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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7. 2023

도망가도 됩니다.


기말고사 기간에 과제도 겹쳤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심리학이론 접목해서 발표하는 과제 하나, 같은 주제로 에세이 하나, 심리과학이론 정신장애 관련 시험하나를 앞두고 있는 현충일 휴일. 일도 산적하게 쌓였지만 오늘은 일과 공부중, 공부를 선택했다. 목요일에도 개인적인 일(오페라의 유령 보러 부산간다..부산까지 가게됐다;;) 로 부산에 가야해서 오늘은 일도 해야하고 공부도 해야했는데 원래 두마리토끼를 잡기란 어려운 일. 다년간의 실패를 통해 하나라도 잘하자싶어 책을 펼쳤다. 근데 웬일인지 책을 펴자마자 배가고파서 밥을 했는데, 밥을먹으면서 당연히 예능을 봐야하니까 무도를 틀어놓았다가 오늘 하루의 절반이.....날라갔다.

(채워졌다고 자기합리화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젝스키스 완전체 특집까지는 봤는데 하필 내가 못본 <HOT 완전체 특집> 을 보게 된거다, 클럽 HOT 가입은 안했으나 나도 한때 <캔디> 음악방송을 녹화하며 토니/강타/우혁사이에서 매일밤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때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단 한번도 희준과 재원은 나의 리스트에 없었다. 늘 삼파전이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봐도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그때 사춘기 제니퍼의 맘을 강타한게 토니였는지, 우혁이었는지. 늘 왔다갔다 했던거 같다. 아무튼, 다시 돌아오지 않을것 같았던 그들의 완전체 모습을 울며불며 보다가, 완전체가 되어 떠난 핑클 캠핑까지 알고리즘에 떠서 이어보게 됐다. 한때지만 한팀으로 엮었던 적이 있던, 매일매일 얼굴을 보며 한솥밥을 먹으며 같은꿈을 향해 나아갔던 이들이 서로 나누었던 추억과 상처가 17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어떠한 계기없이는 그 감정이 처리되지 않는구나, 참 대단한 시절인연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눈물콧물 쏟으면서 그네들을 넋놓고 보다보니 어느덧 낮 세시가 되었다.


이를 어쩌나 하면서 부랴부랴 과제 발표 주제를 정하고 PPT를 만들다 보니 다섯시 정도. 어느정도 주제선정 및 와꾸(;)가 잡혔으니까 이 정도로 대략  마무리 하고, 심리과학이론 기말고사 공부로 넘어갔는데 책 몇장 넘겼을뿐인데 왜 그렇게 졸리는건지. 집중이 도저히 안되는거다, 이렇게 집중 안하고 조느니 일단 자자, 싶어 6시쯤 낮잠을 선택했다. 이걸 낮잠이라고해야할지. 이른 저녁잠이라고 해야할지 난감했지만 아무튼 자면서 또 참 한편의 대서사시같은 꿈을 꿨다.

일어나보니 9시 반.

꿈에 나는 말이 잘통하고 꽤 똑똑해서 매력적인 괴짜천재의 사랑고백을 받아주었는데 그남자는 얼굴에 화상 혹은 어떤 계기로 얼굴에 큰 상처가 남은 사람이었다. 내게 사랑고백을 하면서 그가 했던 제안은 <성형수술을 받겠다는 것>. 나도 내심 그의 고백을 기다렸던터라 바로 승낙했는데, 얼마되지 않아 그가 성형수술해서 깔끔해진 얼굴로 말을 타고(;;) 내 앞에 나타났다.


늘 네이버 꿈해몽 검색을 했던 나는 chat gpt에게 다음과 같이 꿈해몽을 요청했다.



꿈해몽을 한창하던 그때 때마침 근처사는 둘째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나 오늘 저런 꿈을꿨는데 글쎄 그게 다 내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때문인가봐 나 성형수술해야겠어"


언니는 말했다.

“너는 외모는 문제가 없어.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상대방 겁에 질리게 하는 거지“


팔이 심하게 안으로 굽는 언니의 외모평가는 믿을수 없지만, 

내 성격에 대한 평가는 나를 여러번 곱씹게 만들었다. 

언니가 지적한 나의 그런 면을 나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대체 그렇게까지 상대방을 몰아세우면서 방어기제를 펼치는 걸까. 


아마도, 그건...

언니가 말했듯이 상대방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에겐 중요했을거다. 그래서 자존감에 스크래치가 생기고 그로 인해 기분나빠진 티를 종종냈다. 외모에 대해서든, 일에 대해서든. 다른것에 대해서든 종종 나의 피해의식을 건드리는 일이 발생하면 상대방을 몰아세우며 나를 방어할 때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에효효효

‘그런 부분들 하나씩 고쳐나가야지. 나름 심리학도 공부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언니가 대뜸,

형부랑 커플티로 산 티셔츠를 굳이굳이 영상통화로 보여주면서 원한다면 줄테니까 지금당장 집으로 오라는 거다. <지금 오면 주고, 안오면 안준다면서>.  영상속 티셔츠가 맘에 들었던 나는 바로 모자 눌러쓰고 언니네 집엘 가서 그 티셔츠를 갖고


석촌호수 운동을 가려는데,

(석촌호수 한바퀴 돌고 다시 공부할 심산이었다)

언니가 석촌호수 운동을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섰다.


물론 우리는 석촌호수까지 가지못하고 동네를 돌다가 밤 11시 반, 집앞 옛날통닭집에 앉아 생맥주를 시키게 됐다. 집에서 쉬고있던 형부도 호출해서 셋이 하이볼도 마시고 생맥주도 마시면서, 모래집튀김도 먹고, 통닭도 먹었는데


셋다 카드가 없었다.


"사장님 카카오톡으로 입금해드릴께요"했는데 웬걸. 새벽 12시 반까지는 입금자체가 안되는 것.

사장님은 집에가서 그냥 아무때나 입금해달라고 하셨는데 내가 영 찜찜해서

전화번호를 적어드리고 부재중전화도 남기겠다고 하는데 한사코 사장님이 거부하셨다.


"그럼, 도망안가고  잘 입급할께요"했더니

"도망가도 됩니다" 말씀하시는 사장님.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인생을 안살아서 ...

꼭 입금할게요, 하고 집에와서 계속 초조하게 기다렸다. 12시 반이 되기를.

낮에본 핑클 캠핑 예능 중 먹방 장면만 몰아보면서.


그리고 이글을 쓰는 와중 그 시간이 되었다. 송금완료!

그런데 사장님 번호를 모른다, 입금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어쨌거나 입금했다. 부디 바로 확인하셨기를.


그러고보니 십년전 택시비가 없어서 급하게 집앞 편의점 사장님께 택시비를 꿨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흔쾌히 빌려주신 잠실본동 씨유 사장님께 다시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내일 한달에 한번있는 회사 먼슬리 회의인데....

나는 어쩌자고 술에 닭+모래집튀김까지 먹었을까.

내일 부어있는 얼굴로 팀분들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그래서 느즈막이 석촌호수라도 달려볼 심산이었는데...


인생은 대부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후회는 언제나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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