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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Nov 26. 2023

노인우울증과 치매예방법
'자서전을 써보세요'



<리더의 정서지능>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노인돌봄' 관련 토론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말을 들었다. 

노년이 될수록 구체화가 떨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면서 우울해지는데, 이럴때 자서전 기억연습을 시켜주면 노인분들의 우울감이 회복되고 인지기능이 좋아진다는 것.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에 입각하여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연습을 해보라고 하셨다.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 첫사랑, 결혼 뭐 그런것들에 대해서 자서전 기억연습을 해보는 건데, 


노인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셨으니 매주 집에가면 엄마하고 <자서전 기억연습>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바쁜 일상에 치여 한달동안 그 수업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 지난주 몰아보게 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5화에 너무 바쁜 워킹맘이 가성치매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자의입원하게 된 에피소드를 보았는데 치매는 아니지만, 가짜치매인 가성치매 치료를 위해서 의사가 '자서전을 써보세요'라는 처방을 내려준걸 보았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중에서



그래서 또 잊기전에 엄마를 앉혀두고 '자서전 기억연습'을 해보았다.

글로 쓰는 걸 귀찮아하는 엄마를 위해 '말로 쓰는 자서전' 시간을 가져보았다. 

엄마가 이야기해주면 나는 그것을 기록하여 엄마의 '자서전 기억연습'을 돕는 것.

(베프 어머님에게도 해드려야겠다. 일단 친구에게 먼저 알려주어야지, 보고있지 조씨?^^)


최근 몇년사이 내가 가장 잘한 결정은 심리관련 대학원에 진학한것, 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해서는 물론이거니와 나의 팀원들과 우리 가족들, 엄마, 지인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정말 많이 변하고 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저는 어머님이 원하시는 목표대로 100살까지 마음건강 몸 건강하게 살수있도록 도와주기위해 가정방문온 제니퍼라고 합니다. 오늘은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텐데요. 혹시 기억나는 아주 어린 나이가 몇살인가요?


- 17살. 


그렇군요, 그럼 17살에 어머님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어요?


- 집을 나왔어. 가정 불화가 심해서. 동생 애숙이를 떼어 놓고 나 혼자 나왔어. 

그때 그 나이에는 어리벙벙 아무것도 몰랐지. 어떤 아주머니들이 취직 시켜준다고 해서 내 또래애들 몇몇이랑 경기도까지 오게 됐어. 처음에는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데 주인이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안든다고 차라리 가게에 나가서 옷을 팔라고 했어. 명신상회라는 곳이었지. 옷은 잘 판다고 칭찬을 받았지. 

옷가게에 일하면서 옷을 팔던 도중에 우연히 큰아버지 아들 사촌오빠를 만나서 오빠에게 붙잡혀서 고향 목포로 돌아갔지. 다시 집을 나왔지만. 사촌오빠가 군대를 양평으로 왔다가 휴가를 나왔을때 만났지. 


어머니는 지금 79살이죠? 여든을 바라보는 어른의 나이로 17살의 어린,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의 어머님을 바라보면 어떤 마음이 드세요?


- 그때 우리집은 왜 그렇게 환경이 복잡했을까.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면 양평에 올 일도 없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지. 전라도에 있는 큰언니가 10년넘게 소식이 없는 나 때문에 점을 봤는데 '죽지 않았다. 어디서 잘 살고 있고, 언젠가 돌아온다'고 해서 마음을 놓았다고 하더라. '나라도 살자, 내 맘이라도 편하자'하고 집을 나왔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우리 어린 동생 애숙이가 '우리 언니가 어쩌면 나를 두고 갔냐'면서 내내 울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지. 



본인 이야기를 오염구조(불행한 결말)가 아니라 구원구조(해피엔딩)로 말하는 사람들이 우울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해서 어머님에게 오늘의 마지막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그렇게 집을나왔지만 양평에 와서 이규재씨를 만나 오자매를 낳으셨잖아요. 이 일은 어머님에게 어떤 결과를 주었을까요?


- 축복이지. 똑똑한 남편을 만나 우리 애들 다섯을 낳은게 내 인생의 축복이야.





그리고 오늘은 여기서 끝. 넷째형부가 마당에 와서 이것저것 짐을 챙기는 모습을 쳐다보느라 엄마가 더이상 집중을 하지 않았고 그때의 힘든 감정이 올라왔는지 더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것 같지가 않았다.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은 눈치였는데, 나는 정식 상담자가 아니지만 조금 더 그때의 엄마 감정과 엄마가 마주하게 해서 셀프 컴패션, 같은게 일어나기를 바랬는데 그렇게까지 상대를 이끌어가기가 힘들었다. 교수님이 떠올랐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감정을 더 들여다보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상대방이 그 기억을 떠올리며 힘들어하고 그만 이야기하고싶을땐 거기서 이야기를 멈추는게 맞는지, 조금 더 자세한 것들이 궁금했다. 


임상상담사가 되기엔 너무 늦은걸까. 

시험보는건 자신없는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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