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를 잘 모르는 것 같애.
남을 위해 희생하는 그 특별한 마음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10배 이상 강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배려하고, 지나치게 타인을 위해 사니까 니 인생이 지치고 힘들 수 밖에 없어.
너는 심리상담사를 만나게 된다면 너의 이런점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위로받아.
과하게 잘하고 사는 너를 보면 나는 눈물이 나.
내게 무한하게 해준 고마움때문에도 눈물이 나지만 막내인데 저렇게 고생하고
아빠 폐암일때도, 엄마 뇌경색으로 쓰러졌을때도
너는 남들 집에큰자식 보다도 심하게 큰자식 역할을하면서 언니들 보살피고,
가족들 눈치살피고....너는 막내같지가 않아. 니 사주는 그런가봐.
성질부리고 GR 할때나 막내같은거지.
사람 대하는 태도, 니가 살아온 인생의 방식들은 막내의 삶 같지가 않다고.
오늘 아침 둘째언니가 내게 해준 이야기들을 기억하려고,
메모를 하면서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언니의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하이라이트하고 싶은 부분은 <지나치게> <과하게> <막내답지않게> 라는 부분이었다.
어느 부분까지는 인정하지만 둘째언니가 말하는만큼 나의 희생정신이 남들에 비해 10배만큼 강하다거나 지나치고 과하게 잘하고 산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를 40년 넘게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지켜보았기에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둘째언니의 입장이기에 한번쯤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왜 저런 태도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지난주 허태균 교수님 '사회적 판단과 착각' 수업시간에 과제이기도했다. 지금의 내 어떤 태도는 어떤 배경으로 형성하게 되었는가, 생각해보는 것.
나는 왜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과하게, 남을 위해 희생하려는 걸까?
막내주제에, 막내답지않게, 장녀처럼 가족을 보살피려는 걸까?
넷째언니는 일찍이 내게 #착한아이증후군 이라는 진단명을 내려준적이 있다.
가족구성원의 부탁을 거절해도 되는데 거절을 잘 못할뿐더러 거절하고나서 죄책감을 느끼는 나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유독 넷째언니가 잔소리를 많이했다. 죄책감이 제일 안좋은 감정이니 그런 감정 안에 쌓아두지말라고. 사실, 나도 거절할것 거절하고 조금 가볍게 살고 싶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서 하나둘 남들의 짐을 내 어깨에 이고 지다보니, 한번씩 뒤집어 엎기도하고, 왜 나에게만 이런힘듦이 주어지냐고 따지기도 화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화낼바에야 차라리 그짐을 지지 말던가. 즈음에서야 드는 생각이다.
버려질까봐 두려운걸까?
실제로 엄빠는 딸만 넷이던 집에 다섯번째로 딸(=나)이 태어나자 이웃집 아들만 셋있는 집에 나를 일주일간 보낸적이 있다고 할머니한테 들었다. 할머니랑 큰언니 둘째언니가 그집에 가서 나를 도로 데려왔다는웃지못할 에피소드는 가족끼리 모였을때 엄마를 놀려주고 싶을때(당황하게 하고 싶을때 ㅋㅋ) 이야기하는 단골소재중 하나다.
아니면, 애정결핍이 초래한 방어기제인걸까?
그럼 이건 반동형성인걸까, 승화인걸까?
착한아이(이제는 아이가 아니지만;;) 증후군은 싸움을 많이 하는 부모나, 책임감이 중요시되는 환경에서 자기 주장을 하기 힘든 이들에게 흔히 나타난다는데, 억압받는 환경속에서 본인의 욕구를 누르고 자랐기 때문에 생기는 컴플렉스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착한아이로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에 애정결핍은 자기가 받고 싶은 대우와 욕구가 확실하기 때문에 자기 주장이 강하고 인간관계에서 보상심리를 바라는 사람들 유형이 많은데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착한아이 컴플렉스보다, 애정결핍 유형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게 잘해준 상대에게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호의를 받고 싶은 보상심리 욕구를 많이 느낀다. 게다가, 타인에게 내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염두에 두면서 행동하기도 한다.
1. 의존적인 애정결핍: 사랑해, 라고 계속묻지만 사랑한다는 상대방을 믿지못하고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한다.
2. 자기애적 애정결핍: 인간관계속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인이 상대에게 받았던 지적들 '넌 너무 이기적이야, 넌 너무 남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 라고 하면서 투사를 한다.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변명이 많고 화를 낸다. 나한테 냉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한다.
3. 경계성 애정결핍: 세상에 나혼자야, 아무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유형. 정말 친밀한 사람도 내 사람이 되기 어렵다. 온몬에 가시라서 누군가 다가가면 계속 가시에 찔리는 형국. 자기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4. 자기비판적 애정결핍: 나는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고, 나는 잘하는 것도 하나도 없다고 생각. 모든 인간관계의 일들이 다 나때문이라고 생각.
경계성+자기애적 애정결핍이 세트로, 자기비판+ 의존형이 세트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양하게 섞이기도 하는데, 일부 이 모든 유형을 다 가지고 있기도 하단다.
어쩌면, 나는 자기비판과 의존형 애정결핍이 왔다갔다하는 애정결핍 유형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허지원 교수와 허태균 교수 책을 꺼냈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와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교수님들 책을 이미 다 읽었지만, 아직도 제정신이 아닐때가 많고, 아직도 나 자신을 모르겠으니 몇번이고 교재처럼 들여다볼수밖에.
글을 쓰다보면 보통은 생각이 정리되는데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왜 막내답지 않게 장녀처럼 스스로를 포지셔닝했는지가...
구글에서 장녀에 대해 검색하다가 이 이미지를 보고 소오름이 끼쳤다.
왜냐하면, 나도,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저 단어를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사랑 연하남이 부탁했을때 겨우 한번, 했을까. 친한 언니의 남편이 오빠, 라고 부르라고 해도 나는 부르지 못했다. 일찍이 엄마는 내게 오빠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죄다 언니들뿐.
오빠가 없는 내 세상에는 저 단어가 없다.
역시나 장녀 DNA를 갖고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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