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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2. 2020

아뚱

도곡리 오자매

흔한 설 연휴 풍경

벌써 2년째 언니는 매일밤 약을 먹는다.

처음엔 몇 달 후 끊겠지 했지만, 이젠 그런 기대는 안 한다.

다만 약에 큰 부작용 없기를, 언니의 불안이 잠잠해지기를 바란다. 언니가 불안한 이유는 자주 바뀐다.

처음에는 분명 형부의 강압적인 말투라고 했는데 다음엔 하나뿐인 아들의 반항이 원인 것 같다는 걸 보면, 왠지 그때 괜히 미운 사람 핑계를 대는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처음에 언니가 쓰러졌을 때, 회사에 휴가 내고, 꼬박 2주간 병원에서 언니를 지켰다. 그때 절망에 빠진 내게 미저리는 큰 위안을 주었다.


“대두, 뚱아의 약한 부분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거라고 생각하자”


주님이 언니를 위해 일하기 시작해서 생긴 변화라고 생각하는 편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희망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큰 탈 없이 그 시간은 지났지만 언니는 여전히 약을 먹는다.


올해 설연휴가 시작됨과 동시에 언니는 응급약을 먹었다.

언니는 응급약을 먹고 우리 온가족 끼니를 챙겼다.


강식당 오므라이스

돈까스

잡채

닭도리탕

김밥까지.


연휴 기간엔 집에서 가정예배로 대신했다. 예배하는 짧은 한시간 동안 엄마는 화장실을 지나치게 자주 들락거렸고

언니는 약기운에 취해 주로 잠을 잤지만, 그래도 이 시간들이 꽤 감사하다, 고 생각했다.


엄마의 뇌경색 후유증도 언니의 불안도, 완치는 없지만 다 지나가고, 또 살면 잘 살아지니까.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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