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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Feb 08. 2023

임현정이 쏘아올린 베토벤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를 매일 들었던 56일간의 기록



"베토벤 심포니 5번과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 2번을 매일 들으면 삶이 예술처럼 변할 수 있대요"

"그래서 제니퍼 삶이 좀 변했어? L 상무님이 물었다. 

"글쎄요 겨우 3일째라....."

"그럼 다음 모임이 있는 4월 4일 화요일까지 제니퍼가 40번 이상 듣고 제니퍼 삶이 예술처럼 변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기로 합시다" 회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매일 #베토벤운명듣기 #클래식챌린지가 시작됐다.

다음 모임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두 곡을 들으면 56번을 듣게 되는데 과연 나는 매일매일 저 곡을 들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는 YES! 정말로 매일매일 베토벤의 운명을 들었다.

그런데 삶이 예술로 변한다는건 어떤 의미인걸까?

과연 제니퍼씨의 삶은 얼마만큼 예술로 변했을까?


베토벤 교향곡 제 5번 c 단조 op 67

베토벤 교향곡 전악장 카라얀 베를린필 버전



베토벤과 함께한 56일간의 기록

56일차
이제는 베토벤 교향곡 5번과는 작별을 고한다. 대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내게 다가왔다. 
베토벤 하면 2악장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이곡 또한 2악장의 멜로디가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처음에는 대립하다가 서로 의견을 합일해나가는 과정같은 것이랄지, 연주자들의 기교를 볼 수 있는 카덴자 부분이랄지, 새로운 부분에 대해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한 곡이다.
드라마 <신성한 이혼>을 보다가 알게 된 곡이다.
매일듣던 운명교향곡을 이제 더이상 매일 듣지는 않지만 올한해는 베토벤의 음악만 들어볼 생각이다. 베토벤만 깊이있게 파도, 클알못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달까. 
어쩌면 임현정이 말한, 삶이 예술처럼 변한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싶다.
클알못 귀에 팀파니도 들리고, 카덴자도 들리고, 악장도 구분해나갈수 있는 그런 것?

40일차
서울에서 양평까지는 차가 막히지 않는 보통때 한시간이 걸린다. 운명교향곡의 전악장을 두번 들을 수 있는 시간인데, 운전하면서 2악장까지는 잘 따라가는데 3악장과 4악장이 구분이 엄청 어려웠다. 40일을 매일 들을때도 모르다가 오늘에서야 알았다.  3악장에서 바로 4악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1악장 이후 잠시 쉬었다가 2악장이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휴! 한 곡을 한달이상은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보다. 

33일차
1악장과 2악장의 차이를 알게됐다.
모든 악장대비 서정적인 2악장. 
운명을 아는 분들은 거의 1악장을 운명의 전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운명의 2악장 느낌이 많이 다르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조카를 픽업하고 오는길에 베토벤 운명의 2악장이 흘러나와서, 조카에게 베토벤 곡을 알려주었더니 조카가 말했다. "이모 이게 운명인지 전혀모르겠네 굉장히 다른느낌이다"

29일차 
베토벤 운명을 거의 한달동안 들었는데, 좌절했다.
<나혼자산다>의 배경음악으로 빰빰빰 빰~~ 하면서 클래식 음악이 깔렸는데 운명같지는 않은데 운명같은 느낌이 들어서, 검색을 해보니 그곡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밝혀진 것이다.
아니 나원참, 한달이나 주구장창 운명을 들었는데......차이코프스키 곡과 구분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그 좌절감 덕분에 그간 모호했던 소나타/ 협주곡/ 교향곡 차이를 비로소 알게 됐다.
내가 사랑했던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슈베르트 첼로 소나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도 다시 들으며 풍성한 밤을 보냈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과,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구분하지 못한 덕분에.

21일차 
사람들도 알까?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4악장이 2악장에 비해 굉장히 감미롭고 4악장이 희망차다는 것을.
요즘엔 1악장보다 주로 2악장과 4악장을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뮤지컬 <베토벤> 여운덕분에 눈뜨자마자 베토벤을 듣는다. 

10일차 
뮤지컬 베토벤 넘버에는 당연히 베토벤 협주곡, 소나타가 많이 사용됐다. 베토벤 곡에 노랫말이 들어가니까 보다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3일차 
베토벤의 작곡의도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빠바바밤! 하는 절망스런 상황에 직면했지만 봄의 아지렁이처럼 다시 피어나는 새로운 아침이 느껴졌다. 내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향한다면 절대 끝나지 않는 인생같은 것. 임현정은 정말로 위대하다. 처음으로 베토벤의 운명을 듣고 울었다. 임현정 덕분이다. 그리고 베토벤을 들은지 사흘째, 위대한 두 작곡가 이름의 스펠링을 알게 됐다.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 2번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가 내게 남긴 것들

3일
집에서 이 대단한 연주곡을 들을 수 있게 해준 시대에 감사하다. 이 도전이 다 끝난 후에, 제가 라흐마니노프라는 이름을 젠체하며 언급하지 않을 수 있는 겸손함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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