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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an 31. 2024

'내돈내산' 공식적인 첫번째 집들이

with 갑빠패밀리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보낸 양평친구들)



이사 당일 둘째언니랑 형부랑 짜짱면과 탕슉을 먹은게 첫번째 집들이,

이사다음날 바로 와준 미리줄리랑 가락시장에서 회를 떠다 먹은게 두번째 집들이라면, 오늘은 세번째 집들이다. 하지만 이사당일날은 언니가 저녁을 사줬고, 미리줄리랑도 '회비'로 회를 먹어서인지 집들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돈내산으로 음식을 마련한 오늘이 '공식적인' 첫번째 집들이 인셈. 공식적이든 아니든 첫번째냐, 세번째냐 숫자에 연연하는 이유는 앞으로 적어도 예닐곱번의 집들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하하.


언니들은, 집을 산것도 아닌데 유난이라고 했다.

원룸에 살땐 원룸에 살면서 무슨 집들이냐고 했고

투룸에 살땐 네 나이 친구들은 다 아파트를 샀는데 투룸 전세로 이사하면서 무슨 법석이냐고 했으며

이번에도 역시나 집들이는 집을 사야 하는것 아니냐고 했지만

대출로 이사한 전셋집이라 할지라도 작은 파티를 나누고 싶었다. 

집과 일 학교 밖에 특별한 일이 없던 내게 <이사>라는 것은, 무려 6년만의 나름 큰 이벤트였기에 조촐하게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요만조만 나름의 파티를 하고 싶었던 것.



첫번째로 초대된 분들은 갑빠팸이다.


갑빠패밀리는, 나의 초중고등학교 동창생들로 이루어진 패밀리로, 여자도 갑빠가 있을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아이들의 집합체다. 20살 중후반부터 서른살 중후반까지 새벽까지 3차 4차로 술자리를 옮겨마실만큼 에너지 넘치던 모임이었는데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뜸해졌다. 근 6-7년동안 완전체 멤버들이 다같이 모인적이 한번도 없었다. 삼삼오오 갑빠 유닛 모임은 종종 있었지만. 모르긴 해도, 모임을 주최하고 친구들 일정을 파악하는 내가 바빠지면서 그 역할을 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 친구들이 <집들이>란 명목으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에도 완전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내게는 의미있는 오랜만의 갑빠팸 모임이었다. 


서울까지 오느라고 광역버스 시간을 맞추고, 집결지를 정하고, 함께 모여 택시를 타고 와준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집들이라고는 해도 음식은 전부 배민에서 주문하고, 현백 식품관에서 포장해왔는데...그마저도 친구들이 다 세팅해주고, 커피도 직접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넣어 디카페인오트라떼까지 리필해주고 세상맛있는 디저트와 쿠키도 직접 사와서 덕분에 다함께 맛있게 먹었다. 여기서 화룡점정은 설거지까지 싹 다 해주고 갔다는 것.


그러니까 실상 집들이라고는해도 내가 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초대만 했을뿐.


오랜만에 만나 아침부터 밤까지 수다를 떨면서 거의 일년치 웃어야 할 웃음을 다 웃었다.

 서로같이 웃을때 웃음소리 시너지가 장난이 아니기때문에...함께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항상 컴플레인을 받곤했다. 음식점에서든 커피숍에서든 술집에서든. 이제는 주로 집에서 모이지만.

(옆집사는 3교대 간호사 언니에게 피해가 안 갔을랑가 모르겠다)


이번 집들이 메인 주제는 나의 결혼이었다.

집도 있고, 일도 안정화가 되었으니 이제 결혼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것.

'마땅한 짝이 없으니 알아서들 주선해라, success fee가 있어서 동료 헤드헌터들도 알아보는 중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들 눈이 반짝이며 질문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어떤 배우자감을 원하는지 JD (job description) 를 요청해서 막연히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설명했는데 헤드헌터 동료도, 내 갑빠친구들도 눈빛이 변하는것 같았다.

'그래 쉽지 않겠어. 니가 혼자인 이유가 있지' 뭐 대략 그런 눈빛들? ㅋㅋ


적당한 키에, 적당한 용모에, 적당히 안정적인 직업에,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아량넓은 사람. 가정이 화목한 사람.

 

요약하자면 이런건데 '적당히'라는 부분이 난감한듯 했다. 그 적당히가 어느 정도 적당히인지는 나도 모를일이니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하늘에서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다면 좋겠다. 하늘에서 보내준 사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드는 그런 사람이라면 이것저것 재지않고 go 하지 않을까.

(이번생엔 틀렸나? 이런말 회장님이 하지말랬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하하하)

하늘보고 퉤퉤퉤. 제니퍼의 시간은 남들과 다르게 흐른다. 나의 인연은 늦게 찾아올 수 있다. 요로코롬 마음을 먹어본다.



첫번째 집들이 무사히 끝!!!

* 멤버: 제니퍼씨 초중고 동창생 <갑빠팸> 6명

* 메인요리는 마라탕과 잭슨피자와 김떡순

* 메인주제는 제니퍼씨 성혼성사금 350만원


친구들이 사준 소파!




집들이 시작하기전 제니퍼의 기도

하나님, 정말로 오랜만에 갑빠친구들이 단체로 서울 나들이를 오는 날입니다. 초중고를 함께 보낸 친구들 11명의 모임인데요. 스무살초중반과 삼십대초중반까지는 꽤 자주 뭉쳤는데 각자 가정과 아이가 생기면서 (저는 아니지만...;;) 사는 곳도 멀어짐에 따라 자주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11명의 갑빠 완전체 중에서 해외에 있는 친구와,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는 친구까지 모두 네명을 제외하고, 6명과 집들이를 하려고 합니다. 오고 가는길 어려움없기를 바라고 먼길 와주었는데 즐겁고 평안한 시간 보내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 기도대로 아이들과 즐거운시간 보내다 평안하게 양평에 도착했다.

무거운 우리 친구들 덕분에 우리 '수호'(Mini 애칭이다, 풀네임은 수호천사ㅋㅋ) 가 고생했지만 친구들이 편히 양평에 도착했음 된거다.


다들 미션을 안고 돌아갔다.

제니퍼 성혼성사금 350만원......받기! ㅋㅋ

과연 어떤 친구가 그 목표를 달성할지 모르겠지만 올해 내게 찾아올 기회들을 만끽하여보겠다.




집들이 그후

https://www.youtube.com/watch?v=8yULRg3ckbk&t=16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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