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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9. 2023

조승우 <오페라의 유령>이
남긴 것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관람평 (조팬텀, 황라울, 송 크리스틴 ver)



조승우가 조승우했다, 는 말로는 좀 부족하다.


20년 넘게 뮤지컬을 해온 조승우가 <목소리가 안나올정도로 부담이 된 공연>이라고 했던 이유를 오늘에서야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알것같다.

본인이 입기에 큰 옷이 아닌가 싶었다고, 홀로 편견과 싸워야했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겸손인가, 싶었는데 괜히 겸손하려고 그런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걸 알기에 대체 뭐가 그렇게 기존작품과 달라서 힘들었을까 싶었는데 직접보고 나니 그의 고민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비로소 얼마나 큰 용기를 낸 도전이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주요배역 대부분을 성악전공자가 맡아야 할 정도로 오페라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이었고 하이바리톤 음역대를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심했을테고, 10년 20년 이상 성악을 전공하고 성악발성을 갖고 있던 배우들 사이에서 위축도 됐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도 조승우가 가진 소리를 강화해냈고 무대 위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조승우가 채워온 뮤지컬 배우로서의 20년세월을 쌓아온 탄탄한 바탕에 팬텀영역을 소화하기 위한 보컬연습을 더하고, 거기에 조승우만의 감성을 더해 꽤 멋지고 설득력 있는 조팬텀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조승우가 조승우했다, 는 말로는 부족하다. 

조승우가 조승우를 한단계 넘어섰다고 말한다면 모를까.


지킬이나 헤드윅, 돈키호테에. 혹은 그간 해왔던 드라마에 안주해도 되고 잘해야 본전인데 못해내면 평판이..


그러나 승우조는 자신을 믿고, 자신을 믿어준 동료를 믿고, 도전했다. 조승우니까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을까싶다.그리고 그 결정이 앞으로의 조승우 인생에 분명 좋은 영향을 줄거라는데 확신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있어지는 사람, 같으니라고)

 

솔직히 1막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으며 노래해야하는 phantom of the opera에서는 오리지날 공연에서 느꼈던 쩌렁쩌렁한 성량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크리스틴을 떠나보내며 절망하는 2막에서 조팬텀은 돋보였다. ‘날 원한다 내게 말해줘요. 언제나 어디든 영원히. 크뤼스~~~틴. 바램은 그것뿐“, 이라고 절규하며 울부짖던 point of no return 은 가히 독보적이었고, 크리스틴이 떠난 후 "마스커레이드, 얼굴을 숨겨 널 찾지 못하도록"이라고 읊조리며 원숭이 오르골의 한쪽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키스하는 장면도 오래도록 가슴이 아팠다.


팬텀은, 잔악부도하다기보다 흉측한 몰골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싶을만큼 연민이 가는 인물인 한편, 오페라 공연을 작곡하거나 오페라 연주자들 (박자감 있는 연주자로 자르라는둥, 이번엔 바순이 문제라는둥)에 대한 평가는 날카로워서 리스펙할만한데 또 크리스틴 문제에서만큼은 한없이 편파적이다.

우리 조유령은, 크리스틴 어디에 반한건지……나원참……사랑스럽기는 하지만 그렇까지 동네방네 크리스틴 챙겨주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는…;;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간 소개팅이었나? 싶은 맘이 들 정도로 채워지지 않은 몇프로의 아쉬움이 있었으나 그건 상대방때문이 아니라 너무 큰 기대를 한 나때문이기도하고 기존의 뮤지컬에 비해 다소 오페라적인 요소가 강했던 작품이라 내게 좀 낯설게 다가왔을 수 있다. 어쩌면 생전첨 마주하는 어글리 조승우를 감당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들으면 완벽하니까;;



밤새 목소리를 듣다 잠을 설쳤다.

point of no return넘버만 밀녹버전이라도 돈 주고 사고 싶은 심정이다. 살수만 있다면.


공연장 가는길 잘못들어선 덕에 만난 조팬텀 포스터 그리고 햇살/ 공연장 곳곳에 줄서서 사진 찍으려는 분들이 많아서 내사진은 늘 엉망이다 측면이거나.


1막은 크리스틴의 무대였다.

일단, 나의 오래된 루틴이자 전통대로 주제선율이 연주되자 마자, 눈물부터 한바가지 쏟았다. md샵에서 미리 산 유령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중 급 옆자리 커플이 좀 신경쓰였다. 아직 스토리라인 시작도 안했는데 서막부터 안경벗고 눈물닦는 <혼자 온 여자>를 어떻게 이해할까 싶어서.

물론 오늘 이후 다시 보지 않을 그 사람의 이해를 바랄필요는 없겠지만서도 150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한 그이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가 없었달까;


송은혜 크리스틴은 처음 보는데, 성량이 장난아니다. 극중 크리스틴처럼 유령이 키워주고 싶은, 사랑스런 신인 오페라 여가수같았다. 딱 그나이쯤, 딱 그정도 캐릭터같았는데 조팬텀과의 케미가 특별히 돋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멀리서보니 배다해와 닮은것도 같았는데 사실 잘 안보여서…어쨌거나 부산 드림씨어터 18열을 VIP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조유령! 극장주에게 편지좀 써주시길. 배우 표정이 안보여서 오페라글라스를 써야하는 VIP좌석을 진정 VIP로 부를 수 있을까,

좌석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지않을까, 그런 생각을해봤다.


라울은……원래 송원근 라울을 보고싶었다. (이 하찮은 글을 부디 황라울이 보지 않기를. 볼리도 없겠지만 요즘은 사소한 북리뷰를 하는것도 신경쓰인다.

언젠가 내가 책을냈을때 어떤 브런치 작가가 제니퍼책 되게 별로다, 이런 글을 남기면 맘의 상처가…)

걍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조팬텀이 1순위라 라울까지 고려해서 취켓팅을 할 수 없었는데 선택권이 있었다면 송원근 라울이 궁금했다. 지난달에 조씨랑 함께본 <레드북>에서 처음으로 눈여겨보기 시작한 배우인데, 물론 그전에도 몇번 공연을 본적은 있었지만 <레드북> 에서 ‘오직 신사로사는법밖에 모르는 변호사’ 브라운 역할이 꽤 찰떡이었던 터라 인상적이었다. 공연끝나고 몇날며칠 송원근이 부른 넘버를 찾아봤는지! <새로운 뮤지컬로 만날때마다 더 잘생겨지고 노래도 깊어져서 깜짝놀란다>는  어느 블로거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러갔을때 서브남 조나단역에 이충주때문에 ‘조나단 앓이’를 잠깐 한적이 있었다. 미나가 드라큘라따위는 잊고 조나단과 행복하길 바랬을 정도였는데, 뭐 물론 그날의 드라큘라가 누군지에 따라 조다난에게 맘이 가느냐, 드라큘라에게 가느냐 달라지긴 하지만 조나단은 꽤 매력적인 서브남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오유>에서 라울은 가만히만 있어도 매력적일수밖에 없다. 워낙에 팬텀이 어글리하(게 분장하)고, 머리카락도 몇가닥 안되고…..추악한 몰골에 성격까지 괴팍해서 상대적으로 더 빛이나는데….나는 라울에게 몰입할수 없었다.

내 원픽이 너무 강렬하니까, 서브남의 매력이 보이지않았던 거라면 이또한 역시 내탓이다. sorry Raoul.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평생을 외롭게 보냈을 팬텀을 안아주고싶었던 2막  

만약, 내가 다시 서울 VIP 티켓을 구하게 된다면 그건 단연코 조팬텀 버전의 <The point of no return> 바로 이 넘버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제껏 들은 다른 유령들 (외쿡인 유령, 한국인 유령 모두 포함)에 비해 감미롭고, 힘이있고, 슬펐고, 매력있다.

축축하고 습한 어둠의 서식지 그 끝까지라도 그를 따라가서 안아주고, 싶었으니까. 근데 왜때문에 우리의 조팬텀은 그렇게 크리스틴에 집착하는건지…바닥으로 기어가서 자기를 봐달라고 할때나, 웨딩드레스 껴안고 크리스틴 그리워할때는 정말…

크리스틴 대사 중에 유령을 향해 ‘황홀한 눈빛, 묘한 매력’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리 어글리 조승우로 나온다해도 그 두가지는 부인할수가 없을 것 같다. 황홀한 눈빛과 묘한 매력.

무대연출…..오리지널 그대로를 차용했겠지만 오리지날 공연볼때는 어색하다고 느끼지 못한 부분에서 어색해서 좀 속상한 장면이 둘, 셋 정도 있었다.

2막에서 라울과 크리스틴이 한참이나 사랑을 속삭이고 난 후, 공중에 매달린 조각상 뒤에 숨어서 나오면서 분노하며 복수하겠다고 노래하는 장면이나

크리스틴이 아버지 무덤에 찾아갔을때, 크리스틴에게 아버지가 보낸 음악의 천사인양 크리스틴을 홀리려고 무대 위에서 등장한 팬텀씬….이 나는 왜 불안하게 느껴졌을까.

사실 그런 연출이 몇군데 더 있었지만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영광이었음. 조팬텀 본날!

공연이 끝나고 난후

커튼콜을 통해 아까 못보낸 박수들 모아서 우리 승우조와 배우님들에게 보내드리고, 부랴부랴 카카오t로 택시를 잡아 부산역으로 향했다. 공연 후 여운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그놈의 귀소본능때문에. 혹시라도 마지막 SRT놓칠세라 승우조 커튼콜 만끽하지 못하고 돌아서야했다. 째이~~~~ 

그래도 서울공연에서 한번 더 기회가 있을거라 믿고 싶다.


택시 기사님께, 나는, 급하다고 말씀드린적 없는데 행여나 서울 못갈세라 걱정되셨는지 급한 내맘을 헤아리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차선도 요리조리 차선도 바꿔가면서, 쌩쌩 달려, 그것도 심지어 부산역에 들어가기 가장 편한 곳에 나를 내려주고 쿨하게 떠나셨다. 그런 것 하나에 그 지역에 대한 따뜻함과 애정이 생기는 법인데, 기사님 덕에 오늘의 부산이 한층 더 따뜻하게 맘에 남는다. 작은 정성을 담아 팁을 드리고 싶었는데, 현금이 있을리가…이정도 나이됐으면 수중에 현금 몇만원 정도는 들고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금마리다! 여시코빼기처럼 지금쯤 공연끝나고 역에 도착했갰지 계산했을거다^^

30분간 미리에게 오늘 본 공연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무래도 뭔가 조금 찜찜해서 다시 메세지를 보냈다. 내 기대가 너무 커서 조금 박한 평을 한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도 좋았다고. 서울 공연도 무조건 고, 하자고! 물론 미리는 전동석버전이 더 관심있겠지만 나는 두번을 보고 세번을 다시 볼 수있다해도, 조팬텀이다! 지킬은 조지킬. 헤드윅은 조드윅. 돈키호테도 영원히 조승우. 베르테르는, '젊은'이라는 타이틀을 제목에서 제외했다고는해도 베르테르는...다소 무리가 있을것 같아서 그건 논외로 두고. 


조승우의 ‘돌이킬순 없으니 마지막 순간, 더 이상 기억하지는 않으리. 되돌아갈순 없으리‘라고 노래하던 point of no return이 자꾸 떠오른다. 


'날 원한다 내게 말해줘요. 언제나 어디든 영원히. 크뤼스~~~틴. 바램은 그것뿐“, 이라고 절규하며 울부짖던. 만약에 오페라의 뮤지컬 한국공연 중 조승우 넘버를 딱 한곡, 박제할 수 있다면 단연코 절대로 이곡이었으면 좋겠다. 제일좋다!!!


제니퍼의 바램은 그것뿐만은 아니지만, 일단 오늘은 그것뿐^^





Special thanks to 비오는 새벽 한시 반, 수서역으로 데리러 와준 

고줄리 선생님 고맙습니다.


베갯잎에 머리만 대면 바로 자는 분이, 새벽에 수서역에 내려서 좌충우돌할 친구위해 굳이 안자고 데리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새벽 네시까지 부산에서 사온 생크림빵에 생라면 하나 아그작아그작 뽀개먹으면서 그간 못다한 이야기 나누다가...빗소리 들으며 누워있고 싶다더니 2분만에 쌔근쌔근 잠든 그대. 


우리 둘다 아침 8시부터 알람이 백만번 울려도 자다가 결국 지각했지요. 바쁘게 가는 뒷모습 한번 찍어봤습니다. 잘지내다 다음주 한그루 완전체 회동때 다시 만나요. 참, 고마운 내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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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가 선물해준 부산에서의 하루 part 1

https://brunch.co.kr/@jennifernote/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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