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활용법
존재의 이유
국가에서는 2년에 한번 내 자궁을 염려해준다.
그래서, 꼭, 자궁경부암 검사를 권하는데,
딱 한번, 생리가 겹쳐 건너뛰었다.
얄궂게도 그 시간 동안 자궁에 혹이 자라고 있었다.
의사는 내 혹이, 만삭의 아기 얼굴 크기 만하다고 했다.
초음파 상에서 12센치 정도라고.
(2020년 4월, MRI 결과 8.7 cm 였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3년을 살았는데 자궁에 혹이 (그것도 큰애가) 있다고 하니 이젠 시도때도 없이 이 아이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길을 걷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문득문득.
나의 자궁 속에서 나와 숨쉬고, 살고 있는 이 아이.
마취가 두려워서 그간 성형수술도 못했는데..때가 온 건가. 자궁근종 수술하면 어차피 전신마취해야하는데, 그 핑계대고, 코수술도 같이 하는 ‘누운김에 성형하는 패키지’ 같은거 없을까?
잠깐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봤다.
자궁 근종 셋, 용종 하나
저 하늘에 해도 하나. 달도 하나.
내 자궁엔 근종 셋. 용종 하나.
남들 다 ‘있다없다’하는 애인도 없고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근종과 용종 풍년!
날마다 조금씩 자라난다니, 얼마나 놀라운 생명력인가
>> 친구들은, 내 ‘자궁근좀 검사기념 반차’를 냈다. 2019