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삶을 이렇게 심플하게 정의했는지,
지나가던 스님이었는지 스무살 후반에 딱 한번 가본 철학관 도사님이었는지
지금 그 사람 이름은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다만, 팔자를 믿고 싶지않은 내게, 타인에 의해 점지된, 나름의 운명같은 문구가 되어버렸다. 막내로 어리광부리고 살아도 모자를 판에 웬 장녀의 책임감? 그런데 나란 인간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좋아하기에, 막내로서 마냥 받기보다 장녀처럼 누군가를 도와주고 오지랖을 넘어 십지랖 부리는 걸 즐기는 타입이니까, 일견 팔자대로 살고 있는 것도 같다.
나는 딸만 다섯인 집안에 막내로 태어났다.
굳이 내가 태어난 날, 초상집과 같았다던 그날의 집안 분위기는 설명하지 않겠다.
아들을 간절히 기다리던, 딸만 이미 넷인 집안에 태어난 다섯 번째 딸. 말 안 해도 알만하다.
나는, 결코 이쁘 달 수 없는 얼굴에 뼈대가 굵은 체형을 갖고 태어났다.
한번도 말라본 적 없지만 실제 몸무게보다 덜 나가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나름 위안하며 살고있다.
엄마따라 장에 나가서 누굴 만나는지에 따라 여차하면 아들 흉내도 내야 했기에 어린시절 대부분은 짧은 커트머리였다. 지금은 짧은머리를 강요하는 사람은 없지만, 왠지 머리를 길면, 머리긴 여장남자 혹은 레니게이드나 토르 같아서 짧은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걸걸한 목소리가 자기 주장이 강한 성향을 만나 의도한건 아니지만 ‘드세 보이는 이미지'를 아주 잘 만들어냈다.
굳이 딸 하나가 더 필요없는 집에 딸로 태어난 탓에 눈치를 보고 자랐는데, 다행히 눈칫밥은 안 먹고 자랐다. 어릴적 대부분 주눅들어 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밥 먹을 때만은 당당하게 먹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방과후엔 언제나 아빠를 따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농사일을 도왔다. 어린아이치고 해야 할 일이 꽤 많았다.
아빠따라 농사일 돕기
제비가 똥 싸놓은 마룻바닥 닦기
봉당 쓸어놓기
불 피워서 씻을 물 데우기
논두렁에 심은 콩 꺾어와서 콩잎 따기
고추 지지대 세우기 그리고 각종 모종에 물 주기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일은 엄빠나 언니들이 오기전에 불을 피워두는 일이었다. 이건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내가 좋아서 도맡아했던 일이다. 이처럼 합법적인 불장난이 또 어딨단말인가. 때로는 젖은 장작에 불 피우느라 눈물 흘려가며 애를 쓸 때도 있고, 장마 때는 아궁이에 물이 차 그건 그것대로 애로사항이 있어서 혼자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추억이 됐다. 불쏘시개가 없는 날은 언니들 교과서랑, 일기장도 몰래 태우곤했는데 큰언니 책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큰언니 책과 노트와 일기장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라 생각했고 나머지 언니들꺼는 없어져도 모르겠지란 심정으로 그랬던 것 같다. 여전히 불을 좋아한다. 화로를 피워놓고 싶어서 화로를 사려다가 주위로부터 원성만 사고 그만두었다. 덜렁대는 성격에 괜히 남의 빌라 다 태울까 주변 인들이 더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헤세도 불을 피우는 것을 즐겼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됐다. 그에겐 그게 종교적 의미로 회개와 순종에 대한 성스러운 의식같은 거라고 했는데, 나는 종교와 연관지어서 생각해본적이 없다. 다만 내경우엔, 정말로 더러운 것을 태운다는 청소의 의미와 빠알간 불을 바라보면 멍해지면서 감정의 복잡한 찌꺼기들을 잊을 수 있어 좋아했다.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는 한,
엄마가 애먼 일로 할머니를 잡지 않는 한,
엄마가 화투를 늦게까지 치고 들어오지 않는 한,
아빠가 술을 마사지 않는 한, 그런 날들은 대게 평온했다.
평온할때와 불안한 상황이 오고갔던 어린 시절 혹은 pms 핑계를 (굳이) 대고 싶지는 않지만 내안에는 두명의 내가 있다. 안달희 복달희. 두명의 달희가 있다고도 때때로 농담처럼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는데,
안달복달인 성격은 차치하고라도
정말로 극과 극 성향이 존재한다.
지킬 앤 하이드 정도는 아닐지라도 꽤 다른 자아 두개가 내 안에 들어있다.
불행히도 저 두사람이 모두 나다. 다행인건 내가 언제 지킬이고, 하이드 인지 너무 잘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다행인 포인트인가 싶지만..
애니웨이, 전혀 다른 이중인격을 갖고 있는터라 지킬의 모습을 알고 나에게 의지하던 누군가 어느날 하이드로 변한 나와 마주하고 마음을 다치거나, 마음에 벽을 세워둘때가 있다. 때로는 그 상대가 가장친한친구이거나 가장 가까운 가족일수도 있는데, 하이드로 변했을때 저지른 못난 실수들은 지킬로 돌아왔을때, 나를, 오랫동안 괴롭힌다. 20년정도 이런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되고 매번 새로운 도전이 찾아온다.
동료로부터 우연히 mgram 성격유형에 대해 듣고 궁금해져서 바로 테스트를 해봤다. 어머낫. 과연, 내가 생각한대로 결론이 나왔다.
이 테스트를 내게 소개해준 동료는 꽤, 놀라했다.
내가 생각한 나와 나의 테스트 결과가 너무나 일치한다는 것.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단점도 강점도, 내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나랑 잘 맞는 유형도 아닌 사람도 잘 안다.
다들 그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의외로 자기자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라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그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닐때마다 당혹스러웠고, 적어도 나는 어차피 연애도 못할바에야 나에 대해서라도 잘 알고 싶었다. 내안의 깊숙한 곳의 마주하기 싫은 감정도 들춰내서 굳이 그것을 글로 끌어내어 정립하는과정을, 오랫동안 연습해왔다. so what? 나는 나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게됐다. 그래서 뭐? 나의 행복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과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내가 타인에게 준 상처들은, 진심을 다해 상대가 됐다고 할때까지, 사과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특징 중 하나다. 자존심보단 내가 상처준 사람의 마음이 회복되는게 우선인 나란 사람. 후후훗, 하기사 애초에 안주면 더 좋은데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니까.
https://mgram.me/ko < 해보고 싶은 분들은 클릭해서 테스트 해보시길!
아티스트 내 이럴 줄 알았다;; 측은지심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큼 갖고있다고 자부한다 대단한 실행력 어떤 사람이 꽂히면, 그 사람 필모를 며칠내 독파한다 수완가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간파하기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다는 얘길 종종듣는다 포용력 컨디션 좋을땐 바다같다가도 pms 무렵엔 간장종지보다 좁은 맘을 그대로 보여줘서 내가 나에게 민망할때가 많다. 정말 이게 나 맞나싶고..
개척자 남들 간 길 따라가는거보다 제니퍼 way 만드는 것 좋아한다 나홀로 힘 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혼자서도 잘한단 건가? 그렇다면 맞다. 혼밥, 혼자떠나는 여행, 혼자 공연보는 거, 혼자 하는거 대부분 잘 하는 편이니까.
그나저나 언급된 7가지는 다 좋은데 마지막 한가지. 금욕적? 아이고, 참...쓰잘데기 없다. 안그래도 되는데 나란 여자. 이렇게나 쓸데없는 구석이 있는거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주변의 반응과 감정에 꽤 민감하고 섬세하고, 직감과 통찰력이 예리해서 사물의 본질을 간파하고, 다른 사람 돌보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란다, 나란 애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성격요소는 섬세한 생명체라는 것, 나에 대해 주의할 점은 내가 본질을 간파하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나의 의외의 일면은 사람을 잘 돌본다는 거란다. 근데 왜 의외라는 거지? 사람, 참 돌보는데
본질을 간파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식적인 사람, 페르소나가 여러개인 사람을 기가막히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 사람과는 가까이 지내고 싶어도 지낼 수가 없다. 솔직한 사람, 먹은 맘이 없는 사람, 속에 한두개 감추는게 있을지라도 보이는게 거의 다인 사람. 그런 유형들에겐 내 간도 쓸개도 줄 수 있을 정도로 (어디까지나 비유적 표현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준다.
재미삼아 해본거지만 결과가 내가 생각한대로, 나와 나름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재밌게봤다.
엠그램을 소개해준 동료는 이를 통해 팀원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잘난척 좀 하자면, 굳이 이러한 테스트가 없어도 (팀원이 됐건 누구든) 사람들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달란트 같은게 있다. 대신 그래서 불편한 상황은 못견디고, 때로 겉과 속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주변 사람을 맞춰가며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한건데, 그게 정말 내가 바라는 게 아닌 적이 종종 있으니까.
어쩜 이렇게도 인생의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 있는 건지
늘 좋은 것도, 매양 나쁘기만 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을 잘 못견디기에 언제나 주변을 가장 편한 사람들로 장식(;) 한다.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야만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타입인 거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 안에서 좋은 기운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언젠가 내 남사친 눈먼곰이 붙여준 내 별명만큼 나를 잘 설명하는 단어도 없을 것 같다.
<곤녀>. 피곤하고 곤란한 여자의 줄임말이다.
따지는 것 많고 까탈스럽고 쓰잘데기 없이 예민하고 섬세하고 자기주장 확실한 나의 성격때문에 그는 ‘곤란하다'는 말을 종종했었다.
대학시절 베프는 ‘수많은 단점이 있지만 너무나 독보적인 장점이 있어서 모든게 커버되는 사람’이라고 나를 설명했다.
수많은 단점을 가진 곤녀. 그런 사람이 바로 나인가 보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겠다. 인생의 법칙 제 1조,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으니까!!!
단점으로만 볼수없는 나의 성향들, 잘 다듬고 보완해서, 이번 생인 뿐인 삶. 조금 덜 피해주고 조금 더 행복하고 평안하게 살아보고싶다.
_제니퍼 취급설명서 중에서 ‘장녀팔자를 타고난 맏내+엠그램 성향분석 편,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