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소년 십자군 죽음과 억지로 춘춤
약간 정신분열증적인 방식으로 평화를 다룬 소설이다, 라고 작가는 서두를 열었다.
작가가 제일 첫페이지에 안내한대로 역시나 왔다갔다 뒤죽박죽 의식의 흐름대로 내용이 전개된다. 처음에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워 미리 이 책을 읽고 소개해준 유튜버들의 도움을 좀 받았다. 초반에 몰입하기 어려운 분들은 유튜브로 먼저 배경지식을 얻고 읽는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사내 독서모임 10월의 책으로, 레오가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내용이 다소 어렵지만 드레스덴 폭격에 대한 역사적 공부랄지, 전쟁이 한 청년 혹은 도시, 국가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계기를 주는 것 같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레오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읽어볼 기회가 없었으리라.
PTSD가 있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아무일없는것처럼 보통사람들과 어울려 일상을 지내다가 갑자기 하루종일 눈물이 쏟아진다거나, 호흡이 가빠진다거나, 아무리 떨쳐내려해도 그 당시 사건이 자꾸 떠오르는 것처럼 작가는 (주인공 빌리도) 지속적으로 전쟁터로, 포로수용소로 돌아간다. 때문에 책의 이야기 또한 시간 순으로 이어지지 않고 작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뒤죽박죽 의식의 흐름대로 전개된다. 왜내하면 주인공 빌리가 끊임없이, 삶의 이 순간 저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한번이라도 전쟁을 겪고, 포로 수용소에서 갇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가까스로 생존하여 일상을 회복했더라도 그 시절 끔찍한 기억으로부터는 결코 벗어날수 없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커트 보니것은 다시는 그와 같은 끔찍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반전 소설을 썼으리라.
미국과 영국이 독일의 드레스덴을 향해 폭격을 가하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그렇게 실행한 것에 대해, 이성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던 작가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수 있는 것을 바꿀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드레스덴은 사실상 폭탄을 걱정할 필요없던, 국제법으로 보호받던 비무장 도시에 군수사업도 없고 군사병력도 많지 않은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무차별 폭격이 벌어졌고,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게 되었다. 이렇다할 병력이 모여있지 않은 곳이기에 대부분 민간인이 희생됐고 도시는 초토화되어 마치 달처럼 (달의 표면처럼 삭막해졌다)변했다, 고 작가는 묘사했다. 이 폭격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빌리를 포함해 겨우 7명.
이 책의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미국인 병사다.
군종병으로 후방에 머물다 룩셈부르크에 있는 보병연대에서 군목밑에 있던 군종병이 죽어서 보충역으로 가게 되는데 그가 도착했을때 보병연대는 독일의 공격을 받게 되는 사건이 생긴다. 생존자는 빌리를 포함해 4명. 이들은 모두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포로로 잡혀가게 되었는데 포로로 끌려가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독일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였다.
빌리는 시간을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기에 자신의 죽음을 여러번 봤다. 아내도 있고 딸도 있고
버나드 V. 오헤어라는 전우도 있다.
전쟁이 끝난후, 미국으로 돌아온 빌리는 보훈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검안학교를 졸업하고 검안학교 설립자의 딸과 결혼하여 장인의 도움으로 검안사업을 이어받고 부자가 된다. 그리고 20년후 1967년에 외계인(트랄파마도어인)에게 납치된다. 외계에서의 몇년은 지구에서 1초.
검안학교를 다니다가 제발로 정신과 병원에 찾아갔을때 사람들은 이것이 전쟁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어렸을때 수영장맨끝가운데 던져지고 그랜드 캐니언 가장자리에 데려간 것 때문에 빌리가 박살나고 있다고 믿었다. 병원에서 빌리는 로즈워터를 만난다. 그는 독일군 병사라고 오인하여 열네살짜리 소방수를 쏘았고 그 기억으로 괴로워했다. 빌리는 유럽사 최대의 학살을 보았는데 그것은 드레스덴 폭격이라고 생각했다. (뭐, 그런거지)
그로부터 1년뒤 검안사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는데 그 비행기가 추락하여 부조종사와 빌리만 살아남게 되고 빌리는 뇌 수술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빌리는 1967년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납치됐던 일을 여러 언론을 통해 밝히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드레스덴 폭격에서 같이 살아남았던 포로 한명에게 총을 맞고 죽는다. 그리고 소설도 끝이난다.
* 커트 보니것은 독일계 미국인 작가로 전쟁에 참여한 경험으로 반전 소설을 쓰게 된다.
*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1945년에 영국+미국이 독일 드레스덴에 퍼부은 폭격사건이 이 책의 주요 배경이다. 커트 보니것은 폭격에서 운좋게 살았고 폭격 후 24년뒤인 1969년에 이 작품을 출간한다.
*제 5도살장은 도살장을 개조해서 만든 실제 독일의 포로 수용소 이름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작가 커트 보니것이 끌려간 곳이기도 하고 주인공 빌리 필 그림이 드레스덴 폭격당시 포로로 머물렀던 장소이다.
독일인들은 계급에 따라 포로를 분류했다.
로즈워터는 삶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다 들어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엔 멤버들에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어보자고 제안해야겠다. 혹은 혼자서라도 읽어봐야지.
레오가 이책을 소개한 이유는 언젠가 한번은 커트보니것이라는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기 때문.
캐롤은 작가가 트랄파마도어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것 같다며 "많은 행성을 돌아다녀봐도 지구에서만 자유의지가 주어지고, 끔찍한 시간은 무시하고 좋은시간에 집중하라"와 같은 메세지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애상님은 작가의 일대기와 소설의 배경이된 드레스덴 사건을 위주로 이야기주셨는데 일단 커트보니것이 독일계 미국인이어서 미국인 자격으로 전쟁에 참여했고 결국 독일인에게 포로로 끌려갔다 드레스덴 폭격을 당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짚어주셨다. 어머니의 자살도 그에게 영향을 미쳤을테고.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 어려운 책을 추천해서 레오는 미안해했지만 캐롤은 이 책을 통해 2차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나 책에 대해 기존에 없었던 관심이생겼고, 이제는 어느덧 지난한 역사를 가진 이스라엘 전쟁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던 나에게도 큰울림을 주었고 책에서 언급된 카리마조프의 형제들, 이란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우리에게 무언가 확장성을 가져다주었고 그 어느때보다도 활발한 토론을 나누었기에 우리는 레오에게 감사를 표했다.
11월은 감정에 대한 책을 각자 읽고 <인사이드 아웃>이란 애니매이션에 대한 토론을 나누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