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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3. 2020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

제니퍼의 북리뷰





더 오스카 혹은 더 와일드 The Oscar or The Wild


하나의 고유명사로 불리기 원했던 오스카 와일드는 대학 시절부터 이미 특별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돋보이는 패션 센스, 빛나는 지성, 현란한 말솜씨, 뛰어난 유머 감각, 관대한 성품까지 두루 갖춰 당시 그를 추종하는 ‘팬덤’도 상당했다. 그 중에는 그보다 16살 어린 알프레드 더글러스도 있었다. 결국 이 동성 연인과의 ‘금지된 사랑’으로 우리의 빛나는 오스카 와일드는 ‘세기의 재판’을 받게 된다. 당시 영국과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재판은 오스카‘만’ 2년간의 강제 노역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오스카 와일드가 했던 금지된 사랑은 짝사랑이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높으신’ 귀족 자제라는 이유로 알프레드는 재판에 회부되지도 감옥에 갇히지도 않았다. 반면 오스카 와일드는 작가로서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가족, 전 재산, 친구들까지 많은 것을 잃었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그가 쓴 옥중 서신기 <심연으로부터>에 그의 비통함과 절망적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이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출소 후 와일드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영국에서는 영원히 추방되었다. 어느 종교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고,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그를 피했다. ‘성인에게도 과거가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그의 신념과는 다르게 그는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고립됐다. 끝내 재기에 성공하지 못한 그는 출소 3년 6개월 후 뇌수막염으로 생을 마감한다. 당시 그의 나이 46세였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평생 지속되는 로맨스다’

그의 사후 120년이 지났다. 이 시점에 굳이 지면을 빌려 오스카 와일드를 소개하는 이유는, ‘세기의 스캔들로 희생된 동성애 작가’라는 한낱 가십거리로만 소비되기에 그의 삶은 너무도 찬란한 까닭이다. 분명, 오욕과 고통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의 단면을 두고 우리가 그의 인생 전체를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오스카 와일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랑하고 사랑받아야만 살 수 있었던 사람, 한없이 자유로운 사랑의 메신저. 나는 그가 끝끝내 추구하고자 했던 자유와 사랑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그의 분신 같은 ‘소설’과,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작가의 ‘비평’, 그의 빛나는 삶이 그대로 투영된 ‘어록’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를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4명의 남자를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오스카 와일드를!


편애하는 밑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그레이 씨, 좋은 영향이란 건 없어요.

어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의 영혼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 정열로 타오르는 게 아닌 겁니다.

그의 덕목도 그에게는 실감나게 다가오지도 않을 것이고, 

죄악이라는 게 있다면 그의 죄악도 사실은 그의 것이 아니라 빌려온 셈이 되는 거지요.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 박명숙 엮고 옮김

Be yourself. Everyone else is already taken.
너 자신이 되어라. 다른 이의 자리는 이미 차 있으므로!


<오스카리아나(오스카 와일드의 찬란한 문장들)> 박명숙 엮고 옮김

사회는 개인에게 끔찍한 형벌을 가할 권리를 휘두르지만 피상적이라는 최고의 악덕을 지니고 있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깨닫지 못한다. 누군가를 벌주는 일이 끝나면, 

사회는 그에게 더 이상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를 향한 사회의 가장 큰 의무가 시작되는 순간에, 그를 내팽개치는 것이다.


<심연으로부터(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친애하는 로비, 내가 보시에게 돌아간 건 심리학적으로 불가피한 일이었어.

세상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라고. 나는 사랑의 기운 없이는 살 수 없어.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야.
그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지. 사람들이 내가 보시에게 돌아가 것을 비난하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게. 그는 내게 사랑을 선물해주었다고.

외로움과 오욕 속에서,

끔찍한 속물 세계와 석 달간 치열하게 싸운 끝에 난 자연스럽게 그에게 돌아갔던 거야.


<오스카 와일드에 대하여> 앙드레 지드

와일드는 결코 위대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의 작품을 앞세우는 대신 처음부터 그가 경탄할 만한 인물임을 내세웠어야 했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것이다. 그는 위대한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위대한 삶의 애호가였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그랬듯이 와일드 또한 자신의 지혜를 글보다는 말로 나누고, 삶으로 직접 나타냈다. 물 위에 기록하듯 인간의 유한한 기억력에 자신을 맡긴 셈이다. 그러니 그를 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들이 그의 이야기를 전해야만 한다. 그의 이야기를 가장 경청했던 친구로서 그와의 개인적인 추억을 이곳에 조금 풀어놓으려 한다.



* 4명의 남자
1. 결과적으로 오스카 와일드를 감옥에 갇히게 만든 알프레드 더글러스
2. 옥바라지는 물론 끝까지 와일드 곁을 지켜준 옛 연인 로버트 로스(그는 훗날 와일드가 집필한 책을 출판해서 받은 인세로 와일드의 빚을 갚는다)
3. ‘와일드를 위한 변명’을 글로 써준 유일한 친구 앙드레 지드
 4. 그가 창조해낸 완벽히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




매거진 그라피 제니퍼 북리뷰 연재중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기 전부터 생각했다.

그 어떤 것도 인정한다, 인정 못한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우리가 지닌 도덕적 편견을 내세우자고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니까.



편애하는 밑줄_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감정을 실어 그린 모든 초상화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초상화지 화가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초상화가 아니야.

그레이씨, 좋은 영향이란 건 없어요. 어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의 영혼을 주는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 정열로 타오르는 게 아닌 겁니다. 그의 덕목도 그에게는 실감나게 다가오지도 않을 것이고, 죄악이라는 게 있다면 그의 죄악도 사실은 그의 것이 아니라 빌려온 셈이 되는 거지요.

여자들은 그 말을 아주 즐겨 사용하지요. 연애를 할 때마다 그 연애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지요. 의미없는 단어입니다. '항상'이란 단어. 일시적인 기분인 변덕과 평생을 가야 하는 열정 사이에 단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건 변덕이 좀더 오래간다는 겁니다.

나는 늙어 무섭고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겠지. 그런데 이 그림은 항상 젊은 상태로 남을 것이 아닌가. 6월의 오늘보다 더 늙지 않을 게 분명한데...거꾸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영원히 젊은 상태로 있고 그림이 늙어 간다면! 그걸 위해서라면-그럴수만 있다면-무엇이든 다 줄텐데! 내 영혼이라도 내줄 용의가 있는데!

그거 혹시 해리 생각 아니에요? 그렇죠 그레이씨? 저는 그 양반 친구들한테서 그 양반 생각을 듣는답니다. 그게 그 양반 생각을 알게 되는 유일한 통로죠.

오늘 밤에 그녀는 이모젠이 됩니다. 그리고 내일 밤엔 줄리엣이 될 거고요.

"그럼 그녀가 시빌 베인이 되는 것은 언젠가?"

난 지금 그 어떤 것도 인정한다, 인정 못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없어. 그건 인생에 대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거든. 우리가 지닌 도덕적 편견을 내세우자고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잖나.

우리가 행복하면 늘 선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선하다고 늘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어

헨리 경의 경우, 그는 아주 위험천만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는 너무나 똑똑하고 너무 냉소적이어서 진정으로 좋아할 사람은 아니었다.

나이 든 사람의 비극은 그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여전히 젊다는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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