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Dec 09. 2023

남의 눈치보는 사람



(도너스에) 설탕 뿌려드릴까요?


도너스 매장 직원의 질문을 받고 습관처럼 친구를 쳐다봤다. 자신의 taste 가 명확한 친구의 답변을 기다렸다. 나는....설탕을 뿌려도 괜찮고 아니면 또 아닌대로 괜찮았다. 근데 친구는 갑자기 '왜 자기 눈치를 보냐며, 제니퍼는 사람 눈치본다' 라고 말했다. 아마도 친구는 여행내내 자신을 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듯한 내 행동때문에 알게 모르게 불편해졌을수도 있고, 그에 따라 퉁명스런 말투가 나왔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아무 감정없었거나. 나도 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운데 친구 맘은 더더욱 미궁속이다. 분명한건 친구가 아무 감정없이 내게 그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는 거다. 심기불편한 그의 마음이 말과 눈빛 말투를 통해 전해졌고, 그의 말에 내마음이 무거워진 것을 보면. 


벌써 지난 여름의 일이라 상황이 분명하지가 않다. 내가 도너스를 먹고싶어서 사러갔다가 생긴일인지. 친구가 도너스를 먹고싶어서 사러갔으니 친구 taste를 묻고 싶었던건지. 어쨌거나 당시의 상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그 감정은 그대로 떠오른다. 


설탕이 뿌려진 도너스를 받아 나오면서 나는 많이 슬펐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맞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지 못한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한 당혹감, 그로 인한 불편함, 왜 나는 눈치 보는 사람일까에 대한 슬픔과 수치심 등 여러감정을 느낀 것 같다. 

(혹여 이글을 읽는 내친구가 당혹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그 상황 혹은 사건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왜 그런 성향을 탑재하고 있는것인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목적이지 내친구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니까! 가능하다면 읽지 않아도 된다 칭구야 ;; ㅎㅎ)


나는 도너스에 설탕을 뿌릴 것인지, 말것인지 상대방을 배려해주려고 바라본건데 친구는 그걸 자기 눈치를 본다고 표현했다. 나는 나보다 명확한 taste를 가진 친구를 배려한것인데 친구는 <왜 눈치를 보냐>며 나를 힐난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눈치보는 나'를 배려로 합리화한걸까? 대체 눈치를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나는 정말 설탕하나 뿌리는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아닌 것 같다. 다이어트를 생각할지, 보다 맛있는 걸 생각할지 친구는 설탕 뿌리는게 좋을지 아닐지에 대한 고민이 길어졌을 뿐이리라. 








그로부터 서너달 후, 여름에서 겨울이 된 어느날 (그러니까 오늘...)갑자기 눈치, 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상황은 이랬다. 

해외 주재원으로 떠난 나의 절친 딸이 초등학생인데, 여자친구들끼리 크리스마스 런치한다고 식당에 데려다주는 길이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5명의 친구들과의 모임인데, 본인의 딸이 너무 친구들 눈치를 보는 것 같아 그것에 대해 딸에게 한소리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딸이 말하길 친구중 2명은 왕같이 굴고 1명은 귀족같고, 나머지 1명은 귀족친구의 하인같고 자기는 서민같다고. 친하게 잘 지내는줄만 알았는데 '가끔은 소외감 들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딸의 말에 속상해진 친구는 "눈치보지말고 주눅들지 말라"고 조언했는데 많이 속이 상했다고 했다. 




눈치의 사전적 의미인데 <눈치>의 또다른 해석은, 과도하게 남을 의식하여 자기 소신대로 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는 상태'로 정의된다.


'눈치'는 정서안정성(심리적 안녕감), 학교생활과 대인관계에 모두 정적 영향을 주지만 논문에서 언급된 눈치는, 눈치있다의 눈치이고, 나와 내친구가 이 아침부터 걱정하는 눈치는 '눈치를 보다'의 눈치다. 과도하게 남을 의식하여 내 소신대로 하지 못하고 위축된 상태. 



나는 눈치를 보는 편이다.

내 절친도 그런 편이고, 내 절친의 DNA 를 이어받은 내 절친의 딸 역시 그런 편이다. 


일할때는 직접적으로 질문을 잘 던지는 편인데, 친구들 사이의 장면에서는 원하는것을 잘 말하지 않고 친구가 원하는걸 먼저 살펴보는 편이다.  일하는 장면에서도 눈치있게, 라기보다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때가 종종 있기는 하다. 중학교때 내가 왕따시킨 친구로부터, 나또한 왕따를 당해본 경험때문인지, 인정에의 욕구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살펴서 인정받으려는 건지, 타고나기를 신경증이 조금 높은 편이라 불안도가 높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나는 그런 성향이 있다. 


내 문제뿐만 아니라, 내 절친과 절친의 딸까지 그 문제로 괴롭다면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고 깊이있게 공부를 해봐야겠다.

요즘 배우고 있는 five factor model (성격5요인)에서, 성격은 타인에 의해 좋다/나쁘다 평가나 판단될수없는 것이고 다만 내가 가진 5가지 특성(외향/내향성, 성실성, 우호성, 개방성, 정서안정성)에서 dark/bright side가 있는데 밝음은 더 개발하고 어두움은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하면된다고 배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정서안정과 상관도가 높은 신경성은 얼마든지 정서지능을 높여서 디벨롭될 수 있다고 배웠는데

아직 공부가 미흡하지만 왠지 눈치를 보는 것은, 수용성(자기중심성), 정서안정성(부정정서성) 두가지 요인과 관련이 높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지난주 수업의 결론은 내 성격이 잘못된게 아니다. 

내 성격의 어떤 파트에서 Dark Side가 발현됐네. 다시 회복해야지.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수용성과 자기중심성

수용성이 높은 사람은 자기중심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용성이 낮은 사람은 자기중심성이 높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수용성중에서 신뢰와 이타가 평균인데 관대가 그에 비해 조금 낮게 나왔다.

자기중심성중에서 연기파트가 평균이상을 넘어 매우높았다.

이 수치는 어떤 것을 의미할까.


수용성을 이루는 하위요소가 신뢰,관대, 이타다.

이타가 가진 특성상 나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없더라도 양보와 배려를 하게 된다. 때때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의 욕구를 균형있게 고려하지 못할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런 상황에서 나는 나의 욕구보다 타인의 needs를 먼저 배려하면서 눈치를 보는 환경에 노출되는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자기중심성을 이루는 네가지 하위요인이 자기애, 연기, 조종, 냉혹이다. 자기애와 냉혹은 평균이상이고, 조종은 평균이하 정도이며, 연기 부분이 평균이상을 넘어 매우높게 나타났다.  

연기가 높다는 것은 내가 다른사람의 평가와 시선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히 불편해하거나 위축되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이부분 <연기>가 매우 높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정서안정성과 부정정서성

정서안정성이 높은 사람은 부정정서성이 낮고

정서안정성이 낮은 사람은 부정정서성이 높을 확률이 있다.

나의 정서안정성은 평균인데 정서표현능력이 평균이상이다.

부정정서성은 평균인데 불안은 평균이하로 낮고 분노만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부정정서성이 그리 높은 인간유형은 아닌 것 같다.


상기 자료는 나의 정서안정성 수치다.

정서인식과 정서수용은 평균적인데, 정서표현이 평균이상으로 좀 높은편이다.

타인이 감정에 대해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편이고, 슬픔이나 분노 질투와 같은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에는 피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감정을 억제하는것보다 표현하는것이 중요하다는걸 이해하고 있다. 

정서안정성 측면은 그다지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러면, 부정정서성은 어떠한가.

나의 성격검사 결과 불안도는 낮고 우울, 의존은 평균인데 반해 분노가 평균과 평균이상 사이로 조금 높게 나타났다.


종종 사소한 일에 감정이 격양되거나, 분노를 강렬하게 느낄땐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 실수나 실패와 좌절앞에 자책도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거나 오래가는 편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내 의사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부정정서성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권익보호'하고, sensitivity가 높고 걱정과 초조, 불안이 높으니 감정에 대해 잘 모니터링하고 수용하고, 적절한 가치에 맞는 행동을 하면서 정서지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배웠다. 무언가를 안하면 불안하고 큰일이 날것 같고 위험하다 생각하지만 실제 그런 위험을 느끼는 마음이 진짜인건지? 의외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것을 경험하게 하는게 중요했다. 

그에 반해 부정 정서성이 낮은 사람들은 느긋하고 자신의 가치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