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만앓이'중이고,
남는 건 정말 사진이라서 사진을 엮어서 동영상까지 만들어두었는데 정작 다녀온 소회에 대해서 글로 남기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2주차에 접어들었다.
그사이 세번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암 투병중이었던 대학원 동기의 모친상, 지난학기 열심을 내 가르쳐주셨던 교수님의 배우자상, 회사 동료의 시어머니상까지. 예전에는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그간의 일상을 돌아보고, 중요하지만 정작 하루하루 루틴을 처리하느라 놓치고 있었던 관계 회복을 위해 애쓰고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방향을 리셋하면서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안돼' 하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는데 어쩐일인지 이번엔 그런 감흥이 없었다. 마흔줄이 접어든 이후에는,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삶을 설정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무언가 무뎌졌을 가능성도 있고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먼저 하늘로 돌아간 분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건네봅니다)
어쩌다보니 '죽음'이란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했지만, 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은 대만여행후기를 남기기 위해서다. 친한친구 생일겸, 그친구가 10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정리한 기념으로 대만에 다녀왔는데, 개인적으로 15년만에 여권을 꺼내봤다. 나는 대체 뭘한다고 15년간..여권한번 써볼 일이 없었을까.
로밍이 안되는것도 아닌데 헤드헌팅일을 시작하면서, 해외여행을 시도조차 안했다. 시차가 나는곳에서 고객사의 연락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내스스로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는 왜 갔을까? 친구의 요청으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뭐 시작은 늘 그렇듯 어쩔수 없어서였지만 결과는 언제나 또 그렇듯 너무도 즐거웠다.
다만 너무 바쁘게 회사일에 쫓기다 가게 되어 대만이란 곳, 타이베이에서 가볼만한 곳 같은데를 검색못해본게 좀 아쉬웠다. 역시나 현지에서 남들 다 먹어본 맛집에 가보지도 못했고 흑당라떼도 마지막날 공항에서야 겨우 맛볼 수 있었고 다들 대만에는 음식이 훌륭하다고 하는데 정작 음식도 잘 챙겨먹진 못했던게 제일제일 아쉬웠는데 '아쉬움 남겨두어야 또 오게 된다'는 말로 서로가 서로를 위로했다.
월요일마다 팀분들과 단체 팀점을 하는데 이번주에는 캐로로 추천으로 코엑스 지하에 새로생긴 대만식 볶음 누들로 팀점심을 통일했다. 땅콩소스에 고추기름소스를 듬뿍 넣어 먹은 대만식 볶음 누들은, 진짜 맛있었다. 대만 현지에서 먹었던 청경채 볶음과, 야들야들 맛있지만 이름모를 그 음식들과는 비교할수없지만 그래도 코엑스에서 대만의 정취가 조금은 느껴졌다는 데에서, 만족했다.
그렇다면 우리셋은, 왜 그렇게 대만이 좋았을까?
120퍼센터 사람때문이었다.
길가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 상인들, 밥집 사장님들을 넘어 대만이라는 나라 전체가, 타이베이라는 도시 전체가 우리를 에워싸고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자주자주 울컥했다.
같이 간 친구 둘은 <상견니>를 통해 어느정도 대만을 이해하고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았었는데,
이번에 여행을 함께 한 덕분에 허광한의 나라 <대만>과 더더욱 사랑에 빠져버렸다, 고 한다. 마치 제주도에 빠져 해마다 제주도에서 미친듯이 밥집을 찾아다니고 커피숍을 매일 두세군데 투어했던 그때처럼.
대만에서 이어질 우리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p.S 조금 더 깊이있게 대만을 만나고 싶어서 역사 공부도 시작했다. 대만 총통선거부터 대만에 대한 모든것에 안테나를 켜고 있는 중인데 딱 이시기에 대만친구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지나보면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