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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Feb 06. 2023

츤데레의 정석 <정경호>

일타스캔들 본방사수하는 나를 보면서 


왜 매번 나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하는건 몸매좋은 여자가 아니라 한결같이 '마른남자'인걸까. GD, 박효신 때문에 한때 그렇게나 마르고 싶었었는데 요즘엔 정경호를 보며 석촌호수를 달린다. 


무료해서 넷플을 뒤져보던 어느날 <일타스캔들>과 마주하게됐다. 만화같았던 1화에서 내가 꽂혔던 것은 전도연이 이모엄마가 되었던 장면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오래전에 집을 나간 언니가 찾아와 자신의 아이만 '달랑'놓고 가버린뒤 몇십년간 연락을 끊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역시 남행선처럼 (극중 전도연이 맡은 캐릭터)당연히 조카를 키웠을것이다. 




6살정도 된 꼬마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인생에 나타나서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를 포기하게 하고,  알바로 돈을 벌게 하고, 급기야 크고 예쁜눈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이모, 나 이모한테 그냥 엄마라고 하면 안돼?



하고 묻는다.

자신을 낯선 곳에 버려두고 단 한번도 연락해오지 않는 엄마에게 상처받고 외로웠을 조카를 위해 이모는, 기꺼이 어린조카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한다.

어차피, 돌아오지 않는 언니의 딸을 키우기로 작정한 시점에서 <조카의 엄마가 되는 것> 그게 뭐 그리 큰 문제랴.


그렇게 국가대표 핸드볼 유망주에+ never married 이모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사장님이자, 학부모가 된다. 다행히 딸내미도(조카지만) 별다른 과외나 학원의 서포트없이 공부도 잘하고, 착하게 자라고 있는 중이고, 자폐가 있는 동생도 반찬가게 일에 협조적이고, 핸드볼 동기 절친도 가게에서 같이 알콩달콩 일손을 돕는다. 


이처럼 잔잔한 남행선 가족의 일상속에 어느날, 연예인보다 유명한 수학 일타강사 최치열이 끼어든다.

이 남자로 말할 것 같으면 1조원의 남자로 불릴만큼 영향력있고 돈도 많지만 섭식장애가 있어서 웬만한 음식을 먹으면 바로 토해내기로 유명하고, 까칠한 성격에다, 불면증도 심하고, 매주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그런 이 남자가 유일하게 토하지 않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하며 먹는 도시락이 나타났으니 그게 바로 남행선이 운영하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도시락이었던 것. 

가난한 고시생시절 자신에게 살갑게 밥을 챙겨주던 그 아주머니의 따님이 바로 그 <남행선>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그뒤로 남행선과, 남행선의 딸로 알고 있는 해이와, 남행선의 동생 재우에게 우리의 최치열은 물심양면으로 잘해주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문제는, 남행선이 유뷰녀라는 사실이다. 

유부녀이자 학부모인 남행선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걸 온몸으로 부정하고 있는 최치열.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서 일거수일투족이 도촬되고 사소한 일들도 구설수에 오르는 최치열이 유부녀와 게다가 학부모인 유부녀를 만난다면어떻게 될까?

사교육계가 발칵 뒤집히고도 남을만한 사건이다. 


결국엔, 남행선 혹은 조카가 최치열에게 남행선이 유부녀가 아니고 '한번도 결혼한적 없는 미혼'이라는 걸 커밍아웃하게 될거고 학부모들의 반발은 정리되겠지.

앞으로 전개될 상황들이 대략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매주 주말 9시 15분에 이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다. 어쩔수 없이 어쩌다 엄마가 된 이모의 사랑을 응원하면서 말이다. 

무책임한 그 언니가 어느 시점엔 돌아와야할텐데, 하면서 말이다.


원래는 츤데레 역에 특화된 배우 <정경호>에 대해 금사빠 기록을 쓸 작정이었는데 드라마 이야기로 빠졌다. 슬의생이나 <한번 더 해피엔딩> 그리고 <일타스캔들>에서의 코믹하면서도 츤데레틱한 너무 진중하지 않은 정경호가 참 좋다, 는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최치열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정경호 연기때문에 일타스캔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경호의 연기를 보고있노라면 원래 드라마의 대본과 지문이 궁금해질 정도다. 대체 지문에/대본에 어떻게 써있길래 저런 연기가 나오는거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정경호가 연구한거지? 하면서. 





무슨 드라마보지, 요즘 어떤 드라마있지, 넷플에서 뭐보지 하는 분들에게 이 드라마를 살짜쿵 추천해본다. 단, 조금 많이 유치할 수 있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만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드라마니까, 또 사랑이란게 어쨌거나 그처럼 유치하다고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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