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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Apr 25. 2023

대장내시경을  처음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어쩌면 TMI일수도 있지만, 생애 첫 대장내시경 체험기  



어제는 18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중간고사라는걸 봤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험문제에 대비하여 공부를 하는 것은 분명 스트레스지만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기에, 나름 즐겁고 재미있게 중간고사준비를 했다.

<심리과학이론> 중간고사 범위는 기억, 정서와 동기, 언어와 지능, 발달, 성격까지 총 5 챕터. 한 챕터당 거의 서너시간씩 공부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20문제중 겨우 16 문제 맞음. 역시나 암기에 약한 제니퍼씨.

* 1개는 프로이드의 방어기제중에서 <반동>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억압과 착각해서 틀렸다.

* 다른 1개는 ‘전망이론’에 대한거였는데 손실회피 성향이라고 착각했다.

* 나머지 2개는 지능이 낮은 아이의 확률과, 약물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둘다 몰라서 틀렸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다.


게다가 나의 주특기는 서술형 시험이니까 서술형으로 나오는 기말고사에 더 열심을 기하기로 하고 잊어버리…..

려고 했는데 계속 생각나서 괴롭다!! 으악!! 오늘 새벽에 대장내시경 약을 먹으려고 일어났다가 다시 중간고사 필기노트를 펼쳤다. 아쉬운맘을 내려놓기는 커녕, 아직도 그 두문제에 연연하며 괴로워하는 중이다. 틀린 4문제보다 16문제를 알고 맞췄다는것에 만족하면 좋으련만, 나란 인간의 뇌 프로세스는 쉽게 만족하거나 빨리 잊어버리지를 못하고 늘 그렇게 연연한다. 그런 연연함이 나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지만.


중간고사를 마치고 안암역 삼통치킨에서 17명이 중간고사 뒷풀이를 했다. 평소 좋아라하는 교수님 세분과 평소 참 애정하는 치느님과 생맥주도 한자리에 있었는데...나는 물만 연거푸 5잔을 마시다 집에왔다. 왜? 왜냐하면 오늘 9:30분 생애 첫 대장내시경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건강검진 전날 뒷풀이라니.


자, 그럼 이제부터 진짜 이글을 쓰는 목적.

나처럼 처음 대장내시경을 준비하면서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를 써볼까나.


첫번째 미션!

검사전날 점심은 유동식 (흰죽) 으로 먹고 3시 이후 금식할 것

친구는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고, 5시에 열라면을 먹었지만 별탈없이 대장내시경을 잘 마치고 나왔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팀점심도 거르고  중간고사 뒷풀이로 먹은 치맥 한톨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 괴로운 시간들을 잘 버텨냈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FM은 아니지만, 금식, 단식, 리셋, 디톡스, 클린 이런건 칼같이 지키는 나는 FM대로 했다.

다만 메뉴얼에 적힌 안내문구와는 다르게 레디프리산을 밤 10시부터 마셔야했다. 원래는 밤 9시에 마셔야  하는데 급 회식이 생겨서, 바로 병원에 문의했다. 괜찮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고 안내지에 안내된 시간보다 한시간 늦은 10시부터 그 유명한 레디프리산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의 건강검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건강검진이 오후에 시작되는 분들은 내가 설명한 것과는 다른 시간대에 금식과 레드프리산 복용을 시작해야하니 안내서를 꼼꼼히 읽어보시기 바란다.


레드프리산


두번째 미션!

레디프리산 마시고 대장의 음식물 깨끗히 비우기!


검사전날 9시부터 레디프리산 A제와 B제를 (분말형태) 물 500ml에 넣고 10분 간격으로 마셔야한다. 

레디프리산과 함께 배송온 저 하얀색 플라스틱통은 500ml 눈금이 그려져 있어서 섞어 마시기 편한데 냄새가 나서 평소 단백질 타먹는 유사나통도 500ml 용량이라, 원래 사용하던 통을 사용했다.


레디프리산 맛은 뭐랄까. 포카리스웨트에 레몬가루를 탄 맛이다.

맛에 대해서는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지만 전날 500ml씩 두세트를 마시고, 검사당일 새벽에 (검사예약시간 5시간 전부터 마시라고 했으니 나의 경우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나머지 두포를 물에타서 다 마셔야 한다. 10분간격으로 250ml용량을 네번 마시는 과정을 이틀에 걸쳐 총 8번 진행하면된다. 그리고 물 500ml를 추가로 마시고 나서, 가스제거제라고하는 <가스콜>을 먹으면 내가 해야할 준비과정은 끝! 대장의 모든 음식을 비우게 도와주는 레디프리산은 레몬가루를 탄 이온음료 맛이라면 가스콜은 달달하니 더 먹을만하다. 맛에 대해서는 큰 걱정하지마시기를.


다만,  대장내시경을 왜 마흔살 넘어 하는지는 알겠더라.

아마도 마흔살 전의 아이들(;;)은 참고 저것들을 마시지 못할 것이다. 먹지 못할만큼의 맛은 아니나 무려 1리터의 물을 10분 간격으로 마셔야 한다는 것은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꽤 괴로운일이었다.

(마흔이 넘은 당신에게는 정말 아무일도 아닐 것이다, 걱정마시라)


검사당일 새벽 5시에 나머지 용량을 다 마신뒤, 마지막으로 가스콜 (가스제거제) 먹으면 진짜 진짜 준비 끝!


올해 첫 새벽 5시 기상이다.

아침형 인간을 동경하면서도 매일밤 새벽 두세시에 잠들면서, 내일은 새벽 6시는 일어나야지 하는 허튼 다짐을 한다. 내게는 7-8시간의 수면시간이 필요하지만 보통 6시간 정도를 자고, 아침 8시에 겨우 일어나는데 정말 모처럼만에 새벽 5시를 맞아본다. 대장내시경 덕분이다.

일어나서 나머지 두세트를 용량 용법에 맞게 다 마셨다.

10분 간격으로 다 마시면 40분이 소요되고, 마지막 500미리 믈까지 마시고 나면 5시 50분 정도가 된다.

정확히 한시간 뒤 (레드프리산 복용후 한시간 내외) 변의가 온다.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레드프리산은 전철이나 회사 외부에서 10분간격으로 절대로 드시지마시고 안락한 집에서 편안한마음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두시고 복용하시길 권한다.

바쁜일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장을 비우는 일에만 집중하시기를 ^^


세번째 미션, 은 없다.

대장내시경 전에 우리가 할 일은, 검사 당일날까지 장을 깨끗히 비우는 작업 뿐!

그 다음부터는 건강검진센터 안내에 따라 검사실을 뺑뺑 돌며 이런저런 검진을 받고 내시경센터로 가면된다.


하루 먼저 대장내시경을 감행해본 친구말이 <약 들어갑니다>하고 수면이 시작된 직후 바로 깨어보니 모든 검사가 끝나있었다, 고 했는데 나역시 그랬다.

교수님중 한분은 수면내시경 하는날은 전날부터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수면내시경을 받는 무의식 속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녹음을 한번 해보라고 하셨다.

용기내서 녹음버튼을 켰는데 도로 껐다. 혹시라도 위+대장 내시경을 모두 마친 후 아직도 나는 약에 취해있어서 상황을 알수도 없는데….내시경을 받으러 가기전에 녹음기를 켜둔 ‘왠지 이상한 이 여자(=나)에게 해를 가할것만 같은 근거없는 두려움’이 들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검사 결과, 6미리 정도 사이즈의 용종이 있어서 제거했고,

위에는 미란 염증이란게 있다고했다. 위 점막이 살짝 벗겨진 미란성 위염. 커피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데 커피는 1년 반째 끊었는데, 최근에 스트레스 때문인가보다. 보다 정확한 결과는 일주일뒤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는데 무섭다.



4년전 건강검진 결과 (39세)

미란성 위염이 관찰 >> 2023년도 여전히 미란성 위염
철 결핍으로 인한 빈혈>> 2023년도 여전히 빈혈
 자궁근종 크기가 크니 진료 필히 받을 것>> 2021.11월 수술 후, 2023년 사이즈 작은 아이들이 몇개 발견됨

[다음 4가지는 4년전과 얼마나 변했는지 차주 결과 나오면 비교해봐야겠다]
과체중
녹내장 전초증상일수도 있으니 안과진료 체크해볼것
담낭 용종있으니 1년후 추적검사할 것
당뇨 전단계


어쨌거나, 아직 생애 첫 대장내시경을 안해본 분들은 너무 긴장마시기를!

위내시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약들어갑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바로 잠이 들어서 깨보면 회복실이에요. 통증도 전혀 없답니다.

그러니 걱정말고, 건강검진 미루지마세요.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검진 미루려고했었는데 미뤘다면 용종을 발견하지 못했을텐데, 미루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 생각하면서 집으로 왔답니다.


비도 오고, 날도 추워서 오늘은 건강검진 기념 연차를 내고 쉬었….

쉬려고 했으나 업무연락이 많아서 결국 쉬지 못하고업무를 팔로업하다 학교로 왔다.

그래도 오늘은 건강검진 받고 조금은 상심한 나를 위해 친구가 학교로 오고 있으니까 수업 열심히 받으며 기다려야겠다.

오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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