비용을 줬다고 했다. 장비인수비용은 별도로 2만원이 더 든다.







산에 내려오자마자 대학원 합격소식을 들었다.

함께 면접봤던 분과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먼저 합격자 리스트를 보고, 내 수험번호를 알고 계셔서 축하를 건네주셨던 것. 본인은 내년에 재도전하겠다며 축하를 건네주셔서 마음이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호사다마라했던가.

그일이 있자마자.......


유턴하는 과정에서 엘렌이 차를 가드레일에....

범퍼가 기본 50만원에, 렉카비용 30~40이나오면 돈 백만원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너덜너덜한 범퍼를 일단 근처 다이소까지 가서 스카치테잎으로 고정하고 렌트카 사무실까지 한시간 가량을 끌고와서 반납했다.


제주 날씨가 이렇게나 변화무쌍하지 처음알았다.

가는동안 눈이 왔다가 비가 내렸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해가 잠시 비췄다가.......

결국 535,000원을 내고, 차를 반납한 뒤 택시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25살 청춘이 겁낼세라, 안다친게 다행이라며 위로하고 다독여서 숙소로 와서

셋이 두런두런 수다를 떨고 다음날 계획을 야심차게 세워놨는데....



그날 사고흔적들.....


오전 9시쯤 내가 타고갈 항공편이 결항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날밤 대설주의보 문자를 받았지만 내가 타고갈 항공편이 결항될꺼라는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빠르게 오전 비행기로 바꾸고 롤롤고 엘렌의 항공편 변경을 위해 공항으로 갔다.

엘렌도 기존 티켓보다 2배 비싼 가격을 14만원에 대한항공 오전 티켓을 예매했는데

롤롤만 3시 티웨이항공을 예매하게됐다.

남겨진 롤롤은 못먹은 점심도 먹고 까페에서 커피도 좀 마시고 우릴 뒤따라 오기로 했는데 결국 아직 제주에 있다. 토요일 낮 항공편을 예매했다는데 그때 비행기가 뜰지 모르겠다.

16만원짜리 아시아나 티켓이 나왔을때, 그냥 예매하자고 강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한라산에서 하산할때는 <제가 운전할께요>하는 막내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차키를 건네준건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것도 그러지 말았어했던건 아닐까 싶다.


대체 어떤 것이 맞고 틀리는지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을 교훈은 무엇이고, 고쳐야하라 행동은 뭔지 고민해보게됐다. 그러면서,


비가 안오거나 비가 너무 많이와도 자기 탓같다던 노통이 생각났다.

나는 대통령은 아니지만......내가 초대한 제주에서 엘렌의 사고와 롤롤의 결항이라는 변수가 생기자 모든게 내탓 같아서 미안했다.


다행히 남편 친구네로 숙소를 정했다는 롤롤.

무사히 내일을 보내고, 토요일엔 돌아왔으면 좋겠다.



2023년 내 목표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기 위해 공부하기였는데,

업무에 국한되지 않은 이러 상황속에서도......역량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너무 우물안 개구리처럼 일일일 일만했던 건 아닌지 싶기도 했고...

생각이 이래저래 많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우리집에는 제주에서 내가 보낸 택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0킬로그램이 넘는 저 박스안에 든것들은 모두가 책이다.

제주 책방에서 고른 책들 50여만원치.



이 많은 책들을 다 읽고나면 조금 더 나아진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제주여행 7~8일차 (메종 글래드 호텔)


한라산 진달래밭 대피소 >> 렌터카 범퍼사고>> 흑돼지 뼈삼겹>> 다음날 오후 비행기 결항소식으로 오전에 일찍 제주를 떠남. 혼돈의 제주공항>> 마침내 집, 그런데 두고온 허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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