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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Aug 17. 2023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교회 수련회 이후 릴스, 숏츠를 끊었다. 

무언가 채워지는 게 아니라 소모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들은 정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정리할 것들이 릴스, 숏츠만은 아니겠지만 일단 가장 정리하기 쉬운 두가지를 정리해보았다. 


그와 동시에 

나만의 아카이브로 사용하던 영화계정 인스타도 잠시 스탑해두었는데 그로인해 최근에 본 영화들을 기록해둘곳이 없어졌다. 어쩔수없이 브런치, 구석진 곳을 잠시 빌러본다.


지난 주말에 양평에 머물면서, 가족들과 영화 두편을 봤다. 

조카와 함께 본 영화 <비공식작전> 그리고 언니셋과 토요일밤에 본 <콘크리트 유토피아>.


어릴땐 언니들과 이렇게 야밤에 영화를 본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이런말 너무 나이들어보이지만 세상 참 좋아졌다. (좋아진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세상 참 달라졌다)


코골며 잠든 아빠몰래 

살금살금 TV앞에가서 조용히 티비를 틀되 소리는 최대한 줄여서 토요명화를 기다리는 것이 참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그때가 그나마 유일하게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장실 가려고 아빠가 깨기라도 하는 날이면....

하지만 고맙게도 대부분의 토요일 아빠는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 고요한 적막을 깨는 불청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시각각 달리는 기차, 였다. 리터럴리, 말 그대로 기찻길 옆에 살아서 기차가 지날때마다 나는 소음때문에 중요한 씬의 대사가 싸그리 몽땅 날아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가뜩이나 작은 볼륨으로 몰래 보고 있는데....우렁찬 소리로 기차가 지나갈라치면...

당시 기차는 또 왜그렇게 길었는지. 기차가 한번 지나가면 중요한 씬&대사도 기차와 함께 훅 날라간다. 

지금처럼 OTT시대가 아니라 5분앞 장면을 돌려보거나 놓친 대사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었기에 더 간절했던 시간들이었다. 정말 좋았던 영화들은 비디오 가게에서 일부러 빌려다 다시보기도 하지만 비디오 대여료가 2000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고 돈이 넉넉하지 않은 시절이었기에 그런 일은 자주 없었따. 이왕이면 안본 영화를 봐야지 대사 한두마디 놓쳤다고해서 지난주말 토요명화에서 봤던 영화를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시는 그런 시절이었고 웬만한 모든것들이 다 소중했다. 

지금처럼 소비되고 낭비되어지는 느낌의 음악시장도, 영화판도 아니었던 부족하고 소중해서 낭만이 있던 시대였다.


영화를 제작하는 환경이나 영화를 대하는 환경모두가 많이 달라졌지만 변함없는게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사람의 노고가 들어간다는 사실일거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재미없다, 별로다, 로 후기를 남기기가 미안하지만 공교롭게도 두편 다 별로였다.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진 않겠지만 별.로.였.다.


어디서든 기본이상의 연기를 해내지만 여기서든 저기서든 너무 비슷해진 하정우식 연기가 식상했던 <비공식작전>, 배우 한사람이 멱살잡듯 끌고가는 듯한 어두운 느낌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두 장르 모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분야들이 아니라서 였는지 영화를 보고 여운같은게 없었다. 더운 여름밤, 양평에서 딱히 할일이 없었기에 영화관을 갔었을 뿐, 애초에 영화에 대한 기대도 그닥 없기는 했다. 


아, 그러고보니 오매불망 개봉날을 기다리던 마지막 영화가 뭐였더라..

기억도 나질 않는다.


영화의 홍수시대 속에서 (모든 차고 넘치는 시대가 아니던가) 기대되는 영화도 간직하고픈 영화도 하나둘 없어져간다. 키노잡지랑 씨네 21, 필름 2.0 정독하면서 <해피투게더> <동사서독>을 애태우며 기다리던, 그때가 좋았는데. 




1. 양평시네마(저 여인은 모르는 분이다) 2. 넷플릭스 팝콘 먹어보는게 로망이라는 서켠짱 3. 늘 똑같은것 같은 하정우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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