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만난적이 없기에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지만,
그는 전형적으로 두가지 모습을 가진 '직업 방송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이 방송인 사람이니까 방송에 나오면 무조건 웃겨야 하고 조금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실제 모습은 쑥스럼도 많고 예의도 바른(?). 연예인들의 사생활이야 내가 잘 알리 없고 실제 생활은 모르겠지만 방송을 통해 본 그에게는 두가지 모습이 있었다. 쉴새없는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데 재능이 있지만, 또 어떤 때는 한없이 숫기없고 말이 없는 유형의 사람. 정말 친한 지인들이 있으면 편해지곤 하는, 뭐 그런.
많은 사람들은 방송인으로서 위트 가득한 탁재훈의 모습을 좋아하겠지만 나는 그가 긴장하고 웃기지 않고 당황했을때 모습에서 호감을 느꼈다. 내가 누군가에게 끌리는 건 언제나 후자의 포인트다. 아마도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인건지도 모르겠다. 내 일에 있어서 당당하고 성취지향적이고 외향적으로 사람들을 리딩하지만 실제 내 모습은 어쩌면 조금은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정적인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리딩할때의 내 모습과, 찐친들앞에서 무장해제되지만 낯선 이들 앞에서는 방안퉁수처럼 멍석 깔아주면 수줍어하고 정작 좋아하는 사람에겐 감정도 전하지 못하고 경직되어버리는 사람.
제니퍼가 아닌 이은숙일때 내 모습은 왠지 좀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런 내 모습일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 그건 정말 편해서 그런걸까, 그렇게 생각해야 내가 덜 슬퍼서 만들어낸 전략(스키마)일까.
'방송에서 보는 모습과 다르다'는 말을 들었을 때 탁재훈은 어땠을까?
<최고의 한방>이라는 프로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유튜브에 <탁재훈 소개팅 1탄, 2탄, 3탄, 4탄>이라는 제목으로 짤이 돌아다녀서 보게됐는데 소개팅에서 만난 여인은, 그의 애프터 신청을 거절했다. 이유는, 방송과 다르게 세상 어색해하고 숫기없고 자신감 없어 보이고 조금은 어두워보이는 모습이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는 것.
소개팅에 나온 여인의 잘못은 없다. 그녀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기대치와 이상형이 있었을 거고, 그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애프터를 받아들일수도, 거절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세상 어색해하고
눈도 못마주치면서 안절부절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고 짠해서 마음이 쓰였다.
방송에서의 이미지와 달라서 별로였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었을때..그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면 그 사람을 진짜 사랑하는 거라고 김창옥 교수님이 여러번 말했었는데,
나의 문제는 누군가의 앞모습을 제대로 보기 전에 뒷모습부터 본다는 데에 있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연민도 사랑일텐데 늘 연민이라는 감정이 사랑앞에 선다.
어쨌거나 두 아이의 아버지. 예능인. 돌싱들의 희망의 아이콘. 그만의 특유의 위트로 사람들을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 탁재훈. 그의 평안을 기도한다.
한때 나를 잠못들게 한 나의 GD도 평안한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이 비난으로 바뀌기도하고 버려진 기분이 들기도 하겠지만 인기란 것이 원래 그런것이고 삶이란게 올라가는 시기와 내려가는 시기가 있다는 말 같은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을테니,
그저 기도를 보태본다. 운동하고, 좋은 것 먹고, 좋은 음악듣고, 일하면서 일상을 이어나가면 좋겠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거 아니라지만, 나는 걱정된다. 그의 안위가.
한때 내가 사랑했던 에릭, 김남길, 김준수, 김상경...또 누가 있었던가.
암튼 <제니퍼 선정,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명예의 전당>으로 가게신 그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