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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Aug 19. 2023

여름엔 제천이죠.

19th  JIMFF



코로나가 창궐했다거나, 제천에 큰 비피해가 있다거나, 내가 수술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큰일이 없는 여름, 거의 매해 나는 제천에 간다. 스무살 중반무렵엔가 씨네21에서 제천 국제 음악 영화 페스티벌. Jacheon Intenational Music Film Festival. JIMFF(이하 짐프, JIMFF) 관련 소규모 책자를 샘플로 줬을때부터 막연한 동경같은게 있었다. 언젠가 나도 한번 꼭 가보고 싶다는 그런 동경. 이상하게 JIMFF보다 더 역사깊고 규모도 큰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는데 제천영화제에는 마음이 끌렸다. 아마도 출품작들때문이었을거다. 


작년에는 서울을 비롯한 지방 곳곳에 (특히 제천에) 비피해가 없었다면 예정대로 4박 5일 여름휴가를 제천에서 보냈을거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렸던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제천엘 가는데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보물같은 음악영화들을, 뮤지션들을 알게 되는게 좋았다. 

올해는 교회 행사도 있고 가만히 있어도 너무 더워서 아예 엄두를 못냈다. 

원체 여름에 에어컨과 선풍기도 없이 잘 지내는 타입이고, 뙤약볕에 앉아 땀 뻘뻘 흘리며 책읽는걸 즐기는 스탈이라 여름철 이벤트가 두렵지 않았는데 꾸준히 먹고 있는 유사나 때문인지 체온이 올라가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상기온 때문인지 올해는 더위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ES 제천리조트 숙박권이 생긴 친구덕분에 결국 가게 되었다! 




Nasa 과학자의 에언대로 올 여름이 정말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되는걸까?


끔찍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튼 그래서 제천엔 못가나보다 했는데, 친구네 회사에서 제천 ES리조트  1박 숙박권이 있다고해서 무작정 친구차에 몸을 실었다. 

대명콘도나 용평리조트 같은데에 비하면 시설이 깔끔하지는 않지만 ES 통영이건 제천이건 자연속에 어우러져있고 무엇보다 뷰포인트가 장관이라 나름 좋아하는 곳이다. 깨끗한 숙소를 찾는다면 비추다. 여긴 그냥 자연경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즐기는 곳이다. 2006년에 잡지사에서 일할때 통영 ES 리조트 소개하는 글을 쓰러 취재차 들렀을때부터 사랑에 빠졌다고나 할까. 암튼 숙박권이 있다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잖은가.


그렇게 친구둘과 제천엘 가게됐다. 

제천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타야한다는 친구의 주장대로 한낮에 찌는더위에 선풍기도 없는 케이블카도 타고 (뷰는 장관이었다),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도토리묵집에서 쫄깃쫄깃한 100% 도토리 가루로 만들었다는 도토리묵도 배불리 먹고,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메가박스 앞 <빨간오뎅>집에 들러 매해 먹는 슬러시에 떡볶이 튀김, 빨간오뎅도 먹고 제천 중앙시장도 들렀다. 


첫째날 저녁에는 제천체육관에서 한다는 필름뮤직ost 콘서트를 갔었다. 티켓값이 대략 3만원 초반대였는데 엔니오 모리코네, 방준석, 이병우 음악감독이 만든 곡들로 1부, 2부, 3부가 채워졌다. 엔리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에 연주될때와 이병우 음악감독의 마더의 춤, 장화홍련의 곡들이 연주되는데 알수없는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주룩주룩났다. 시네마천국을 굉장히 재밌게 본것도 아닌데 시네마천국 ost는 이상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어쨌거나 충격적인건 이제는 고인이 된 방준석 음악감독의 곡이 연주되던 3부에서였다. 라디오스타 주인공이었던 박중훈 배우가 등장해서, 일부러 그러는건지 진짜로 못하는건지 고음불가처럼 고음은 묵음처리를 해가며 목소리를 쥐어짜내어 <비와 당신>을 불렀는데 

다소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냥 박중훈 배우가 고인이 된 방준석 음악감독과의 작업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는 편이 훨씬 더 의미있는 공연이 되었을텐데, 공연의 연출이 없어던걸까.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자주봤던 윤성은님이 사회를 보면서 조금씩 정리가됐던 건 좋았는데, 잘 만들었다면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을 필름뮤직ost 공연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제천체육관 필름뮤직 ost concert



둘째날 아침에는 숙소에서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고 바로 영화관으로 갔다. 

뭐니뭐니해도 제천국제영화제기간에 제천엘 왔으니 영화한편은 봐야할 것 같아서 서둘렀는데 다행히 현장에서 예매가능한 영화가 있었다. 그게 바로 <오늘부터 댄싱퀸>. 학교에 멋진 남학생이 전학오면서 춤을 배우기 시작한 조금은 통통한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담긴 유쾌한 노르웨이 영화다. 


근데 올해 처음 알았다. 더이상 제천 메가박스는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메가박스 앞에 <거리의 악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디밴드들 공연도 이어지고 굿즈샵도 있고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3년만에 들른 JIMFF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메가박스 영화관 건물전체가 임대중이었고 메인 개봉관이 CGV 로 바뀌어 있었다. 

제천 메가박스가 구 시가지 느낌이라면, CGV근처는 버거킹, 투썸도 있고 신도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 감정은 뭐지, 왠지 모를 서운함 같은 것? 내가 JIMFF 를 좋아했던 건 메가박스앞 소박하고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동네 축제같은 느낌때문이었는데, 서울의 풍경과 다를 것 없는 버거킹과 투썸위에 자리한, 리클라이너 의자가 장착된 CGV영화관에서 영활 보고 있노라니 영화제 느낌이 좀 덜 났다고해야할까. 


어쨌거나 ES 제천리조트 숙박권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제천여행은 영화제가 목적이 아니라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정말 미리미리 계획해서 하던대로 하루에 영화 서너편 몰아보고, 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그간 못봤던 다큐, 음악영화들 몰아보고 싶다. 


내년엔 20주년이니까 뭔가 더 특별한게 있으려나?

왠지 없을 것 같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또 좋으니까. 


오늘부터 댄싱퀸 (노르웨이 작품, 감독 1987 오로라 고쉐)


오늘부터 댄싱퀸

어느 유명 남자 댄서가 자신의 학교로 전학을 오자, 12살의 한 소녀는 이 댄서를 사랑하게 되어버린다. 자신은 춤을 못 추지만, 댄서의 크루가 되기 위해 소녀는 오디션을 보러 간다. 10대 소녀 미나는 힙합 소년 이디윈에게 반했다. 그의 파트너가 돼 댄스 대회에 함께 나가기 위해 난생처음 춤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디윈의 마음을 얻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자기혐오에 시달리며, 부모와 친구에게 마음을 닫고 점점 고립돼 간다. 그런 미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외할머니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성장통을 겪으며 미나는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알아갈 것이다. 힙합부터 재편곡한 아바의 노래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음악이 있다면, 또 다른 언어인 춤이 있다면, 조금은 괜찮다는 듯이. 



에필로그

여행은 원래 떠나기 전날이 가장 설레는 법.

제천여행전에 설렘가득안고 친구네 들러 폭식을 했다!!!!!!!! 

어느날 동탄에서

1. 이모 가는거 서운해하는 레오에게 오리뼈다귀 선물 투척 

2. 3. 친구네 들러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와 계란찜백반으로 저녁 한끼 먹고, 콩국수로 저녁겸 야식겸 한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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